오십의 인생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이다. 그렇다 할 능력이 없으니 오직 ‘열심’을 내어 노력하는 것이 내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어떤 이들은 “연꽃(내 별칭이다)은 너무 열심히 일해!” 라거나 “오랜만에 만났는데 일 이야기만 하냐? 으~ 워커홀릭~”하며 타박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말들을 칭찬으로 알아듣고 기분 좋게 받아넘겼었다. 하지만 얼마 전 ‘열심’을 내어 일하는 나에게 도전적으로 타박하는 이를 만나게 되었다.
“연꽃은 열심히 해도 너~무 열심히 해서 문제”란다.
그러면서 경멸에 가까운 기운을 나에게 왕창 쏟아내 버리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헐~ ‘열심’이 왜 문제야?...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멍~했던 기억이 난다.
‘열심’이란 무엇일까?
한자를 찾아보면 뜨거울 열(熱)에 마음 심(心). 마음이 곧 심장이니까 한마디로 심장이 ‘열 받도록’ 애를 쓴다는 말이다. 심장은 사람 몸의 중심, 핵심이니... 이런 심장이 열 받으면 어떻게 될까?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떠올리면 더 쉽게 느껴질 것 같다. 그럴 때 우리가 찾는 약이 청심환이다. 청심(淸心), 열을 식혀서 심장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심장이 열을 받으면
“기는 안에서 흩어지고 혈은 기를 따라 흘러 영위가 혼란하므로 온갖 병이 공격한다.”
두통에 어지럼증, 갑상선 기능 항진증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열심’은 일종의 병증인 셈이다. 헐 ~ 그렇다면 나도 병증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걸리면 의욕만 앞설 뿐 정작 집중력은 떨어진다고 동의보감에 쓰여있다. 그리고 현대인에게 절대 부족한 것이 ‘수면과 집중력’이라고 하는데 생리적으로 보면 둘 다 ‘열심’ 증과 맞물려 있다. 내가 집중력이 떨어지고 잠을 설쳤던 이유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열심’ 병증에 시달렸던 거구나. 왠지 마음 한구석이 쓰라려 온다.
오늘의 포인트는 지나치지 않는 것. 뭐든 지나치면 몸에 해로운 법이다.
나를 충분히 배려할 수 있어야 비로소 좋은 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결론으로 동의보감 책을 덮었다. 쓰라린 마음을 추스르며 오늘은 뿌리채소로 음식을 해 먹어 보련다. 뿌리채소로 뜨근 뜨근하게 달구어진 심장을 차갑게 식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