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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wabb Oct 04. 2024

흑백요리사로 보는 스타트업 성공 레시피

흑백요리사와 스타트업의 공통점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회차가 거듭할수록 낯선 요리사에게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공통점이 엿보였다. 요리사들이 각 라운드에서 역량을 증명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비로소 자신의 철학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스타트업이 여러 투자 라운드를 거쳐 성장해 가는 과정과 매우 닮아있지 않은가요?




1라운드: 흑수저 결정전 - 역량의 검증


첫 번째 라운드에서는 80명의 흑수저 요리사들이 자신만의 기본 역량을 증명해야 했죠. 요리사들은 각자 시그니처 요리를 준비하고 이를 평가받았습니다. 시드 단계에서 스타트업이 창업팀의 핵심 역량, 아이디어의 잠재력 등으로 투자 유치 하는 과정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주제랑 별개이기는 하나, 프로그램 전반에 패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라운드를 지켜보는 백요리사의 설명을 통해 비전문가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해설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문 지식을 습득할 뿐 아니라, 심사위원으로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화려한 경력의 백요리사들이 서바이벌 특성상 1라운드를 참가하지 않은 것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2라운드: 1vs1 흑백 대전 - wow 모먼트


2라운드에서는 흑수저 요리사들이 백수저 요리사들과 1:1 대결을 펼쳤습니다. 주어진 재료를 활용해서 오직 맛으로만 평가를 받았죠. 마치 초기 스타트업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직 제품으로만 고객에게 wow모먼트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요?


백요리사가 시장 선점자라면 흑요리사는 스타트업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백요리사들이 압승할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11:9라는 박빙의 승부를 흥미롭게 봤습니다. 심지어, 그중 일부는 세미파이널 라운드까지 진출했죠.


모든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유니콘이 되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성장한다는 것을 상기시켰습니다.




3라운드: 흑백 팀전 재료의 방 - 확장 가능성


그렇게 고객에게 wow 모먼트를 주면, 이제 스타트업은 확장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라도, 마법을 부리지 않는 이상, 제한된 시간 내에 quality control 된 100인분을 만들 수는 없잖아요. 일관된 품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상도 높은 목표를 공유하는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 많은 조직의 성공 사례로 알 수 있죠. 육류를 맡은 흑요리사, 해산물 요리를 담당한 백요리사팀이 이상적인 리더십과 팀워크의 예시 같아요.


물론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확장 가능성의 핵심은 대중의 공감대에 있습니다. 알덴테 리조또는 심사위원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해 결국은 팀 전체가 탈락하게 되었죠.


제품의 가치를 시장에 설득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확장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흑백 요리사 모든 라운드 중 3라운드에서 최현석 셰프의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주방에서 셰프보다 더 높은 게 있다. 재료다.


우리 모두 유한한 자원으로 살고 있기에,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지 않을까요? 자원을 이기는 역량은 없는 것 같습니다.




패자부활전: <편의점> - 시장에 대응하는 법


1라운드는 자원이 풍부했어요. 참가자들이 최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이 제공됐죠. 2라운드는 주재료만 정해졌고, 나머지 자원은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풍부했어요. 3라운드는 육류, 해산물 등 고퀄리티의 재료였지만, 수량이 제한적이었죠. 그리고 패자부활전은 편의점 재료, 극한의 한정된 자원에서 진행됐습니다.


개인의 욕망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에 따라서 시장도 변합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시장에서 게임을 하는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최선의 결과물을 선보여야 하는 시험을 치릅니다. 모두가 메인 디시를 만들 때 나폴리 맛피아는 디저트로 차별화하여 압도적인 점수로 합격했죠.


유연하게 시장에 대응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히 보여줬던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4라운드: 레스토랑 미션 - 지속가능성


4라운드까지 보면서, 하나의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요리사의 철학을 담아내는 장면을 보며 요리사는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요리는 미술 작품과는 달리 일시적이고, 완성된 순간부터 가치는 급격히 줄어들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자본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준비 시간 도중 팀원을 한 명씩 방출해야 하는 룰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쩌면 생존을 위해 잔인한 결정을 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매력적인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입니다. 결국 자본과 자원의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예술가든 사업가든 작품 혹은 제품을 세상에 선보일 수 없으니까요.




파이널 라운드: 인생을 요리하라 - 비전과 미션


AI가 난무하는 시대에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성은 고유한 이야기와 경험이죠. 세미 파이널 1차 미션에서 요리사들이 자신의 인생을 단 하나의 요리에 담아냈어요. 앞서 여러 라운드를 거치면서 검증된 자만이 자신의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사치를 얻게 된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씁쓸하지만 현실적이었어요.


성공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만이 비전과 미션을 널리 퍼뜨리며 영향력 확장하는 과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마무리하며..

요리사든 스타트업 창업가든, 그들의 여정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는 도전의 연속입니다. 예술적인 감각과 비즈니스적 통찰이 혼재된 이 게임에서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사람을 결국 큰 틀 안에서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제작진의 촘촘한 기획력에 감탄하며, 하루빨리 마지막 라운드를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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