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흔 살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리 Dec 14. 2022

아들 그리는 엄마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그런 자녀의 오늘을 남기기 위해 부모들은 사진을 애용한다. 화실을 다닌 이후 나는 아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은 소망이 생겼다.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아이의 사진 중 하나를 고른다.
2. A4 사이즈로 출력한다.
3. 스케치북에 같은 비율로 그린다. (연필 소묘)
4. 스캔한다.
5. 디지털 브러시로 채색한다.
6. 출력한다.

'음, 이 정도면 충분해. 아들도 좋아하겠지~?'


혼자 흡족해하면서 아들에게 보여주었다. 아들은 이내 익숙한 골목길임을 알아보았다.


"엄마는 어딨어?"


나는 아들의 시큰둥한 대답에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하나하나 공들여 색칠한 벽돌도, 개구진 표정의 토토로 캐릭터도 아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아들이 좋아하는 뽀로로였으면 반응이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


'너는 그림 안에서조차 엄마와 함께 하길 바라는구나!'


결국, 엄마 만족 프로젝트가 되었다. ^^


아들의 사진 앨범을 돌아보았다.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와 찍은 사진은 많지만 나와 찍은 사진은 손에 꼽았다. 사진 찍히기를 기피하는 나의 성향도 한몫했다.

'앞으론 엄마도 너와 자주 사진을 찍을게. 너만의 시간이 아닌 우리의 시간을 기억할 수 있게.'

매거진의 이전글 첫 그림 판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