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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a Mar 22. 2021

손바닥에 모기를 물린 날

2020년 여름에서 가을으로 넘어가는 시절 썼던 짧은 글귀

나는 모기에 정말 잘 물린다.

100명이 있으면 그 중에 항상 나만 물린다고 할 정도로.


그래서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항상 전신을 옷 등으로 덮고 다니려고 노력하는데

이놈의 모기들은 나의 빈 틈이 있을 때마다 나를 덮친다.


그리고 어제는 그게 바로 손바닥이었다.


하필 많은 곳에 자주 닿게 되는 왼쪽 손바닥 통통하게 튀어나온 손목 아래 살볼 부분을 물었다.

노트북에 항상 그 곳을 대고 타이핑을 치는데, 간질간질한 느낌이 괜시리 맘에 안들어 손톱으로 십자 표시를 꾹 내었다.


언제쯤 이 간지러우면서도 힘든 고통이 사라질까?




인간관계도 똑같다. 내가 빈틈을 먼저 열고 보여주는 때도 많고, 누군가는 그 빈틈을 찾아서 나를 바늘로 꾹 찌른다.


그들은 내게서 피와 같은 것들을 빼내가고, 나는 큰 상처는 아니지만 간지러움에 괜시리 짜증나고 우울해진다.


사실 별 게 아니다. 피는 계속해서 돌고, 생성되고, 만들어지며 그 간지러움은 일주일만 참아도 없어진다.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 일도 똑같다. 어차피 잊혀질 일이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참 많다.


그런데 왜 난 그런 것들까지 신경쓰고 있는가, 성격 탓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무책임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모기가 물고 간 나의 신체 자리에는 항상 흉터가 남는다. 긁지 않았다면 그저 사라질 일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항상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나의 성격이 티가 나는 지점이기도 하고.



뭐 해결될 걸 기대하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거다.




이 끄적거림을 개인 블로그에 처음 올렸을 때, 친한 언니가 댓글을 하나 달아주었는데 마음 속 깊이 그 문구가 남았다.


이거 너무 좋다 모라야~~~~!! 가끔은 퉁퉁 붓고 아픈 모기도 있는걸 보면 넘어간다고 다 좋은 건 아닌가봐! 그리고 언젠가는 옆에서 모기에 물렸을 때는 뜨거운 물을 적신 수저로 눌러주면 금방 가려움이 사라진다는 말을 전해주는 사람도 있겠지?


언니가 바로 그런 말을 전해주는 사람이니까. 주변인들에게 항상 고맙고 감사한 지점을 다시 한 번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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