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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a Mar 09. 2021

커뮤니티 바, <밗> 가오픈

10달 간의 긴 여정을 바탕으로, 시작합니다.

꿈꾸던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퇴사한 지 10개월.
바다 앞에 살고 싶어 거제도에 내려온 지 7개월.
그리고 좋은 분들을 만나 가게 오픈을 준비한 지 약 3개월.


2021년 3월 6일, 드디어 거제도 장승포 바다 앞 조용한 골목에 커뮤니티 바 <밗>의 첫 등을 밝혔습니다.





2020년 한 해는 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였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고, 퇴사를 하고, 여행을 가고,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다가도 또 즐겁게 놀러 다녔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몇 달씩 잠깐 접기도, 또 다시 시작해 열심히 스토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커뮤니티 바, <밗>의 전경


그리고 2020년 9월, 거제도에 내려왔습니다.

작년 퇴사 시 몇몇 분들 그리고 지인, 친구들에게는 털어놓았지만 제게는 하나의 꿈이 있었습니다.


멋진 커뮤니티 바를 차려 전통주와 칵테일, 무알콜을 판매하고 싶다고요. 술을 마시지 못하는 친구들과 잘 마시는 친구들이 어울려 노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고,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사람이 가장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인 숙박을 베이스로 여러 가지를 연계한 사업을 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술, 그리고 많이 공부했던 숙박이 결합되면 어떤 시너지가 날 지 궁금했습니다.


자금이 만들어지면, 상황이 나아지면 시작하겠다는 말로 목표 실천을 사실 서른 전까지 미뤘습니다. 그런데 작년 8월, 문득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상실감과 우울이 계속될 때쯤 "왜 지금 못한다고 생각하지?"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시작해보자며 여러 사업을 시작할 부지를 알아보고, 돌아보고, 골랐습니다. (SNS에는 그저 여행을 다니는 것 같았겠지만 사실 부지를 보러 전국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거제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거제도, 서울과 정말 멀지만 또 그만큼 매력적인 섬. 섬이지만 섬 같지 않은 곳. 그러면서도 또 섬의 특징이 잘 묻어있는 곳.


경남 최대 청년 인구를 보유함은 물론 26만의 내수 경제, 풍부한 관광자원(아직 개발 중이지만), 곧 개통될 KTX,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진한 숙박시설과 여가/유흥시설. 그래서 내가 이곳에 뛰어든다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도움을 주실 분들과 창업 프로그램, 투자처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로 거제 한달살기에 선정되어 9월 1일자로 내려왔고, 그분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하며 하나 둘 제가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꺼내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달살기가 끝난 후 능포 앞바다에 바다가 보이는 집을 구하고, 바다 앞에 살며, 바다와 함께 생활하고, 만남의 공간을 만들어갔습니다.



어쩌다 보니 거제에 지내던 6개월 간, 백수 아닌 백수 생활을 했습니다. 항상 투우소처럼 돌진하는 삶을 살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려니 참 스스로는 혼란스럽고 두렵고, 무섭고, 해본 적이 없는 처음을 여기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도 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 둘 나아가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친구들도 직접 거제로 찾아와, 랜선으로 수없이 응원해주어 힘이 났습니다.


또 하나는 거제에서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함께 꿈꾸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저는 여기서 요리하고, 운동하고, 공부하고, 쉬고 놀며, 목청 크게 얘기합니다.


바다가 매일매일 아름다운 이곳에서는 내 텁텁하고 메마른 마음을 조금씩 열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분들과 더 오래오래 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달 살기가 끝나는 지점에 이 곳에 제 꿈을 한 번 펼쳐보고 싶다고 제안했습니다. 흔쾌히 수락해주신 <공유를 위한 창조> 팀에게 가장 큰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 COMMUNITY BAR(커뮤니티 바) 밗.


밗 : 바다, 강, 산을 줄인 의미이자 바깥과 안을 구별하는 의미. 아웃도어 활동을 강조하는 곳.

(삯과 같이 박;이라고 발음하면 됩니다.)


거제 장승포 바닷가 앞에 위치한 <밗>은 바다 가까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고, 교류와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코로나로 사람들 간의 만남이 주춤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오프라인 공간이 아예 차단된 것 또한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좋은 사람과 공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 또한 좋은 분들과 좋은 공간을 꾸려나가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밗은 도시재생회사인 공유를 위한 창조에서 운영하는 아웃도어 라운지였습니다. 캠핑, 트래킹 등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방문해 쉬고, 커피도 한 잔 하는 그런 공간이었죠. 캠핑 용품으로 가득찬 인테리어는 괜시리 한 번 나가고 싶어지는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공간을 운영하는 <홈타운 협동조합>, <공유를 위한 창조> 팀은 골목을 살리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좀 더 재미있게 운영해보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그러한 니즈가 저랑도 잘 맞아떨어져 저희는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편안하고 가벼운 공간을 만들어보기로요.

밗의 내부 사진. 깨끗하게 리모델링을 마쳤습니다.


서울에는 종종 커뮤니티 바가 있어 많은 분들이 개념을 접하셨을 수 있겠지만, 거제도에는 정말 생소한 이름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일단 <BAR>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주류가 매개가 됩니다. 하지만 완벽한 클래식 바 혹은 캐주얼 바와는 성격이 살짝 다릅니다. 현재 밗에서는 제가 오너가 되어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시그니처 칵테일과 위스키, 세계 병맥주, 가벼운 캠핑용 안주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 가게를 열고 싶었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두었습니다. :) 미니언즈와 세계여행을 다니며 모았던 수백 개의 자석들, 그리고 세계 맥주, 좋아하는 싱글몰트 위스키 라인과 여러 칵테일까지요!


하지만 음주를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커피와 음료수, 그리고 무알콜 맥주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가볍게 들어와 수다 떨고, 게임도 하고, 놀고, 취미도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 동네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 사고와 문제들을 해결하고, 논의하는 공간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공간. 너무 행복한 공간입니다.

또 안의 모든 집기들은 직접 하나하나 골라 구매하고, 다듬고, 만들었습니다. 제 공간을 처음 꾸리는 만큼 욕심도 많아 투자를 꽤나 했습니다.(사실 사업에서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고 하지만, 저는 그냥 제 욕심을 채우고자... 예쁜 칵테일 잔들과 정품 위스키 잔, 좋은 접시, 맛있는 주류를 제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답니다.)



메뉴가 많지는 않으나, 홀로 목/금/토/일 오픈을 해보자는 각오로 차근차근 메뉴도 늘려나가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특히 #커뮤니티 #프로그램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아직은 가오픈이라 프로그램 시작은 안했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술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 커뮤니티 바 밗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또 내부의 인테리어에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부엌 공간은 위치를 많이 바꿀 수 없어, 내부 가구들을 대 이동하거나 새롭게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프론트 바 데크를 만들던 날.
백바 술장을 달던 날.


그리고 여기 보이는 프론트 바 테이블과 와인잔 렉, 뒤의 백 바 술장도 모두 직접 제작했습니다.


술장에 일일이 술을 채워넣던 날. 냉장고에도 주류를 열심히 채웠는데, 다람쥐 같아요.



백바 장식장 만들다 지친 제 모습이 보이네요....


약 3달 동안 쉼없이 달렸습니다. 주류회사를 컨택하고, 메뉴를 정하고, 컨셉을 맞추고, 프로그램을 짜고, 커뮤니티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 방침을 정하고, 가격대를 맞추고, 회의하고, 상권 분석도 하고, 브랜딩도 하고... 해도해도 할 일은 왜 그렇게 많던지요. 나중에 하나 둘 어떻게 이 공간을 구상하고 만들었는지 브런치에서도 연재해봐야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려 3월 6일 토요일 오후 5시, 가오픈의 첫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 문을 열 때, 딱 3명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7시가 넘어가자 정말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셨습니다.


단 하나의 홍보도 하지 못했고, 그저 인스타에 가오픈을 한다는 소식만 잠깐 전해드렸을 뿐인데, 너무나도 고마운 분들이 하나 둘 찾아와주셨습니다. 서울에서 직접 내려오신 부모님, 제주도에서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온 언니, 동네 가게 사장님들, 마을활동가님, 도시재생 센터장님,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 분들, 거제에서 사귄 친구들과 언니들, 공주에서 놀러오신 어르신들 등.... 약 8시간 동안 밗은 많은 사람들로 꽉 차서 테이블이 2번이나 돌 정도로 바빴습니다.


첫날 판매된 감자튀김과 치즈 플래터, 무알콜 맥주 칵테일 등.


그리고 sns 등을 통해 4월까지 많은 분들이 직접 방문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일요일 오전엔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여유롭게 아메리카노를 즐기다 가셨고, 오후엔 옥포에서 일할 때 뵈었던 분이 소식을 건너건너 듣고 찾아와주셨습니다. 이렇게 저희가 꿈꾸던 공간이 하나 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밗>의 운영자이시자 <공유를위한창조> 대표님께서 SNS에 올리셨던 글을 가져와봅니다.


밗이 멋진 운영자를 만나 커뮤니티 바(bar)로 샵인샵을 열었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저녁에 열린다. 이 모든걸 세팅한 건 작년 한달살이에 참여했던 모라씨다. 연고없는 거제에서 고생하며 홈타운팀과 준비했다.

커뮤니티 바 밗은 불꺼진 장승포 마을에서 밤 늦게까지 불을 밝힐 것이다.

여담이지만 가오픈 했던 오늘 동네 주민 한분이 지나가다 맥주 한잔하러 들리고, 친구를 불러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간다면 제3의 장소에서 이야기하는 영국의 펍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다.

곧 스테이도 만들어지니, 다들 놀러와서 시그니쳐 칵테일 한잔하고 하루 머물다 가길.



밗의 왼편에는 <여가>와 <안>이라는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한 공유 오피스 및 사무실, 미니 도서관이 있고 밗의 오른편에는 멀리서 오시는 손님들을 위한 <스테이>공간을 만들기 위한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리고 밗은 모든 분들의 사랑방이 되기 위해 열심히 문을 열 예정입니다.


밗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제 눈에도 보이고, 고쳐나가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더해 많은 분들이 피드백과 도움을 주신다면 더 멋진 공간으로 이 곳이 재탄생할 것 같습니다.


현재 메뉴판을 아래에 살짝 공개해봅니다. 노션으로 제작했는데, 곧 예쁘게 다시 만들 예정입니다.


밗의 메뉴판 : abit.ly/bak_bar





커뮤니티 바 <밗>의 가오픈은 3월 6일, 7일, 11일, 12일, 13일, 14일(6일간) 진행됩니다.


해당 기간 동안 15000원 이상의 칵테일과 위스키10% 할인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텀블러를 들고 오시는 분들께도 텀블러에 담기는 음료는 10% 할인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정식 오픈 때에는 어떤 의미있는 굿즈를 드릴지 고민 중입니다.


가오픈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놀러오시고, 구경하시고, 저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좀 더 행복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변화할 듯합니다. 그렇게 밗은 재정비 후 정식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제도 조용한 바다 앞 마을, <밗>이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커뮤니티 바 <밗>


주소 : 경상남도 거제시 장승포로 77-1 (네이버 및 티맵, 카카오 모두 검색 가능)


인스타그램 : @shall_we_go 


문의 : 카카오톡 @bak / 커뮤니티바 밗 검색 (http://pf.kakao.com/_fxodYK)

공간 구성 : 1층 40평 바, 2층 루프탑(아직 미운영이나 구경 가능)


메뉴 : 칵테일, 위스키, 커피, 논알콜, 에이드, 가벼운 안주 등


운영 시간 : 매주 목~토 오후 5시~새벽 2시, 일 오전 10시~오후 10시
- 더 이르게 오픈하거나 더 늦게 닫을 수 있음.


주차 여부 : 대로변 및 공용 주차장 주차 가능


프로그램(추후 예정) : 누구나 밗텐더가 될 수 있다!, 독서 클럽, 밗 영화제, 밗에서 걷기, 1박2일 밗 스테이 등


특징 : 애완동물 및 아가 모두모두 출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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