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의 클래식 일기 26
겨울과 봄이 공존할 때, 볕 좋은 창가에서
듣기 좋은 곡이다.
냉정하고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유명한 지휘자 카라얀, 하지만 귀여운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앞에서는 딸바보 아빠처럼 무장 해제되었다. 지휘자와 연주자의 관계를 넘어 손주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같은 사랑이 느껴진다.
신통방통하다는 듯 애정이 듬뿍 담긴 얼굴로 눈을 맞추며 말하는 카라얀과 잘 알아들었다는 듯 자신감 충만한 표정으로 거장의 말에 귀 기울이는 어린 안네 소피 무터의 야무진 모습이 예쁘기 그지없다.
아들아, 너는 유럽 최고의 바이올린 솜씨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네가 바이올린곡을 열심히 쓰지 않는 것을 보니 아비가 무척 안타깝구나. 제발 신이 내린 재주를 썩히지 말기 바란다…….
박종호가 지은『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