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해슬 Feb 22. 2022

전염성이 강한 말, “pcr 검사 결과 양성입니다.”

어제 아이들 예방접종을 해야 해서 병원에 갔다. 간단한 일이라 금방 끝내고 나오려고 했는데,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는 것처럼, 아이들은 병원 안에 있는 자판기 앞으로 다다닥 붙어 있다.


“엄마, 캔 음료수 사주세요.”

“그래~ 예방주사 눈물 꾹 참고 의젓하게 잘 맞았으니까 사줄게.”


병원 갈 때마다 매번 사줄 수는 없지만, 주사를 겁내는 아이들이 ‘이제 나는 형님!’ 하면서 울지 않고 주사를 맞았다. 그 대견함에 보상해줘야 할 듯싶어서 자판기에 돈을 넣었다.




그 자판기 근처에 누군가가 있었는데, 병원이야 어디에 있든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간호사 한 분이 다가오더니 하는 말,

“pcr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시고요. 저 쪽으로 가서..”


뜨아~~ 이제는 병원에서도 pcr 검사가 가능해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을 데려온 이 병원도 해당한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pcr 검사를 받으러 갈 경우까지는 아직 생각해 본 적 없어서 병원이 어디 있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전염성이 강한 그 말, “양성입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내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머리에 두통도 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음료수 캔을 뽑고 신나서 쫑알거리는데, 갑자기 따끔거리며 칼칼해지는 목과, 급작스레 찾아온 두통에, 순간적인 호흡곤란까지.

이 과민한 반응은 뭘까?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해 보았다.

‘침착하자, 침착해. 다들 마스크 쓰고 있어. 나보다 저 간호사분이 더 무서울지도 몰라. 저분도 엄청 조심했을 거야. 우리 다들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어. 괜찮아, 별 거 아니다.’

마인드 컨트롤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전염성이 강한 말에는 과민반응이 나온다. 아이들이 있으니 오미크론 코로나 걱정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두려웠던 건 내가 걸리면 어쩌지였나 보다. 애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걷는데, 병원을 나와서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유난히 차게 부는 바람이 신경 쓰였다.


‘정말 이러다가 목이 아프면 어떡하지? 뭘 어떻게 해! 소금물 가글 하면 되지. 지레 겁먹지 마.’



집에 와서도 한동안 두려웠던 것 같다. 이 사건에 대해 브런치에 글을 써야지 생각은 잠깐 들었지만, 혹시라도 저녁까지 증상이 지속되면 어떡하지 하면서 한 글자도 쓸 힘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 증상도 없다. 어제 언제 증상이 사라졌는지 기억도 안 난다. 과민반응이 맞았다. 그 순간에 지레 겁먹고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던 내 감정과 내 생각.



항상 조심하고 있다. 평소에 집콕하는 생활이고, 마스크도 잘 쓰고 다닌다. 손소독제도 하고 손도 시간 들여 충분히 씻는다. 밖에서 되도록 만지려고 하지 않는다.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자. ‘양성 반응’이란 단어는 전염성이 강하지만, 거기에 공포심을 더하는 건 나 자신이다. 휘둘리지 말고, 침착하게. 토닥토닥.


 

매거진의 이전글 ‘어린이집 가기 싫어요’ 아침마다 우는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