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들 예방접종을 해야 해서 병원에 갔다. 간단한 일이라 금방 끝내고 나오려고 했는데,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는 것처럼, 아이들은 병원 안에 있는 자판기 앞으로 다다닥 붙어 있다.
“엄마, 캔 음료수 사주세요.”
“그래~ 예방주사 눈물 꾹 참고 의젓하게 잘 맞았으니까 사줄게.”
병원 갈 때마다 매번 사줄 수는 없지만, 주사를 겁내는 아이들이 ‘이제 나는 형님!’ 하면서 울지 않고 주사를 맞았다. 그 대견함에 보상해줘야 할 듯싶어서 자판기에 돈을 넣었다.
그 자판기 근처에 누군가가 있었는데, 병원이야 어디에 있든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간호사 한 분이 다가오더니 하는 말,
“pcr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시고요. 저 쪽으로 가서..”
뜨아~~ 이제는 병원에서도 pcr 검사가 가능해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을 데려온 이 병원도 해당한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pcr 검사를 받으러 갈 경우까지는 아직 생각해 본 적 없어서 병원이 어디 있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전염성이 강한 그 말, “양성입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내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머리에 두통도 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음료수 캔을 뽑고 신나서 쫑알거리는데, 갑자기 따끔거리며 칼칼해지는 목과, 급작스레 찾아온 두통에, 순간적인 호흡곤란까지.
이 과민한 반응은 뭘까?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해 보았다.
‘침착하자, 침착해. 다들 마스크 쓰고 있어. 나보다 저 간호사분이 더 무서울지도 몰라. 저분도 엄청 조심했을 거야. 우리 다들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어. 괜찮아, 별 거 아니다.’
마인드 컨트롤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전염성이 강한 말에는 과민반응이 나온다. 아이들이 있으니 오미크론 코로나 걱정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두려웠던 건 내가 걸리면 어쩌지였나 보다. 애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걷는데, 병원을 나와서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유난히 차게 부는 바람이 신경 쓰였다.
‘정말 이러다가 목이 아프면 어떡하지? 뭘 어떻게 해! 소금물 가글 하면 되지. 지레 겁먹지 마.’
집에 와서도 한동안 두려웠던 것 같다. 이 사건에 대해 브런치에 글을 써야지 생각은 잠깐 들었지만, 혹시라도 저녁까지 증상이 지속되면 어떡하지 하면서 한 글자도 쓸 힘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 증상도 없다. 어제 언제 증상이 사라졌는지 기억도 안 난다. 과민반응이 맞았다. 그 순간에 지레 겁먹고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던 내 감정과 내 생각.
항상 조심하고 있다. 평소에 집콕하는 생활이고, 마스크도 잘 쓰고 다닌다. 손소독제도 하고 손도 시간 들여 충분히 씻는다. 밖에서 되도록 만지려고 하지 않는다.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자. ‘양성 반응’이란 단어는 전염성이 강하지만, 거기에 공포심을 더하는 건 나 자신이다. 휘둘리지 말고, 침착하게.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