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오게 된 실리콘 밸리에서의 삶이 일상이 되기까지
이제 4년이 다 되어 간다. 이곳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게 된지도 벌써.
이제야 조금 아, 나도 정착했구나 싶으면서도, 이곳을 이제는 제법 집 (home)이라고 부르면서도, 가끔 자기 전 눈을 감으면 한국에서의 일상이 눈에 선하다. 아기자기한 건물들의 볼거리, 공간을 꽉 채웠던 여름의 매미소리, 뼈솟까지 시리던 매서운 겨울의 추위.. 그리고 친구들과 노닥거리던 한강에서의 치맥 등.
한국과 사뭇 다른 삶인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일한다고 정신없이 지나간다. 초기에는 일이 조금 여유롭였지만 이제는 일에 속도가 붙고 나의 능력치도 함께 늘어나면서 굵직한 프레젝트들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거운 날들도 있다. 최근에는 이직을 해서 새로운 환경과 일이 적응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 3월부터 재택근무를 했으며, 요새는 하이브리드로 주 3회 출근을 한다. 집에서 일을 하면서도 야근 및 주말까지 일하는 날들도 있었고, 나의 10년 차 직장 생활중 가장 밀도 높은 업무를 하는 시기가 아닌 가 싶다.
전 세계 Tech 허브에서 일한다는 짜릿함은 물론이고 유연하고 자유로운 근무환경, 맛있는 여러 나라 음식들, 끝내주는 날씨, 일 년 내내 푸르른 그리고 마치 젖고 꿀이 흐르는 것 같은 축복받은 땅 실리콘 밸리. 멀리서 보면 여유롭고 풍요로운 곳으로 비치고 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TC (Total Compensation - 기본급, 보너스 및 주식을 포함한 총연봉의 개념)와 주식 등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어쩌면 낭만은 부족한 이곳. 코로나 때문에 달라진 풍경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별함이 있는 곳이다.
현재 진행형인 실리콘 밸리에서의 삶. 이곳에 오게 된 과정, 이곳에서 지내면서 느끼고 배운 점을 조금씩 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특히 나는 한국에서 약 6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고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내가 느꼈던 두 문화의 다른 점, 혹은 적응해야 했던 점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기록들은 내가 훗날 꺼내보며 추억으로 될 수도 있고, 일종의 나의 성장기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혹시 실리콘밸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