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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에뜬지구 Sep 24. 2023

가족이 자살을 한다는 것은

직장상사 갑질 사망사건



든 게, 후회된다고 했다.


그날 집을 나서는 아들의 얼굴을 돌아보지 않은 것.

어디로 가냐는 질문에 답을 듣지 못한 것.

여름에도 긴 바지를 입는 아들의 몸을 살피지 않은 것.


스물 일곱 아들이 월급을 받고, 자기 앞가림을 한다고 생각했던 그때.

일터로 간다고 했던 아들의 결근 소식이 전해졌다.

잠깐의 일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밤까지 연락이 되지 않은 아들은, 낯선 동네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동차 부품 납품 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던 아들은,

알고 보니 직장 상사의 폭언에 시달리고 있었다.

숨진 아들이 남긴 700여 개의 통화 녹음 파일엔,

욕설은 기본이고, 부모를 죽이겠다는 협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너 오늘 나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처맞고 들어갈래?

아니면 내일 아침에 나와서 쳐 맞을래? 너 내일 아침에 죽을 각오하고 나와. 한 50대씩 팰 테니까.

눈 돌아가면 너네 애미 애비 다 쫓아가 죽일 거야. 명심해 이 개 XX야"


아들은 일을 그만두는 대신, 살아가기를 그만뒀다.

아픈 형, 가난한 집.

일을 그만두기에 현실은, 고단했다.

하지만 삶을 이어가기에도 현실은,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가족의 부재가 슬픈 건, 사소한 일상에서 찾아왔다.

아들이 드나들던 대문이 바람이 삐걱일 때마다

우연히 마트를 들렀다가 삼겹살을 볼 때마다-

아들의 목소리가, 

아들이 포일에 싸서 구워줬던 삼겹살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다시 후회로 이어졌다.

그렇게나 좋아했던 삼계탕을, 아들은 죽기 전에 다 먹지도 못했지.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이제, 가족들은 

삼겹살을 먹어도 삼계탕을 먹어도,  좋은 곳에 구경을 가도, 

많은 날, 죽은 아들이 계속해서 밟힐 것이다.

그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후회와 함께. 

그럼에도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는, 여전히 살아 일상을 살아간다.

직접 살해하지 않았으므로, 

어떤 처벌조차 받지 않은 채. 

같은 이유로, 아무 죄의식도 갖지 않은 채. 







사람이 사람에게

천국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이 사람에게 지옥이 되지 않을 순 있다.

이미 한 사람은, 

그리고 그 가족의 삶은 지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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