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ipline과 Procrastinate,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 중 유독 개인적인 무게가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Discipline'는 규율, 훈련, 단련이라는 뜻을 지녔으며, 폭포 앞 큰 돌 위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스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미루다, 연기하다는 뜻을 지닌 'Procrastinate'는 해야 할 일을 하기 앞서 유튜브가 보고 싶은 충동을 생각나게 한다. 일을 막상 시작하면 그 세계에 서서히 빠져들어가면서 일이 수월하게 느껴지지만, 그 시작의 문턱은 왜 이리 높은지. 미루는 행동은 이젠 습관을 넘어서 바로 일을 하면 중요한 의식절차가 빠진 것만 같이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11월 매일 글 쓰는 연습을 하면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몇 년 동안 미루어왔던 꾸준한 글쓰기를 드디어 실천하였다는 뿌듯함을 경험하였고; 혼자 도전하였을 때는 수차례 포기하였지만 여럿이 같이 하면 지속이 가능한 공동체의 시너지에서 힘을 얻었고; 내면의 소리에 더 집중하여 듣고 표현하는 훈련을 하면서 글쓰기가 주는 특별한 내면의 만족감을 느꼈다.
"마감"의 힘은 대단하다. 마감을 코 앞에 두고서야 부랴부랴 글을 써 내려간다. 쫓기는 묘미를 즐기는지,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어야 속이 시원한지, 마감 없이도 꾸준히 글쓰기를 실천하면 좋겠지만, 아직은 자발적으로 매 맞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미루지 않는 훈련, Discipline과 Procrastinate 사이. 아무래도 평생의 과제임을 받아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