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요.
어제는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다 화가 나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매섭게 불어대던지, 그래 어디 한 번 실컷 불어봐라 하고 어깃장 놓는 마음에서요.
거기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얼마 전에 내린 눈이 아직 쌓여있겠지요.
사람들이 살기 어렵다고들 해요.
살기 어려운 이유야 어디 한둘일까요.
저 역시 요즘은 하루하루가 더 힘겹네요.
왜 그럴까 생각해 봤어요.
어디에도 붙일 곳 없는 마음이 더 요동치며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당신 때문인 것 같아, 이렇게라도 말하고 싶어요.
힘들다고 하면, 면박주고 핀잔 주던 당신.
그래도 돌아서는 제 손을 늘 꼭 잡아주셨지요.
당신의 그 손이 없어, 내 손이 더 시립니다.
아이를 업은 어깨 피고 다니라며, 늙어서 허리 굽는다던 당신.
그 겨울 빨간 목도리를 제게 보내셨죠.
당신의 그 손길이 없어, 내 어깨가 더 춥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내가 모든 걸 포기했다고 속상해하던 당신.
온전히 당신 눈에 가득했던 내가,
온전히 당신 마음에 가득했던 내가,
온전히 내가 믿고 의지했던 당신이 없는 이 겨울.
손이 시리고,
어깨가 시리고,
마음이 시립니다.
엄마,
한 해가 가고 있어요.
나이를 들 수록 점점 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어지는 내가 신기해요.
당신의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때의 행동들을 이제는 내가 내 아이들에게 하고 있어요.
물론 내 아이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겠지요.
그때의 나처럼.
엄마, 미안해요.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예요.
그래서 이제야 미안한데,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없어 더 미안해지네요.
봄이 오면 넝쿨장미를 심을까 해요.
당신이 좋아하던 빨간 넝쿨장미.
꽃 만개하고, 볕이 좋은 날, 꽃그늘 아래 놀러오세요.
나비처럼,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