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뚜기 Jun 20. 2021

우리 집에 가전 파괴범이 산다.

가전 파괴범이지만 가정 지킴이입니다.

쾅!!!!!


잠깐 시선을 다르 곳으로 돌린 사이에 거실에서 땅이 울리고 무엇인가가 깨지는 듯한 정신이 번쩍 드는 소리가 난다...


티브이가 땅에 떨어져 내 둥글어져 있고 3살 난 아들은 엄마의 눈치를 본다.

얼른 가서 티브이를 들어 올려보니 티브이 액정이 박살나 있다.

참아야 하는데... 나는 참지 못했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세 살 난 아이가.. 뭘 안다고..

나는 또 그 아이에게 있는 힘껏 소리를 높여 야단을 쳤다

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아들은..

"엄마 죄송해요"

라며 대성통곡을 한다..


그 모습을 보니

그래.. 아이 안 다친 게 어디냐며 아이를 안아주고 화내서 미안하다고 내가 사과를 한다.

신혼 때 좋은 거 사겠다며 대기업 브랜드로 비싼 돈을 주고 산 티브이였는데..

그렇게 티브이가 박살이 났다.

사실 이걸보고 자칫 이성의 끈을 놓을뻔 했다


티브이 잔여물 들을 치우고 이제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이번에도 아이가 조용하다.

분위기가 싸하다.


조용하면 사고 치는 것.

이라는 아이들의 불변의 진리는 왜 틀린 적이 없나.

몇 달 전 정말 큰맘 먹고 산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를 형광펜으로 이쁘게 색칠 중이시다.

산지 몇달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눈물이 났다.

해도 해도 이건 너무 했다.


우리 집에 가전 파괴범이 산다.

집에 있는 그 어떤 물건도 손에 들어가면 30분 만에 엉망진창을 만들어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범인


정말 신기한 건.. 이날 하루에만 이 범인이 망가트린 가전이 몇백만 원.

하지만 나는 고작 잠시 범인에게 화를 냈을 뿐, 그런 범행(?)을 저지른 그날에도 난 범인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뽀뽀를 하고 같이 잠이 든다.

 

이런 게 부모의 마음인 걸까.

가전 파괴범이지만.. 그 누구보다 우리 가정을 지켜주는 가정 지킴이.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존재.

바로 나의 아이...

가전 파괴범 이어도 괜찮아.

건강하게만 자라길.


작가의 이전글 퇴근할 때"출근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