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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경옥 Nov 15. 2022

반복되는 일상 속 재미를 찾고 싶다.

취미가 없는 나를 분석하는 시간

‘평생직장’을 목표로 하고 입사를 간절히 원했던 적이 있다. 열심히 공부해 결국 그 직장의 사원이 되었다. 이 회사에서 뿌리를 내리고 평생 몸 담겠다는 포부로 첫 출근을 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마음은 몇 달도 가지 않았다. 어느 날은 직장에서 할당해준 내 공간, 내 자리에 앉아 주위를 살펴보았다. 회사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바쁜 움직임도 반복되는 일상의 하나일 뿐이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하나의 가상현실로 표현한다. 모든 사람은 꿈속에 살고 있는데 그걸 알아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직장도 하나의 가상현실이고 하나의 세상에서 그저 바쁘게 반복적인 일상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공간은 불규칙하면서도 소득의 증대를 한 마음 한뜻으로 염원하는 사기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람이 적응의 동물인 게 가끔은 싫기도 하다. 물론 신입사원이라 연차가 높은 선배들의 시야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입장이긴 했어도, 회사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이슈가 생기면 그 사안에 따라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예상이 되었다. 평생직장을 염원했는데 마치 모든 상황이 태어나서부터 원래 익숙했던 일인 양 금세 적응되었다. 이 직장에서 10년 뒤를 맞이하는 내 모습이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았다. 입사하고 싶어 쩔쩔맸던 과거의 간절함은 이미 잊은 지 오래다.


직장도 계절 같을 수는 없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보고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 따뜻한 봄이 뜨거운 겨울이 되고, 선선한 가을이 추운 겨울이 된다. 한 계절이 끝나고 서서히 다른 계절로 넘어가려 할 때면 지난 계절이 그립다. 하지만 다음 계절이 올 것을 기다리며 설레기도 한다. 직장도 그리움과 설렘을 가지고 출퇴근할 수는 없을까. 그렇다고 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직장에 대한 낭만은 무엇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은 ‘소득’이 생긴다는 그 자체가 낭만이 아닐까. 가상현실이던 아니든 간에 직장은 나를 거둬주고 소득을 주는 고마운 곳이다.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일하고 그만큼 돈을 벌면 되는 것이다. 수입 그 자체만으로도 출근하고 엉덩이를 자리에 딱 붙이고 앉을 수 있는 인내심을 발휘할 명목이 있다. 


요즘은 평생직장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어색한 시대라고 한다. 그 와중에 평생직장이 목표였던 건 취업 준비생의 입장에서는 입사가 곧 최종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고달픈 삶이 직장을 얻는 순간 해결될 거라는 달콤한 상상이었다. 일단 이번 생에서는 평생직장이든 아니든 그로 인해 얻는 소득은 포기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직장 생활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즐거운 일을 찾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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