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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밤 Apr 14. 2023

디저트는 거들 뿐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라도 뭐 어떻담

김보통,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다정한 냄새가 난다. 디저트에 진심인 사람 같은데 디저트에 온갖 기억과 다정을 다 묻히고 먹는다. 옆에 있으면 편안한 사람일 것 같다. 약간 한심한데 그냥 같이 티라미수나 퍼먹고 싶은 사람. 헐랭헐랭 사는 것 같은데 늘 기대와 책임감에 치여 울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내게도 떠오르는 그런 보통의 얼굴들이 있다. 아마 이 글을 같이 읽고 있을 당신들…그만 열심히 살아…


디저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특정한 디저트보다는 신동석과 최주현과 이시은 권사님이다. 그들은 작고 비싼 디저트를 인분에 맞추어 정갈하게 나누고는, 윗쪽에 올라간 크림까지 정직하게 나누어 모두가 맛을 보게 한다. 예뻤던 모양새는 엉망진창이 되지만 같은 맛의 디저트를 입에 넣은 셋은 세상 누구보다 진지하게 맛을 분석한다. 먹어보라며 준 한 조각을 뇸 물곤 맛있군… 하며 디저트 미식가들의 평을 혓속으로 데려와 본다. 그렇군. 여기서 우유 맛이 많이 나는군. 맞는 것 같아. 하면서.


솔직히 내 일상에서 디저트는 작고 칼로리가 높은 무시무시한 음식이라 의식적으로 멀리한다. 맛으로 봐도 마카롱은 불호에 가깝고, 타르트 류도 있으면 먹지만 그 손바닥만한 게 칠천원이나 할 건가 늘 의심스럽다 (양심고백). 그래도 진심을 더듬어 생각해보면 늘 치즈케잌을 좋아했다. 큼지막한 치즈케잌 말고 손바닥만한 치즈빵이나 미니 치즈케잌 같은 것.


치즈빵은 힘을 주지 않고도 위를 잡고 가르면 결대로 곱게 나뉘어 입에 넣기 좋은 크기가 된다. 과하지 않은 치즈 맛과 촉촉한 빵맛이 잘 섞여서 혀끝으로 입천장에 녹이듯이 부셔 먹으면 어느새 한 봉지가 없어진다. 퍽퍽하지 않아 우유가 필요하지도 않고, 과하게 달지도 않아서 식사빵으로도 좋은 멋진 디저트다.  


디저트는 자기가 주인공이라 다른 음식의 개입을 불허한다. 그래서 잔상도 불허한다. 잘 만든 디저트는 입에 넣는 순간 그 맛에만 단번에 집중하게 만든다. 스타벅스 기프티콘 값이 커서 어쩔 수 없이 디저트 코너를 보다 클라우드 치즈 케이크를 아메리카노와 함께 주문하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한 입을 먹는 순간 치즈 케이크 맛있다는 생각 뿐이다. 고단한 마음도 잠시나마 덜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디저트의 미덕은 과하게 먹으면 맛이 없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디저트는 여러 개를 시켜서 나눠 먹어야 제일이다. 한 디저트를 한 입밖에 못 먹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포크질을 하게 되고, 그 입이 마지막이었다는 아쉬움과 함께 다른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는 설렘이 공존한다.


열심히 살고 체중을 감량하고 단백질을 챙겨먹고 탄수화물과 싸우는 것에 지친 날이면 디저트 한 입 정도 먹을 수 있지 않겠나. 내일의 내가 감당하면 그뿐이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섭취한 칼로리만큼 살아내면 된다. 다소 고통스럽겠지만 도넛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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