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아카데미(孔子学院) 그리고 중어중국학 복수전공이 쏘아올린 작은 공
매력적인 대륙, 중국
나는 사실 패션을 전공하던 미대생이었다. 그런 내가 왜 갑자기 중국에 가게되었고 세계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간단히 회고해 본다. 20년전쯤, 내 기억이 희미할정도로 어렸을때 아빠는 중국 칭다오로 몇 년간 파견근무를 가셨었다. 아빠는 집에서도 중국어 회화책을 들고 허공에 몇 번이고 연습하곤 하셨고 한국에 오실 때는 중국 특유의 화려한 붉은색과 휘황찬란한 금박이 어우러진 치파오며 전통 기념품들을 잔뜩 사가지고 오셨었다. 그게 중국에 대한 내 첫 인상이었다.
지금이야 중국에 대한 여론이 좋지만은 않지만, 내가 패션을 공부하던 시절에는 이랜드, 더베이직하우스 등 중국진출에 이미 큰 성공을 거둔 패션기업 사례가 케이스스터디로 빈번히 다뤄지고 있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시장 진출에 속도를 가하고 있었고 내가 봐도 하루가 다르게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있는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이에 따라 나는 자연스럽게 중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중국어가 무기가 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교내 공자아카데미(공자학원)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굉장히 흔하고 뻔한 사고과정을 통한 결정이었는데, 이렇게 시작한 중국어 공부가 내 해외진출의 시발점이었다. 영어공부야 초등학교때부터 필수교육과정이니 자연스럽게 공부하는게 당연하게 생각되었지만, 중국어를 공부하면서는 꼭 이 언어를 써먹는 일을 해야할것만 같았고 그리하여 한-중 패션산업의 가교역할을 하는 내 모습을 그리곤 했었다.
중국어,
내 인생을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
중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공자학원의 특별한 점은 교직원분들이 전부 중국인 선생님이라는것인데, 선생님들과 개인적으로도 친해지면서 단순히 중국어를 ‘기술적’으로 익히는것 뿐 만 아니라 중국문화, 역사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곧 장 다음해에 중어중국학과 복수전공을 신청하여 중국에 대한 '진짜'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내가 3학년이었으니 재학생 치고는 좀 늦은 편이었기에 더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난생 처음 취미로 배워온 중국어 실력은 중국 유학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절반 이상이었던 전공생들에 비해 한참 모자랐고, 학창시절 세계사를 공부하지 않아 기초지식이 전혀 없던터라 중국관련 수업은 대부분 성적이 매우 좋지 않았다. 특히나 그 당시 나는 과에서 1,2등을 놓쳐본적이 없는 학점에 매우 집착하는 학생이었다. 처음으로 성적표에 C를 발견했을때에 그 충격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몇번이고 새로 고침을 하고 당시 방학중이었는데 눈물바람으로 캠퍼스에 찾아가 교수님에게 울며불며 온갖 하소연을 했다. 창피한줄도 모르고 다 큰 성인이 연구실에 찾아와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으니 이 철 없는 타학과 학생이 참 불편하고 싫으셨을텐데, 다행히 교수님은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전공관련 책과 전통차를 선물해주시며 앞으로 어려운점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다독여주셨다. 그 이후로도 내 중국학 수업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교수님들의 응원과 관심덕에 포기하지않고 계속 도전해 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내 졸업평점은 매우 낮아졌지만 그래도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21세기 청년 장보고가 되다.
나의 막연했던 중국진출의 꿈을 길을 열어준것은 해외 취업률 증대를 목표로 한 해외인턴 장학생 프로그램이었다. 선발만 된다면 4개월간의 어학 연수비와 비자 취득 관련 비용, 현지 구직 에이전시 비용, 왕복비행기표, 보험료 등 2년치 대학 등록금에 준하는 큰 금액을 지원받으며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 우연히 학교 공지사항에서 발견한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고, 바로 서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면접장에서 나는 또 한번 좌절을 맞게 된다. 면접에서 만난 다른 지원자들에 비하면 뒤늦게 공부한 내 중국어 실력은 비하면 심히 귀여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학 수업에서 낮은 성적을 받아오며 자존감이 낮아진데다가 면접에서 원하는 만큼 어필을 못하고 돌아와 불합격일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해외인턴을 내 계획표에서 지웠다. 대신에 방학동안 필리핀 한달살이를 떠났던 나는 정말 반전스럽게도(?) 마닐라에서 합격전화를 받았고 기쁜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출국 준비에 매진. 그렇게 내 해외진출 첫 발걸음은 상하이로 향하게 된다. 면까몰이라고 하지 않는가, 승산이 없다고 여겨진다해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배웠다.
상하이(上海)는 중국의 경제수도로 불린다. 베이징이 명실상부한 정치적 수도라면, 상하이는 전세계 여러 다국적기업이 자리하고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이다. 사전 어학연수와 직무교육을 거치는 동안 지원하고 싶은 기업을 찾아보고, 지원하고 구직하는 과정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중국 현지취업이기에 중국어 역량이 가장 중요한게 사실이지만, 앞 서 말했듯이 상하이에는 글로벌 기업이 많이 진출해있기 때문에 영어실력까지 겸비되면 유리하다. 좀 더 구체적인 구직활동 과정과 팁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