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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 따라가는 사람 Jul 20. 2022

칼럼|AI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1

필자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이 AI가 사람처럼 스스로 '존재'를 인지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단계에 이를 때 논의가 필요한 내용을 요약해 보려고 한다. AI세상을 여행하는, 어쩌면 의도하지 않게 히치하이킹을 하게 될 우리를 위한 가이드맵이라고 해두자.



아는 사람만 아는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여행 안내서>


필자가 AI와 관련된 담론들을 들을 때 자주 떠올리는 영화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여행 안내서>이다. 유명한 동명의 소설의 도입부에 해당한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돌고래와 생쥐(엄밀하게는 생쥐로 변신한)가
지구인을 능가하는 지적 생명체로 나온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수많은 돌고래가 “이제 우리는 볼 일 다 봤고 지구는 곧 은하 도로 개통 문제로 철거되니까 떠나요~ 생선은 고마웠어~”라고 노래를 부르며 푱푱푱푱(!) 하늘로 올라간다. 지구인이 자신을 최고의 지적인 존재로 생각한 것이 허상이었으며, 인간이 알고 느끼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생쥐는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고 했던 존재들이다. 게다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두 번째로 마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굉장히 특이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데, 무려(!) 우울증을 앓고 있다. 

심지어 다른 이에게 이 우울감을 전이할 수도 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로봇이 우울증에 걸려있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우울감이라는 것은 어쩌면 '나'라는 존재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피조물에게 발생하는 정신적 증상이지 싶다(긍정적이지는 않다). 필자 역시 순간순간마다  우울감을 심하게 느끼기도 하고 이를 아무런 도움 없이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를 느끼니, 분명 존재하는 존재가 맞는 것 같긴 하다(안 겪고 싶지만). 영화로 돌아와서, 데카르트의 격언을 기준으로 삼자면, 이 로봇은 확실히 '존재'하는 로봇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C3PO, K-2SO 등의 로봇들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마빈은 확실히 그 정도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실제로 원작자가 그런 의도를 가졌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필자는 마빈은 존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 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AI가 그러한 단계인가? Not Yet and No Way. 로지든 람다 2든 아직 이러한 질문을 진정한 자신만의 관점으로 설명한 적이 없다. 


지구가 사라지는 이유는 그저 ‘은하계 초공간 이동용’ 도로를 확장하는데 걸리적거렸기 때문이며, 오직 수건을 걸치고 히치하이킹 자세를 취한 사람들만 살아남게 된다. 은하수를 여행할 최소의 준비가 된 사람만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 가지 스포일링을 하자면, 영화의 절정 단계에서 지구가 알고 보니 매우 중요한 우주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지적 존재가) 준비해 둔 백업본을 이용해서 지구(와 그 안의 모든 생명체와 구조물이) 원상복구 된다. 지구와 그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사실은 지적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일종의 가상 캐릭터와 기타 등등이었던 것이다. 존재한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가 묘사한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모두 허상일 수 있다는 충격을 던져준다. 

여하튼, 무언가 역할을 부여받고 내가 인지하든 아니든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존재의 근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제 다시 AI와 메타버스의 개념으로 돌아오자. 앞에서 인공지능이나 메타버스가 새롭지 않은 것임을 역설하였지만, 사실 실제로는 많은 개념들이 변화하고 확장되며 폐기되고 있다. 어쩌면 필자의 세대가 끝나기 전에 정말로 인공지능·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시대를 목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근본적인 천지개벽이 아니라, 방식과 구현 형태의 변화일 뿐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존재를 의심하고 있는 AI와 메타버스를 이러한 기준으로 다시 살펴보면 이제 우리가 집중해야 하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을 다음 글에서 좀 더 정리해 보자. 



* 이 글은 2022년 7월 11일 뉴스 미디어 파인드비에 기고한 글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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