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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여자 Mar 11. 2021

한우 차돌박이와 끓여먹는 컵라면

송송 김치는 옵션

삼겹 기름 떡볶이 글에서 우리 부부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돼지고기를 정말 좋아하지만 두세 번 정도 연이어 먹으면 소고기가 먹고 싶어진다. 대충 계산해보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소고기를 사서 구워 먹게 되는 것 같다. 집 근처에 농협이 있어 좋은 품질의 한우를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부챗살이나 치마살, 등심은 흔히 즐겨먹는 부위인데 가끔 차돌박이가 당기는 날이 있다. 차돌박이는 살코기가 지방을 쏙 품고 있는 부위라 고소하게 기름이 지고 씹는 식감도 재밌다. 한 방송에서 박세리 감독이 김민경 개그우먼의 집에 방문한 날 두꺼운 차돌박이를 먹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영상을 보고 두꺼운 차돌박이라니 어떤 맛일까 싶었는데 “질기다.”는 평이었다. 이럴 때 나는 우리가 얼마나 최적화된 세상에 살고 있나 생각한다. 얇은 차돌박이만 판매하는 것에는 그간 많은 이들의 시행착오와 경험이 담겨있는 것. 아무튼, 이 얇은 차돌박이를 바짝 익혀 흰쌀밥에 싸 먹으면 밥알이 기름으로 코팅되며 고소함과 담백함을 배로 느낄 수 있다.


요리로 돌아가서, 한우 차돌박이와 끓인 컵라면이 탄생하게 된 날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무슨 이유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부 대판 싸움이 있었던 어느 날, 남편이 미안하다면서 한우 안심, 등심 온갖 부위를 섞어서 사 왔다. 우리는 데면데면하게 앉아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배도 부르고 고기만 먹었더니 느끼하기도 하고 먹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을 때쯤, 남편이 “라면 먹을래?”라고 물었다. 고기를 구운 불판에 라면을 끓이려는데 남편은 컵라면을 들고 왔다. “컵라면 끓여먹으면 진짜 맛있다.”라고 부산 사투리로 말했다. 남아있던 차돌박이를 한쪽으로 치워두고 팔팔 끓는 물을 불판에 붓고 스낵면 컵라면을 넣었다. 컵라면은 끓이지 않고도 면이 익어야 해서 면에 기공이 더 많다고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는데, 이런 컵라면을 끓여먹으니 면이 스프를 쏘옥 흡수해 굉장히 진한 맛이 났다. 남길 뻔했던 차돌박이는 스낵면과 함께 한점 한점 사라져 갔고, 우리는 어느새 싸웠다는 사실을 잊은 채 웃고 있었다.


<재료>

차돌박이, 김치 약간, 컵라면


<조리법>

1. 차돌박이를 바삭하게 굽는다.

2. 고기를 구운 불판에 적당한 기름을 남긴 채로 김치를 조금 썰어 굽는다.

3. 포트에 물을 끓여 컵라면 양에 맞춰 불판에 부어준다. (혹시 불판에 높이가 낮다면 높이가 적당한 팬으로 옮겨주세요.)

4. 면과 스프를 넣고 잘 익힌 뒤 차돌박이를 토핑으로 올려준다.




<남편의 코멘트>

컵라면은 스낵면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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