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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Jan 17. 2023

싯다르타 5장 카말라, 세속의 즐거움

세속의 즐거움에 흠뻑 빠지고픈 이 마음

  싯다르타에게 세상은 달라졌다. 모든 것을 불신의 눈으로 보던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얻고  그의 눈은 차안(此岸 : 나고 죽고 하는 고통이 있는 이 세상)에 머물러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바라보니 모든 것이 새롭고 매혹적이며 아름답다. 그의 눈에는 빛과 그림자가 퍼지고 마음에는 별과 달이 퍼진다. 모든 것은 예전과 같았고 달라진 것은 싯다르타였다. 그는 부처가 도를 깨닫는 순간 체험한 것을 지금 자신이 몸소 체험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간절하게 원하던 것을 손에 쥔 순간,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원하던 것에 도달하면 우리의 자아는 자연스럽게 팽창되고 기쁨과 자신감은 충만해진다. 어제와 다를 것 없던 세상도 더없이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깨달음에 목마르던 사람이 그것을 얻어 마음이 차오르니 모든 것이 얼마나 신나고 아름다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원하던 목표나 애달던 깨달음에 닿았던 적이 있었나? 나는 그때 어떠했었나 생각에 빠져들었다. 아마 그 순간도 나는 나를 의심했을 것이다. 낯설게 차오르는 기쁨이 내 시야를 흐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대비하기 위해 말랑해지는 정신을 차리려고 했던 것 같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나도, 이때의 싯다르타처럼 온몸을 내던져 기쁨 흠뻑 젖어 행복한 순간을 맞을 수 없었던 걸까?


  싯다르타는 깨달음 속에서도 '감각'과 '사유' 중 어느 하나도 경시되거나 과대평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나는 감각과 사유의 삶, 그 중용에서 살고 있을까? 중용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감각에 휩싸여 내가 중심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닐까? 나는 언제쯤 감각과 사유 사이를 오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를 맡길 수 있는 것일까?

   가을에 만난 『싯다르타』의 구절은 나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진다.  도시에 와서 카말라를 만나 세속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싯다르타의 '천진한 기쁨'이 나는 참으로 부럽다.




  싯다르타는 도시로 건너가기 전날, 강가 어느 뱃사공 집에서 잠을 자던 중  꿈을 꾸게 된다. 그의 꿈속에서는 왜 나를 떠났냐고 슬퍼하는 고빈다가 나와서 여인으로 변한다. 그 혹은 그녀는 싯다르타에게 입맞춤을 하고 그 입맞춤 속에서는 온갖 쾌락의 맛이 느껴진다. 다음 날 뱃사공은 뱃삯이 없다 말하는 싯다르타에게 차후 답례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 말하며 배를 태워 강을 건네준다. 싯다르타는 사문의 세상을 떠나 강 건너 속세의 세상으로 발을 딛는다.


   도시로 온 싯다르타는 아름다운 한 여성을 보고 다가가려 하지만 방금 숲을 나온 사문이던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다음 날 목욕과 이발을 한 깨끗한 모습으로 그녀를 찾아간다. 그녀는 유명한 기생인 카말라이다. 싯다르타는 그녀에게 친구이자 스승이 되어 달라고  말하 그녀는 그런 싯다르타에게 세련된 옷과 신발을 걸치고 두둑한 지갑과 선물을 가져오라며 한다. 그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냐는 싯다르타의 물음에 당신이 그동안 배운 일을 통해 스스로 그것을 얻으라 고 한다. 싯다르타는 자신은 '사색과 기다림, 단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싯다르타가 사문 생활을 통해 배운 것이다. 싯다르타는 카말라에게 시를 선물하고 입맞춤을 받으며 감각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경험한다. 또한 세상에는 무수하게 배울 것이 많이 있다고 깨닫는다. 만사가 어렵고 힘겹던 사문이던 때와 다르게 <세상 사람들이 영위하는 삶은 단순하다> 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로 온 싯다르타는 세상과 막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세상이 주는 감각의 새로움에 감탄한다. 여태껏 사색과 기다림, 단식으로 자신을 몰아치던 사문이던 때와 다르다. 지금 싯다르타의 세상은 즐겁고 배울 것이 넘치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와 같다.



  


2부로 들어선 소설 『싯다르타』에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카말라와 뱃사공이다. 두 사람은 『싯다르타』의 목차에 소제목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싯다르타에게 감각의 즐거움을 선물한 카말라가 앞으로 그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고, 뱃사공은 뱃삯 없이 싯다르타를 강을 건너가게 해 주며 모든 것은 강으로부터 배웠다며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온다>고 말하며 “답례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메타포를 던진다. 싯다르타는 앞으로 무엇을 얻게 되고, 그것은 어떻게 돌아올까 뒷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싯다르타의 여정을 읽어가는 나의 삶은 그의 여정 어디쯤과 비슷할까? 이 가을 나는 싯다르타를 만나고 있다.



2022년 가을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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