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하는데, 왜 하는 걸까? 부부의 의미가 대체 뭐길래.
이제 주변에는 결혼한 친구들도 많고, 그만큼 안 한 친구들도 많다.
이혼을 한 친구들도 있고, 동거를 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결혼은 이 사회에서 아주 흔한 일이니까,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 결혼에 대한 생각은 내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해왔던 것 같다.
20대 초반에 만났던 나보다 7살인가 많던 전 남자 친구 중 하나는 자신은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하는 것이 목표라며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었고, 나는 그럴 때마다 싫다고 했다. 스무 살을 갓 넘겨온 20대 초반에 결혼 같은 것은 절대 '지금은'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내 의사를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뭐 내 의사를 딱히 중요시하던 사람은 아니었어서. 그래서 그가 나를 소개한다며 나 몰래 둘이 있는 자리에 자신의 '엄마'를 부른 날에 나는 물리적으로 정말 온 힘을 다해 달려서 도망쳤다. "사실 엄마 조금 있으면 들어오실 거야, 주차하고 계신대"라는 말을 듣자마자 뛰었다. 절대로 마주치지 말아야지! 하고 벌떡 일어나서 카페를 뛰쳐나가서 큰길을 지나 어느 골목까지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정말 결혼 같은 것과는 조금도 가까워지고 싶지 않아서.
그러다 20대 중반 어느 날에는 갑자기 '결혼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이게 뭐 누군가를 만나 열렬한 사랑을 하고 있다거나, 안정된 가정을 가지고 싶다거나 하는 의도였으면 더 좋았으련만. 심지어 나는 이 '결혼이나 할까?'라는 갑자기 든 충동에 꽤 진심이었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니 나랑 결혼하자면 할 것 같은 사람이 있길래, "너 결혼하고 싶다고 했잖아, 나랑 하자!"라고 했는데 마침 또 그쪽도 그러자고 해서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어쩌고 진짜로 결혼을 할 뻔했다. 진심이었던 상대방에겐 지금까지도 미안한 마음이 얼마간 있지만, 나는 (결혼이나 할까 가 진심이긴 했지만) 정말 그럴 각오는 안 되어있었던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때 인생에 변환점 같은걸 만들고 싶은 기분이었고,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이 뭔가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 같아서 결혼이 하고 싶었다. 근데 막상 그 '변화' 한 번 이후에는 영원히 누군가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또 숨이 막혀서 그건 못할 것 같고. (그때 그럼 이혼하면 되지 하고 생각했다가, 그럴 거면 뭐하러 이 번거로운걸? 싶었다.)
30대를 넘어오고 나니까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이 또 바뀌었는데, 이제는 결혼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결혼을 해서 좋은 것은 무엇이며 해서 안 좋은 것은 무엇인가.
결혼 3년 차쯤 된 친구에게 "야, 근데 결혼의 장단점이 뭐냐?"라고 하니까 그 친구는 결혼의 장점을 '결혼식을 통해 "이 사람은 내 거다!"라는 사회적 공표를 하고 법적으로도 이 사람은 완벽하게 자기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했다. 단점은 잘 모르겠다고. 제법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하긴 했지만, 나로서는 썩 이해 가는 감각은 아니었다.
그게 꼭 뭐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필요한 일인가? 혼인신고를 해서 나라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법적 지위라는 게 나에게는 누군가를 완벽한 자기 것으로 느끼고 '가족'으로 느끼게 해 줄 매개처럼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저것 번거로운 일이긴 하지만 '이혼'이라는 옵션이 있는걸? 사실 나는 혼인신고라는 것을 약간 '상대방을 썩 신뢰하고 있지는 않아서 법이라는 제도와 서류 따위로라도 곁에 묶어놓고 싶은 불안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굳이 말하진 않았다.
그래서 내가 결혼의 '장단점'을 물어봤을 때 사실 나는 저런 대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원했는데, 말하자면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법적 지위의 장단점을 알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결혼을 '매일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어서'한다고 하지만 그럼 그냥 같이 살면 되는 일이고.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는 건지, 수많은 사람들이 하는데 그럼 뭔가 이점이 있어서 하는 것 아닐까 싶어서. 낸 만큼 축의금 돌려받고 싶어서라거나, 부모님이 원하셔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는 아닐 거 아냐.
그래서 결혼의 장단점이라고 각종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봤는데, 뭐 '국제결혼의 장단점'이러던가 '연상연하 커플 결혼의 장단점' 뭐 이런 것들이나, 사랑이니 심리적 안정이니 그런 두루뭉술한 얘기가 많았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왜 이런 중요한 거(?)에 장단점을 정리해 둔 글이 없어??
백과사전에도 결혼을 '중요한 사건'이라고는 하는데 명확히 장단점을 짚어주진 않는다. 심지어 결국 마지막 줄은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로 끝나버리는 요약.
자,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결혼의 장단점'이 정리된 글이 없는 것 같으니 이제 내가 검색을 통해서 알아낸 정보들을 취합해서 알아낸 바 대로 직접 써보겠다.
예를 들어 내가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거나 뇌사여서 장기기증을 해야 할 때(신청은 해해뒀거든) 법적 보호자이자 결정권자가 내가 선택한 내 배우자가 된다. 나처럼 등본상 가족들과는 연을 끊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꽤 큰 이점이다. 경찰서에서 법적 보호자 데려오라고 한다거나 해서 그쪽으로 연락이 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배우자가 상속 1순위인 직계비속과 함께 1순위로 올라 공동상속을 받는다. 사실혼 관계는 상속권이 없다고 나오는데 가끔 아닌 케이스도 있는 모양이다. 내 사망으로 득을 보는 사람이 내가 선택한 사람이면 그거 꽤 좋긴 하겠다. 이 사망 케이스에 대비해 유언장을 써서 공증을 받아야지 하면서 벌써 몇 년이 흘렀는지... 혼인신고를 하면 일정 부분 내가 선택한 사람에게 내 유산이 자동적으로 상속된다는 것은 이점이지.
이건 오래 같이 산 부부에겐 해당사항이 없다만 결혼한 지 7년 이내의 부부들에게는 해당이 되는 혜택이다. 대출금리 혜택은 사실 은행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른 것 같더라.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정부가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제공하는 혜택으로 보인다. 애를 키울 수 있을만한 집만 있으면 애를 낳겠지 한 모양인데, 그 뭐 새들만 봐도 사실 둥지만 만들어지면 다가 아니다. 신혼부부에게 대출이 더 잘되고 그런 건 혼인신고를 하면 법적으로 경제공동체가 되니까 경제적 신뢰도가 올라간다던가 그런 이유겠지?
이건 케이스마다 다른 것 같은데 한쪽이 무직이고 한쪽이 직장에 다닐 경우 피부양자 자격을 얻어서 배우자 건보료에 무임승차(?)가 가능해진다. 이것도 법적 경제공동체라고 봐서 그런 듯.
내 재산을 남에게 양도하거나 증여하면 세금을 내야 하는데(세율은 그 금액의 액수나, 증여한 재산의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르다), 법적 부부 사이가 되면 6억까지는 증여세가 비과세란다. 예를 들어 홈택스에서 증여세 모의계산을 해봤을 때 아버지가 자식에게 5억을 증여한다고 하면 873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부부라면 이걸 안 내도 된다는 것. 이것도 역시나 경제공동체 개념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부동산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면 큰 이점이 될 수도 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법적 부부가 아니면 아이의 출생신고에 제한이 좀 생기는 모양이다. 법적 부부가 아니면 출생신고는 아이의 어머니가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동거하는 친족이나 분만에 관여한 의사, 조산사 등이 차례로 신고의무자가 되는데 여기에 아이의 아버지는 해당되지 않는다. 일단 과학발전 이전에는 친자확인이 어렵기도 했겠다 싶다. 아무나 아버지라고 우길 수 있는 상황을 막으려고 한 것 같은데 이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미혼부들이 출생신고를 못 해 애를 먹는일이 있다고 하니 애매한 제도다.
(어떤 경우에는 매매혼이나 이민을 위한 위장결혼을 막기 위해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 할 때도 있다) 아, 이때 상대의 국적이 EU 가입국이면 EU 가입국 모두에 자유롭게 체류할 수 있으니 뭔가 보너스 같은 느낌.
예를 들어 내가 결혼 한 사람이 이미 주택을 구입한 이력이 있다면, 나까지 하나로 묶여서 생애최초 주택구입의 여러 혜택을 못 받게 되는 것이다. 아마 신혼부부 특공에서도 제외될 거다. 생애최초는 생각보다 혜택이 꽤 많은데 특별공급, 취득세 50% 감면, 대출 이자 감면 등등 이런 혜택을 혼인신고를 안 하면 둘 다 누릴 수 있겠지만, 혼인신고 시엔 그렇지 않다.
이 역시 법적 부부가 되면 경제공동체니까 한 가정으로 보고 각자 하나씩의 집을 가지고 있어도 다주택자가 되는 원리로 보인다. 1 주택자가 또 다른 1 주택자와 혼인하여 1세대 2 주택을 보유하게 되면 2 주택자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1 주택자와 2 주택자는 세율이 제법 차이가 나는데 혼인신고 후 5년은 봐준다는데 이후는 얄짤없다.
예를 들어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의 경우 1인 가구면 연소득 7천만 원 이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부부가 되면 합산해서 연소득 85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이건 뭐 부부가 되면 한 사람은 일을 하지 말라는 건가 싶기도 하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혼은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경제공동체가 와해되는 과정에서의 재산권 다툼이 역시 가장 큰 단점이 될 것 같다. 이혼은 한쪽이 원한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또 아니어서 "들어올 땐 네 맘이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같은 느낌이다. 둘이 합의해서 결혼했으니 이혼도 합의가 잘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이 부분이 법적 부부가 아닌 커플들과 다르다. 혼인신고를 안 했으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리 헤어져"하면 헤어지는 건데, 법적 부부는 헤어지는 과정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쪽이 결혼생활을 그만두고 싶어도 법적으로는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생기니까, 이건 상황에 따라 단점일 수도 장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건 상대방이 인생에서 영원히 지우고 싶은 이름이 되어 이혼하는 경우에는 꽤나 짜증 날 것 같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가끔 그 이름을 내 개인정보 서류에서 발견하게 될 테니까. 2006년작 연애시대라는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은호는 이혼한 전남편 동진을 "내 호적을 더럽힌 남자"라고 친구에게 소개한다.
일단 여기까지가 내가 찾아본 결혼의 장단점이다.
내가 결혼을 해봤으면 더 잘 알겠지 싶기는 한데, 아직 안 해봐서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정도는 고작 이 정도이다.
내가 나열한 장단점보다는, 심리적 만족감이나 안정감이 장점이고 공동생활에서 오는 불편함이나 성격차이 따위를 결혼의 장단점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겠지 아마도. 근데 그건 동거를 해도 똑같이 가지는 장단점이라 딱히 혼인신고를 한 법적 부부로의 장단점이라고 볼 수 있나 싶다.
시작할 때 말했듯, 내 주변에는 결혼하길 잘했다고 행복하게 사는 부부도 있고, 이혼한 경우도, 그리고 독신으로 잘 살거나 동거를 하는 경우도 다 존재한다. 결혼식은 올리고 혼인신고는 안 하는 경우도 있고, 혼인신고는 하지만 결혼식은 생략하는 경우도 봤다.
누구는 한 번은 해보라고 하고 누구는 절대 하지 말라고 진지하게 조언하는 결혼. 하지만 나는 딱히 내 일에는 남의 의견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 아니다. 나는 앞서 나열한 것 같은 이런저런 최대한의 정보를 모아 현재의 내 상황에 미루어 보아 판단했을 때 결혼을 할 마땅한 이유가 있는지를 더 고민해 볼 것이다. 새삼 내 자신이 낭만이라고는 모르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혹시나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분들이 계신가 싶어서 써 본 이 글은 오늘은 여기서 마친다.
*결혼해보신 분들이나 아닌 분들이나 결혼의 장단점에 대해 더 아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자세한 결혼에 관한 법률적 지식은 여기서 아주 잘 정리해주셨으니 참고하세요!
https://m.easylaw.go.kr/MOB/CsmInfoRetrieve.laf?csmSeq=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