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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so May 29. 2022

조카에겐 처음 써보는 편지

다온이가 선물해 준 뚱땡 핫도그


편지 봉투엔


사촌오빠, 새언니.

편지 내용이 교육관과 맞지 않다면 책만 선물할 .


이라고 썼다.


어쩌다 보니 다 푸르르




다온아. 혜원이 고모야.


여름이 되니 고모는 제주 바다가 많이 떠올라.

다온이도.


앞머리 넘 귀엽게 잘랐더라.

아빠만 없는 게 낫다고 했다며?

아빠가  몰라서 그래:-)


다온이가 쿠앤크를 좋아해서

고모에게 더 마음이 가는 조카일까.

고모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쿠앤크, 캔디바거든.


어쩌면

아이스크림이 더 좋은 선물이었겠다!

그럼 그건

치수 삼촌한테 사달라고 자!

010-4***-****


고모가 밤새워가며 공부도 해봤는데

공부가 모든 것에 정답은 아니었어!

엄마, 아빠가 옆에서

"뭐라는 거야! 고모  듣지 "라고 한다면

고모 말 듣지 말고, 꼭 엄마 말 들어야 해.


그런데 고모생각엔

엄마, 아빠는 이미 아는 것 같아.


그래서 고모도 많은 조카들 중에

다온이에게만 이렇게 비밀 편질 보낼 수 있었고.


한글 공부, 그림 그리기, 만들기, 물놀이, 인형놀이

다 재밌게 하고 있어?


"응!"이라고 대답했다면

다온이 요즘 엄청 행복하겠다~


"고모, 난 싫다가 좋다가 하는데?" 해도

물론 괜찮아.


딩동댕~도 좋지만

땡!도 들어도 되니까

틀리는 걸 너무 무서워 하지마.


고모가 숙제를 하나 줄 게.

고모가 보낸 토마토 수첩 있지?

그건 <다온이 소원 일기장>이야.


아침에 일어났는데

너무 하고 싶은 게 생겨서

유치원에 가기 싫은 날도 있잖아.

그럴 땐 거기에 적어두고 유치원에 가자.

친구들이 다온이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엄마랑 물놀이 가고 싶어!

아빠, 이 노래 듣고 싶어!

이런 것들을 적으면 돼.


혹여나 대통령이 되고 싶다거나

엘사 공주가 되고 싶다고 적는다면

고모가

될 수 있는 곳이 있나 한 번 알아볼게!


소원 일기에 적어뒀는데도

물론

못하는 것들이 생길 수도 있어.


갑자기 비가 올 수도 있고.

다온이가 너무 졸릴 수도 있고.

유치원에 다녀 왔더니

하기 싫어지는 것들도 있을 거야.


못한 것들 중에 아까운 게 있으면

거기에 별표로 표시해둬.

별표가 많아져서 고모가 필요해  

"혜원이 고모! 지금이야!"하고 전화 해.


제주의 삶을 선물한

엄마, 아빠에게 고마운 날이 꼭 올 거야.


삶이 다온이에게 아직은 너무 어려운 단어겠지?

바다, 들판, 모래, 꽃, 비, 눈, 바람, 물고기,

그리고 친구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그런 모든 거야.

고모도 아직 잘은 몰라.


다온이 곁에 책이 늘 함께 했으면 좋겠어.

만화책, 동화책 뭐든!


올 여름에도 제주 바다에서

실컷 천방지축 뛰어놀길!


조금 더 크면 비행기 타고 서울에도 놀러와.

공항으로 데리러 갈게.

서울 할머니도 만나고

놀이공원도 가고, 박물관도 가자.

 

여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다온에게

혜원이 고모가






밝고 붙임성이 좋은 다온이에게 더 마음이 가는 건, 사촌오빠 때문이다.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신경을 많이 써줬다. 이사도 도와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벗겨진 매니큐어로 다니지말고 차라리 그냥 맨손으로 다녀 임마~라고 잔소리도 해줬다. 어릴 때 이효리 패션이 유행했을 때 카고 바지를 구해서 시골로 보내주기도 했다.


서울에 살았던 오빠가 불현듯 다온이가 아주 어렸을 때 제주로 떠났다.


작년에 제주에 촬영을 하러 갔다가 코로나 확진자랑 숙소를 같이 쓰는 바람에 자가격리를 한 적이 있는다. 그때도 반찬이랑 커피를 바리바리 싸들고, 제주 끝에서 끝으로 와줬다. 그 영화 현장이 아주 극악무도해서.. 삼개월 뒤에 박차고 나왔을 때도 오빠가 데리러 와줬다.


오빠가 해준 것들이 정말 쉽지 않았던 일이란 걸 안다. 과연 나는 이렇게 한걸음에 와 줄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나는 사촌 동생이 없다. 그래서 더 모르겠다.


작년에 집안일로 내가 포효를  적이 있는데, 여전히  균열을 없었던 일론 못하겠다. 그래서 오빠한텐  미안하다. 그냥 좋은 것들만 나눌  밖에.


다온이가 자연 속에 살고 있어서 꼭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무럭 무럭 제주를 많이 사랑하며 자랐으면 한다. 정말로.



5월 28일의 일
- 결국 정형외과에 다녀왔다 : 매우 심각한 상태. 80대 할머니 목이랑 비교해주셨는데 내 목이 더 못쓸 목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백수 위기. 알바 급구.. 그런데 치룔 받고오니 손이 더 저린다.
- 엄마가 보내줬던 소고기가 문득 떠올랐다. 구워서 비빔면이랑 먹었다.
- 오미자 에이드를 4잔이나 마셨다. 여름 별미. 오미자 원액 문의는 댓글로(농담)
- 영화 <와일드> : 얼마 전 앞부분을 보고 오늘 뒤이어 봤다. 너무 좋아서 또 봤다. 주변 영화인들, 좋아하는 작가님께도 추천했다. 백수 일지의 소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 사랑 나눔회 : 여름맞이로 청명한 프사로 바꾼 훈밤 작가님에게, 여전히 재밌게 살고 있는 러블리 선에게, 늘 아름다운 황박사 언니에게, 내가 아는 사람 중 제일 일도, 인간관계도 멋지고 행복하게 하는 언니에게.
- 사랑 돌림회 :  무수히 흔들리는 나에게 다혜, 쏭, 챙이 이틀꼴로 연락을 준다. 예쁜 가방을 고보와 구발이에게 받았다. 간식으로 맛있는 옥수수 스콘과 커피를 선진이가 사줬다. 아! 그리고 정말로 고마웠던 연주의 장문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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