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so May 29. 2022

조카에겐 처음 써보는 편지

다온이가 선물해 준 뚱땡 핫도그


편지 봉투엔


사촌오빠, 새언니.

편지 내용이 교육관과 맞지 않다면 책만 선물할 .


이라고 썼다.


어쩌다 보니 다 푸르르




다온아. 혜원이 고모야.


여름이 되니 고모는 제주 바다가 많이 떠올라.

다온이도.


앞머리 넘 귀엽게 잘랐더라.

아빠만 없는 게 낫다고 했다며?

아빠가  몰라서 그래:-)


다온이가 쿠앤크를 좋아해서

고모에게 더 마음이 가는 조카일까.

고모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쿠앤크, 캔디바거든.


어쩌면

아이스크림이 더 좋은 선물이었겠다!

그럼 그건

치수 삼촌한테 사달라고 자!

010-4***-****


고모가 밤새워가며 공부도 해봤는데

공부가 모든 것에 정답은 아니었어!

엄마, 아빠가 옆에서

"뭐라는 거야! 고모  듣지 "라고 한다면

고모 말 듣지 말고, 꼭 엄마 말 들어야 해.


그런데 고모생각엔

엄마, 아빠는 이미 아는 것 같아.


그래서 고모도 많은 조카들 중에

다온이에게만 이렇게 비밀 편질 보낼 수 있었고.


한글 공부, 그림 그리기, 만들기, 물놀이, 인형놀이

다 재밌게 하고 있어?


"응!"이라고 대답했다면

다온이 요즘 엄청 행복하겠다~


"고모, 난 싫다가 좋다가 하는데?" 해도

물론 괜찮아.


딩동댕~도 좋지만

땡!도 들어도 되니까

틀리는 걸 너무 무서워 하지마.


고모가 숙제를 하나 줄 게.

고모가 보낸 토마토 수첩 있지?

그건 <다온이 소원 일기장>이야.


아침에 일어났는데

너무 하고 싶은 게 생겨서

유치원에 가기 싫은 날도 있잖아.

그럴 땐 거기에 적어두고 유치원에 가자.

친구들이 다온이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엄마랑 물놀이 가고 싶어!

아빠, 이 노래 듣고 싶어!

이런 것들을 적으면 돼.


혹여나 대통령이 되고 싶다거나

엘사 공주가 되고 싶다고 적는다면

고모가

될 수 있는 곳이 있나 한 번 알아볼게!


소원 일기에 적어뒀는데도

물론

못하는 것들이 생길 수도 있어.


갑자기 비가 올 수도 있고.

다온이가 너무 졸릴 수도 있고.

유치원에 다녀 왔더니

하기 싫어지는 것들도 있을 거야.


못한 것들 중에 아까운 게 있으면

거기에 별표로 표시해둬.

별표가 많아져서 고모가 필요해  

"혜원이 고모! 지금이야!"하고 전화 해.


제주의 삶을 선물한

엄마, 아빠에게 고마운 날이 꼭 올 거야.


삶이 다온이에게 아직은 너무 어려운 단어겠지?

바다, 들판, 모래, 꽃, 비, 눈, 바람, 물고기,

그리고 친구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그런 모든 거야.

고모도 아직 잘은 몰라.


다온이 곁에 책이 늘 함께 했으면 좋겠어.

만화책, 동화책 뭐든!


올 여름에도 제주 바다에서

실컷 천방지축 뛰어놀길!


조금 더 크면 비행기 타고 서울에도 놀러와.

공항으로 데리러 갈게.

서울 할머니도 만나고

놀이공원도 가고, 박물관도 가자.

 

여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다온에게

혜원이 고모가






밝고 붙임성이 좋은 다온이에게 더 마음이 가는 건, 사촌오빠 때문이다.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신경을 많이 써줬다. 이사도 도와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벗겨진 매니큐어로 다니지말고 차라리 그냥 맨손으로 다녀 임마~라고 잔소리도 해줬다. 어릴 때 이효리 패션이 유행했을 때 카고 바지를 구해서 시골로 보내주기도 했다.


서울에 살았던 오빠가 불현듯 다온이가 아주 어렸을 때 제주로 떠났다.


작년에 제주에 촬영을 하러 갔다가 코로나 확진자랑 숙소를 같이 쓰는 바람에 자가격리를 한 적이 있는다. 그때도 반찬이랑 커피를 바리바리 싸들고, 제주 끝에서 끝으로 와줬다. 그 영화 현장이 아주 극악무도해서.. 삼개월 뒤에 박차고 나왔을 때도 오빠가 데리러 와줬다.


오빠가 해준 것들이 정말 쉽지 않았던 일이란 걸 안다. 과연 나는 이렇게 한걸음에 와 줄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나는 사촌 동생이 없다. 그래서 더 모르겠다.


작년에 집안일로 내가 포효를  적이 있는데, 여전히  균열을 없었던 일론 못하겠다. 그래서 오빠한텐  미안하다. 그냥 좋은 것들만 나눌  밖에.


다온이가 자연 속에 살고 있어서 꼭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무럭 무럭 제주를 많이 사랑하며 자랐으면 한다. 정말로.



5월 28일의 일
- 결국 정형외과에 다녀왔다 : 매우 심각한 상태. 80대 할머니 목이랑 비교해주셨는데 내 목이 더 못쓸 목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백수 위기. 알바 급구.. 그런데 치룔 받고오니 손이 더 저린다.
- 엄마가 보내줬던 소고기가 문득 떠올랐다. 구워서 비빔면이랑 먹었다.
- 오미자 에이드를 4잔이나 마셨다. 여름 별미. 오미자 원액 문의는 댓글로(농담)
- 영화 <와일드> : 얼마 전 앞부분을 보고 오늘 뒤이어 봤다. 너무 좋아서 또 봤다. 주변 영화인들, 좋아하는 작가님께도 추천했다. 백수 일지의 소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 사랑 나눔회 : 여름맞이로 청명한 프사로 바꾼 훈밤 작가님에게, 여전히 재밌게 살고 있는 러블리 선에게, 늘 아름다운 황박사 언니에게, 내가 아는 사람 중 제일 일도, 인간관계도 멋지고 행복하게 하는 언니에게.
- 사랑 돌림회 :  무수히 흔들리는 나에게 다혜, 쏭, 챙이 이틀꼴로 연락을 준다. 예쁜 가방을 고보와 구발이에게 받았다. 간식으로 맛있는 옥수수 스콘과 커피를 선진이가 사줬다. 아! 그리고 정말로 고마웠던 연주의 장문 메시지가 도착했다.
작가의 이전글 입춘대길...옆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