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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성조 Sep 10. 2022

코롱 코롱 코로나

눈물 나게 감사한 풀코스 서비스

코로나19.

그것은 마치 오랜 시간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유명 오마카세 코스 요리와 같았다.

입소문이 엄청났다.

지인들의 수많은 전언이 들려왔다.


아주 대단한 요리가 잔뜩 나오더라!

에이 나는 그냥 별거 없던데. 그저 그랬어!

셰프님이 차원이 다르던데?  


예약이 이미 가득 차서, 내 차례는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았다.

무려 2년 하고도 9개월을 기다렸다.

나는 못 먹어보고 가게 문 닫으려나?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 네 여보세요.

- 축하합니다! 코롱 코롱 코로나 오마카세 코스 요리에 당첨되셨습니다!

- 지금요? 3일 후에 추석 연휴인데요?

- 네 고객님. 어쩌라고입니다.

- 잠.. 잠시만요. 저 열흘 후에 공연이에요. 그것만 끝나고요 그때 먹을게. 야!!! 잠깐만!!!

- 곧 코스 요리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쌩큐.


뚝.


이 새.. 아니 이 가게 불친절하다더니 진짜구나.

그런데 왜 이렇게 춥지?

 

다음날.

망할 오마카세 코스가 진짜 집으로 찾아왔다.

기가 막히는 요리들과 함께.


똑똑

똑똑

쾅쾅쾅쾅쾅쾅쾅

 

- 누구세요

-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코롱 코롱 코로나 레스토랑입니다. 어제 주문하신 오마카세 풀코스 서비스 제공차 방문드렸습니다.

- 안 오시면 안 될까요.

- 첫 메인디쉬는 최고 41도까지 직접 삶아 드리는 뜨뜻 따땃 고열입니다. 따뜻한 열기로 최상의 몸 습도를 유지시켜드리며, 고온과 동시에 시퍼렇게 마음 떨리는 오한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 메인 디쉬를 제일 먼저 주는 집이 어딨어... 차근차근 좀 살살...  

- 살고 싶다면- 입 다물고- 잠이나 주무십시오, 고객님!


그렇게 눈떠보니 다음날.


- 고객님 일어나셨습니까.

- 아직 안 갔나..?  

- 다음 코스는 숨 쉴 때마다 나오는 인후통 서비스입니다. 켈렉켈렉켈렉 콜록콜록콜록 쿨럭쿨럭쿨럭 쿠에에에에엑 중 어떤 스타일의 기침소리 원하시나요?  

- 다 싫어요.

- 네 그럼 4가지 모두 섞어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아!!!!!

- 아 고객님, 가래침 무한리필은 서비스입니다 감사합니다쌩큐.  


또 눈 떠보니 다음날


- 켈렉켈렉켈렉.. 이제 끝났나요?

- 고객님 일어나셨습니까?

- 콜록콜록콜록 일어났는데...

- 그럼 일단 좀 맞자. 쾅쾅쾅. 퍽 퍽 퍽.

- 아.. 아!! 아!!! 그만!! 그만!!!!!!!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 세 번째 디쉬 온몸 근육통 서비스입니다. 아직 서비스 완료까지 약 78회 남았으니 등부터 대주십시오. 저희 코롱 코롱 코로나 레스토랑은 항상 최상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합니다. 감사합니다 쌩큐.


화낼 힘도 없다... 다음날


- 오늘은 좀 살만하신지요.

- 켈록.. 예...

- 디저트...로 가면 아쉬우실 것 같아 코스 업그레이드 진행하였습니다. 3일 동안 제공되었던 고열, 인후통, 근육통 서비스를 랜덤으로 이틀간 다시 제공하고자 합니다.

- 저는.. 코스.. 업그레이드를 신청한 적이 없는데요...?

- 코스 업그레이드는 무료입니다 고객님! 걱정 마시고 즐겨주세요!


해탈하고 그렇게 다시 이틀...


- .... 디저트.. 디저트 내놔.. 내놓고 제발 꺼져..

- 네 고객님. 저희 코롱 코롱 코로나 레스토랑의 디저트는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 잔열감, 가래침, 식욕부진, 체력저하 총 5가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어떤 것으로 준비해드릴까요?

- 하... 뭐가 그나마 제일 나은 거지...? 잠시만요. 잠깐만 고민을..  

- 고민을 하실까 봐 5가지 모두 준비했습니다!

- 아 예...... 감사합니다...

- 코롱 코롱 코로나 레스토랑과 함께한 5일, 행복하셨나요? 저희 레스토랑은 향후에도 고객님을 위한 서비스를 항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필요하실 때 언제든 찾아주시길 부탁드리며 저희 서비스가 만족스러우셨다면 좋아요와 별점을 공식 홈페이지에 남겨주세요. 코롱~ 코롱~ 코로롱! 감사합니다쌩큐.  


쾅!


그렇게 그 일방적인 놈은...

지 말만 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다신 오지마.




 5일 동안 코로나 코스 요리로 기진맥진하다, 오늘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역시 건강이 최고!). 매번 울려대는 다른 작가님들의 알림에 양심에 찔리다가 한번, 무엇을 쓸까 한참을 고민하다 카페에서 또 한 번, 브런치 공모전 알람이 뜰 때 또 한 번,  장장 반년 동안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었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발행' 두 글자를 누르기가 얼마나 힘이 들던지. 대망의 코로나19에 드디어(?) 걸려 후기로 글을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꾸준한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는 말을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고픈 현실을 마주칠 때의 그 꿉꿉함!   


친절한 브런치 씨..  그래.. 고맙다..



 150일. 5달이나 지났다고? 생각해 보니 그랬다. 3월에 마지막 글을 쓰고, 5달.. 동안 내가 뭘 했더라? '바빴다'라는 핑계 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꾸준한 건 정말이지 무지하게 어렵고, 기록은 중요하다. 분명 우리 반 학생 중 누군가가 150일 동안 일기를 한 편도 쓰지 않고 깨작깨작 미뤄댔으면 쌩난리를 피웠을 거면서!


사실 브런치는 5달 동안 꾸준히 나에게 '친절한 경고'를 날리곤 했다.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60일이 지났어요!

작가님이 돌연... 사라져 버렸답니다!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120일이 지났어요!


쓸데없이 정확해서 내 뼈마디를 조각조각 내긴 하지만 나를 포기하지 않는 고마운 브런치.  


바쁘고, 익숙하고, 건조해진 일상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달려보련다!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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