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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해슬 Oct 03. 2021

불편한 사람과 대화하는 법

남편을 남의편으로 바꾸는 건 누구일까?

남편은 자주 남의편이 된다.

불편한 사람이 되어 내 속을 박박 긁어놓는다.


며칠 전에는 식탁보의 난이 일어났다.


처음 시작은 좋았다.

물티슈를 자주 쓰게 되는데 너무 아깝다, 밥 먹을 때 식탁 위에서 사용하는 것만 줄여도 좀 더 낫지 않을까?


그러나 다음이 문제였다. 남편이 말했다.


“앞으로 밥 먹은 뒤에 식탁 닦을 때 물티슈 쓰지 말고 행주로 닦아.”

“그럼 나보고 매일 빨아 쓰라고? 별 것도 아닌 걸 내가 해야 해? 차라리 오빠가 해. 나는 귀찮다고.”

“그걸 가지고 뭘 그렇게 화를 내? 그럼 물티슈 계속 써. 막 써대.”

“아, 됐어. 안 쓰고 아끼면 되잖아. 한다고, 해!”

  



따지고 보면 정말   아닌데, 그 순간에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뭐 태어나면서부터 행주 빨 줄 알았나! 왜 자기는 못하고 나한테 시키는 거야?’


불만은 그것이다. 중간관리자처럼 아랫사람에게 시키는 느낌. 몇 번을 말해줘도 남의편은 말투를 고치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꺼내 든 타협안은 바로 ‘식탁보’였다. 시어머님이 행주&손수건 대용으로 어중간한 길이의 천을 여러 개 주셨는데 그간 모아 두고만 있었다. 이 참에 식탁보로 활용하여 물티슈 사용을 줄이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또.. 시작은 좋았다.

식탁보를 사용하며 물티슈 사용은 현저히 줄었다. 깨끗한 천을 깔아서 쓰니 음식물이 식탁에 떨어져도 식사 후에 털어내면 그만이었다. 손빨래는 되도록 하지 않고 어차피 매일 돌리는 세탁기에 함께 넣는 것으로 마음을 먹으니 스트레스도 그다지 받지 않았다.



사건은 얼마 뒤에 일어났다.


식탁보로 활용하는 천이 식탁에 비해 턱없이 작아서 두 개를 같이 쓴다. 그리고 총 5개밖에 없어서 자주 빨면 마르는 시간 때문에 식탁보를 깔지 못하게 되는 때도 생긴다.


그래서 나는 매일 하루에 한 번이나 두 번만 식탁보를 깔고 사용하는 걸로 방법을 정했다. 주중에 남편이 퇴근할 때는 새 것으로 깔아주고, 아침이나 점심은 남편 눈치를 덜 보니 쓰던 걸 그대로 쓴다.


그런데 주말이 되니 주중과 상황이 달라졌다. 아침에 쓴 식탁보를 접어두었다가 점심에 다시 펼치니 남편이 나에게 한마디 했다.


“위생을 생각해서 새 것 써야지.”

오빠, 우리 식탁보가 몇 개나 된다고. 이거 매번 쓰고 빨면 마르는 시간 있어서 3끼 중에 한 번은 사용 못한단 말이야.”

그렇다고 식탁보에 뭐가 묻었는데 그대로 써? 더럽지도 않냐?”

아니, 세탁기 한 번 돌려봤어? 본인 말대로 손빨래를 해보기라도 했어? 안 해봤으니까 쉽게 바꾸라 마라 하지.”




남편의 말을 들은 순간 ‘위생’에서 뜨끔했지만, 빨래가 늘면 귀찮아지는 건 나였다. 내 방식을 사수하고 싶었다.


주말 이틀 동안 내 방식대로 하니 남편은 다시 불편한 남의편으로 변했다.


이렇게 위생 생각 안 하고 더럽게 쓸 거면 식탁보 쓰지 마. 이거 빠는 게 그렇게 어렵냐? 그냥 다시 물티슈 써.”


님아, 지금 우리가 물티슈 사용 줄이자고 이거 사용하는 거잖아. 처음에 행주 말 나왔을 때 내가 손빨래하기 싫으니까 식탁보 얘기 꺼낸 거지. 왜 다시 물티슈로 말이 돌아가? 그렇게 위생을 따졌으면 본인이 손빨래해야지. 오빠도 손빨래는 하기 싫으니까 지금 물티슈 쓰자고 하는 거잖아. 너만 귀찮냐? 나도 귀찮다고!”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거품 목욕놀이를 신나게 즐기는 동안 나와 남의편은 서로를 향해 빼애애액~ 소리를 질렀다. 둘 다 화를 참지 못했다.



“식탁보 털고 세탁기에 넣는 거, 그게 뭐가 어렵다고 난리야?”

“그럼 앞으로 오빠가 식탁보 맡아서 털고 집어넣으라고! 본인이 위생에 신경 쓰면 되겠네. 지금 당장부터 해!”

“알았어! 내가 당장 한다!”


마지막 말을 지른 뒤 남편은 씩씩거리며 일어나 식탁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탈탈 털어버리고 세탁물 통에 냅다 집어던졌다.


“미쳤어? 여기 식탁 위에서 털면 어떡해? 그럼 다시 물티슈로 닦아야 하잖아. 싱크대에다 털었어야지!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나한테만 시켜대고!”



이 식탁보의 난은 서로의 목만 쉬게 한 채 마무리가 되었다. 곧이어 아이들이 “목욕 다 했어요. 닦아 주세요.”를 외쳤기 때문이었다.



절름발이 부부의 대화법은 여전히 절뚝거린다.

뭐든 다 귀찮다고, 하기 싫다고 말하는 나도 문제,  

무엇을 말해도 꼭 아랫사람에게 시키는 것같이 말하는 기분 나쁜 말투의 남편도 문제이다.

상대방이 뭘 싫어하는지 알면서 고치지 않으니 말이다.





남편을 남의편으로 변하게 하는 스위치는 누가 먼저 누르는 걸까?  이 절뚝거리는 대화법은 언제쯤 다시 2인 3각 달리기로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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