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구조 분석 : <승리호>
<승리호> 스토리가 문제라고??
여러분은 이 글을 읽으면 <승리호>의 시나리오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시게 될 겁니다. 줄거리가 외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을 지금 나가시고,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다시 오시길 권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승리호>는 총 10개의 스테이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 스테이지와 열 번째 스테이지는 인트로와 아웃트로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스테이지는 가운데 있는 8개입니다. 즉, 이 8개의 스테이지에서 <승리호>의 중심 사건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8개의 스테이지는 다시 각각 하나의 작은 사건들로 나뉘어집니다.
따라서 인트로와 아웃트로에서 무엇을 보여주는지 확인하고, 가운데 8개의 스테이지 각각에 이름표를 붙이면 <승리호> 내용의 전체 지도가 그려지겠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인트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중영화라면 십중팔구 주인공들이 현재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무대의 배경에 있는 것들을 전달합니다. 판타지나 시대극을 볼 때 흔히 “세계관”이라고 부르는 것의 기본적인 내용이 여기서 설명되는 것입니다.
<승리호>에서는 UTS가 구축한 우주거주구(space habitat), 그리고 황폐화된 지구 사이의 위계 관계가 설명됩니다. 이게 무대의 배경이겠죠? 이때 UTS 창립자 설리반의 인물 소개가 간략하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승리호와 승리호 팀원들 소개가 이어집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우주 쓰레기 수거고, 구성원으로는 태호, 장선장, 타이거박, 업둥이가 있다.
정리하면, 인트로에서 UTS와 창립자 설리반, 승리호와 승리호 팀원들 소개가 이루어졌습니다. 아웃트로인 열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가운데 8개의 스테이지를 거친 이후에 승리호 팀원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줍니다. 그럼 인트로와 아웃트로가 대조 구도를 갖는 셈이지요? 강조해두겠습니다. *인트로와 아웃트로가 대조 구도를 갖는다.
자, 이제 중심 사건이 펼쳐지는 8개의 스테이지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승리호-도로시-UTS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는 것 같지만, 시나리오 구조 자체는 아주 단순합니다. <승리호> 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시나리오 구조는 원래 단순합니다. 확인해보시죠.
먼저 이름표를 붙여보겠습니다.
2 등장인물 소개
3 도로시 거래
4 토마토 장사
5 꽃님 납치
6 UTS 기동대의 습격
7 강현우와의 두번째 접선
8 꽃님 구출 작전
9 폭탄 처리
※인트로의 등장인물 소개와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의 등장인물 소개가 어떻게 다른지는 아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여덟개의 스테이지는 또 반으로 나뉩니다. 즉 2, 3, 4, 5가 한 묶음, 6, 7, 8, 9가 한 묶음입니다. 다섯 번째 스테이지와 여섯 번째 스테이지 사이에서 전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섯 번째 스테이지부터는 UTS가 강력한 악당으로 성격이 바뀌고, 선악 구도가 분명해집니다. 왜냐하면 다섯 번째 스테이지 막바지에서 UTS의 실체와 음모가 밝혀지기 때문이죠. 이것도 강조해두겠습니다. *2, 3, 4, 5가 한 묶음, 6, 7, 8, 9가 한 묶음이다. 다섯번째 스테이지와 여섯번째 스테이지 사이에 전환이 일어난다.
그럼 가운데 있는 8개의 스테이지의 구조가 파악되셨지요? 이번에는 각 스테이지의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두번째 스테이지에서는 본격적인 등장인물 소개가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인물소개는 인트로에서 이루어졌던 인물소개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인트로의 인물소개에서 전달한 내용은 기초 정보로, 배경에 놓이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두번째 스테이지에서 전달하는 내용은 앞으로 펼쳐지게 될 사건과 이어지는 것들입니다. 일단 승리호 팀원들의 인물 층위를 조금 더 두텁게 만듭니다. 승리호가 의외로 성능이 좋은 함선이다, 부터 시작해서 태호는 순이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팀원들도 다들 돈이 궁하다, 타이거 박은 허세가 좀 있고, 업둥이는 성형 수술이 하고 싶고 … 이런 내용들을 알려줌으로써 관객들이 이 인물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진원지인 트러블메이커, 도로시가 소개됩니다. 뉴스를 통해서 검은 여우단이라는 테러 집단이 있고, 이 검은 여우단이 도로시를 데려갔는데, 도로시는 대량 살상 무기인 로봇이다 … 등의 내용들을 전달합니다. 그러다가 시퀀스 마지막에는 승리호 팀원들이 우연히 도로시를 발견하고 도로시를 승리호에 태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세번째 스테이지의 사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세번째 스테이지 뿐만 아니라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됩니다.
만약에 여러분들이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고 싶으시다면, 이야기의 얼개가 갖춰지는 이 초반부를 주의깊게 보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다음부터는 전개가 단순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초반부를 잘 파악해두면 그 다음부터는 전개가 단순하기 때문에 기억하기가 쉬워집니다.
정리하면 두번째 스테이지에서는 본격적인 등장인물 소개가 이루어지고 트러블메이커인 도로시가 승리호에 탑승하게 됩니다.
세번째 스테이지의 사건은 도로시 거래입니다. 승리호 팀원들이 도로시를 긴히 찾고 있는 강현우라는 사람에게 접선해서 도로시의 몸값으로 200만 달러를 받으려고 합니다. 접선하는 장소가 클럽인데 도로시는 혼자 돌아다니고, 잠복해있던 UTS 기동대의 습격까지 더해져서 거래는 실패하게 됩니다.
네번째 스테이지에서는 한층 더 심화된 등장인물 소개가 이루어집니다. 설리반과 도로시의 감춰진 면모가 조금씩 드러나고, 도로시의 한국 이름이 꽃님이라는 것도 여기서 확실하게 알려줍니다. 그런데 네번째 스테이지의 이름표가 왜 토마토 장사일까요? 네번째 스테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태호와 꽃님이가 친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이 같이 토마토 장사를 하지요. 업둥이가 꽃님이 화장시켜주면서 태호의 과거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다섯번째 스테이지의 사건은 검은 여우단의 꽃님이 납치입니다. 납치범 일당이 승리호 팀원들에게 손쉽게 붙잡히면서 납치 사건은 허무하게 일단락되는데, 여기서 UTS의 실체와 설리반의 음모, 꽃님이의 특별한 능력이 밝혀지게 됩니다. 마침 UTS 기동대의 습격이 시작되며 다섯번째 스테이지가 마무리됩니다.
중심사건의 전반부여섯번째 스테이지부터 아홉번째 스테이지까지는 본격적인 액션 활극입니다. 내용으로 정리하면 단순합니다.
여섯번째 스테이지는 승리호 팀원들이 꽃님이와 함께 UTS 기동대의 습격으로부터 도망치는 과정,
일곱번째 스테이지에서는 꽃님이 아빠 강현우 박사와 접선하다가 UTS의 함정에 빠져 검은 여우단과 강현우 박사는 사살되고 꽃님이마저 UTS에 빼앗기게 됩니다.
여덟번째 스테이지는 꽃님이를 구출하는 과정,
아홉번째 스테이지에서는 꽃님이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수소 폭탄을 처리하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중심사건의 후반부어떻습니까? 단순하지요? 전환이 일어나는 다섯번째 스테이지와 여섯번째 스테이지의 경계는 러닝타임의 절반인 한 시간 즈음입니다. 그러니까 구조적으로 보면 <승리호>의 시나리오 구성은 꽤나 잘 짜여진 셈입니다.
그런데 요즘 <승리호>의 스토리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 걸까요? 심지어 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스토리가 그렇게 중요한 영화도 아닙니다. 예쁘고 잘생긴 배우, 화려한 그래픽과 음향효과 … 이런 게 초점인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 아쉽다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이 문제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승리호>를 분석해보겠습니다.
그럼 <승리호>의 시나리오 구조를 다시 한 번 정리하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10개의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과 끝은 인트로와 아웃트로이므로 실질적으로는 8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8개의 스테이지는 다시 4개씩 반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UTS의 실체 및 인물들의 배경이 밝혀지는 과정,
후반부는 UTS로부터 꽃님이를 구하는 액션 활극.
중심 내용은 승리호 팀원들이 강현우 박사와 꽃님이를 거래하는 과정에 뒤가 구린 UTS가 이들을 공격하는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