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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경옥 Nov 18. 2022

퇴근하고 집에서 뭘 해야 할까. 주말엔 뭐 하지.

취미가 없는 나를 분석하는 시간

칼퇴를 추구한다. 직장에서 정해준 근무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은 직장인의 미덕이다. 손가락이 지칠 정도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다가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일어선다. 드디어 직장을 벗어나 나의 세계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제 뭐하지?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너는 퇴근하면 집에서 뭐해?”


“그냥 TV 보고 집안일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끝나지 뭐.”

“남자 친구랑 데이트 하지.”

“그냥 누워서 폰 게임해.”


다양한 답이 왔지만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냥 TV를 보고 집안일을 한다는 친구는 매일같이 TV를 보고 재미를 느끼는 것일까. 드라마도 예능도 매일 하진 않는데 요일마다 보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일까. 넷플릭스를 틀어 매번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집안일이 끝이 없는 것은 인정하지만 매일 집을 정리하고 세탁기를 돌리는 것일까. 집안일에는 눈이 어두운 편이라 더 깊이 탐구할 수는 없다. 


퇴근 후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한다는 친구는 데이트를 매일 하는 걸까. 데이트에선 어떤 걸 하는 걸까.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겠지. 영화도 보고 가끔은 전시회에 가볼 것이다. 그리고 또 무엇을 하지. 사랑의 힘이 있으니 같은 걸 반복해도 또 다르게 괜찮은 걸까. 


누워서 폰 게임을 하면 질리지 않는 걸까. 게임을 질려하지 않아 밤새도록 피시방에 모여 있는 친구들을 보긴 했다. 퇴근하고 게임할 생각에 설렌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다.


직장에 야근하며 남아 헌신하고 싶지는 않다. 딱 정해진 정도로만 책임을 다 하고 퇴근하려 한다. 나도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work’는 했는데 내 ‘life’를 찾는 것이 어렵다. 퇴근길 꽉 막힌 도로에서 운전을 한다. 내 앞뒤, 옆에 있는 운전자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퇴근을 하고 이 막히는 도로에 매번 서 있는 것일까. 


평일에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저녁시간이다. 밥을 먹고 TV를 보다 보면 취침 시간이 다가온다. 즐겁진 않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고 치자. 그렇다면 출근하지 않는 주말은 어떨까. 핸드폰으로 같은 어플을 계속 켜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쳐다보고 있다. 밖에 나가기도 싫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지루하다. 평일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인데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려보내고 있다. 다시 출근할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4시간, 12시간, 곧 출근을 한다. 이렇게 하염없이 출근할 시간만 바라보고 있다. 혹시 나, 직장에 가는 게 취미인 것은 아니겠지.


육아를 하는 한 친구는 집에서 뭐 할지 고민하는 게 부럽다고 했다. 그럼 육아가 없으면 집에서 무엇을 하고 보낼 거냐고 되물었다. 친구는 끝내 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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