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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Jul 25. 2022

Welcome to Silicon Valley!

궁극의 Tech 허브에서 일하게 된 Connecting Dots

"I am happy to offer you this job..." 


2018년 8월 말, 면접을 진행 중이던 Hiring manager (내가 직접 보고하게 되는 직속 상사)와의 컨퍼런스 콜에서 나에게 오퍼를 구두로 주던 그 순간.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이 엊그제처럼 생생하다. 

당시 나는 뛸 듯 기뻐서 바로 오퍼를 수락한다고 했다. 나의 매니저는 그래도 오퍼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하고, 24시간 이내로 이메일로 결정을 해서 답장을 보내달라고 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아니, 내가 정말 실리콘밸리로 가게 된 거야?!! " 

솔직히 생각지도 못한 순간이었다. 나는 당시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둔 한국 지사에서 재직 중이었고, 여러 이유로 본사로의 이직 희망을 하여 인터뷰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내 주위 및 여러 사람들이 (나마저도) 본사로의 이동은 꽤 힘들 것이라고 생각을 했으며, 지원은 했지만 실제로 오퍼를 받을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사실 지사에서 본사로 가는 경우가 큰 테크 기업에서는 왕왕 있는데, 엔지니어 포지션이거나 팀이 큰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회사는 규모가 아주 크지도 않고 나는 Product 사업부에 속해 있지도 않아서 굳이 취업비자 발행 등 여러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나를 뽑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나는 직군도 바꾸어서, 한국에서 일하던 직무와는 다른 포지션에 지원을 했기 때문에 더욱이 예상치 못했던 내부 이동이었다. 


그러나 두드리는 자에게는 정말 기회가 오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몇 달 뒤에 샌프란시스코행 "편도" 비행기를 타게 되었고 Here I am! 지금은 산호세에 정착하여 지내고 있다. 

약 4년 전 샌프란행 편도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날 




이렇게 몇 줄로 요약이 되는 나의 실리콘밸리행은 실은 간단하지 않았다. 우선 가장 중요한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회사에서 취업비자를 스폰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나에게 알맞은 직무가 있다고 한들 나를 취업비자를 스폰해 주며 이동을 승인해 줄지 미지수였다.

취업비자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오퍼를 받고 나서 진행될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는 우선 회사 내 어떤 포지션이 오픈되는지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수개월의 탐색에 더해 내가 알고 있던 본사의 여러 인맥들에게 연락을 하여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당시 나의 매니저에게 솔직하게 팀을 이동하고 싶다고 이야기도 해야 했고, 내부 이동이기 때문에 더 철저히 검증을 해야 한다는 나의 현재 매니저한테 받은 여러 과제 및 여러 인터뷰 과정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릴 적에 미국에서 지냈던 경험이 있었지만 미국에서의 학위도 없고 일한 경력이 없었기 때문에 미국에 일하러 갈 수 있을까라는 나 스스로에게의 의문이 있었다. 특히 합격하지 못하면 한국 지사도 퇴사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으로 잠을 설치는 나날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정처 없이 걷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첫 단추를 헤쳐나가다 보니 막막하던 과정들을 지나 나도 모르게 조금씩 상황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혹시나 나처럼 실리콘밸리 혹은 해외에서 직장을 구하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약간의 팁 및 내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Networking & Just ask!

지금 생각해 보면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던 것은 우연히 알게 된 동료들에게 "저 이거 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어요?" 혹은  "혹시 조언해 줄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던 나의 "낯짝 두꺼움",이었던 것 같다. 이 동료들도 거의 본사 소속의 일반 매니저부터 VP까지 직급이 다양했는데, 보통 해외에서 있었던 내부 컨퍼런스나 사내 파티 등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실상은 같이 일한 적도 없는 동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도움을 청한 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나에게 적합한 포지션이 생겼을 때 미리 귀띔을 주는 등 큰 도움을 되었다. 

게다가 알고 보니 내가 첫 면접을 봤던 Hiring manager (내가 직접 보고하게 되는 직속 상사)는 예전에 사내 파티에서 만나서 담소를 나눈 적이 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날 하도 여러 명을 만나서 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첫 면접을 볼 때 매니저가 먼저 "우리 이전에 만난 적 있다", 며 먼저 인사를 해 주어서 기억을 못 했던 나는 약간 멋쩍었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한 번이라도 대화를 해 본 사람을 면접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훨씬 수월했고, 그에 따른 결과도 좋았다. 



내가 실제 참석했던 컨퍼런스의 한 장면. 현 코로나 시대에서는 조금 까마득한 풍경이지만, 이런 내/외부 컨퍼런스는 사무실에서 벗어나 네트워킹하기 아주 좋은 기회이다.




한참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매니저가 하는 말이 당시 내부적으로 여러 명에게 나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었고, "I've only heard great things about you!"라고 말해주었다. 과제 및 인터뷰도 중요했지만 나는 내부적으로 평판이 괜찮은 편이었기 때문에 아마 본인팀으로 오는 것을 승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네트워킹만을 하고 내실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결국 일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경우 작은 connection이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미국 및 해외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랑 만나는 곳에서도 의외의 접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직장 생활하면서 틈틈이 네트워킹 하는 것을 잊지 말자. 


Are you desperate enough? 절실한 자세를 보이는 것

그렇게 몇 차례 인터뷰 이후에 다음 단계로 과제를 해야 했는데, 정해진 기한도 포맷도 없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라는 느낌이었다. 일단 그 과제를 받자마자 나는 새벽 2-3시까지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를 먼저 풀어서 보내고, 잘 이해 안 가는 문제는 내가 따로 상황 가정을 하거나 질문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24시간 전에 제출한 것은 미국 서부와 시차가 나기 때문에 매니저가 한시라도 빨리 나의 과제 결과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무엇보다 나의 절실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첫날 이후에도 거의 매일 같이 나의 과제 진척상황을 보고를 해 줬으며, 당시 해외 출장이 잡혀 있어서 며칠 정도는 결과가 별로 없을 수 있다는 것도 귀띔해 주었다. 또 해외 출장 중에서도 업무 끝난 밤에는 계속 과제를 해서 거의 매일 결과를 보냈다. 

이렇게 한 2주 정도 매일같이 중간보고했던 시간이 지내고 나니, 매니저는 그간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고맙다고 나에게 전해주었고, 내가 어떻게 미국에서 일할 수 있을지 법무팀과 논의해 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당시 매니저가 나에게 보고 싶었던 것은 전반적인 스킬도 있겠지만 과제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얼마나 절실한지 등을 보려고 했던 것 같다. 당연히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다른 후보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싶은 것이 매니저의 마음일 테고, 이후에 비슷하게 절실한 마음으로 업무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Comfort Zone에서 벗어나기 

한국 지사에서 미국 본사로 가게 된 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어떻게 한국 지사로 입사하게 되었는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당시 대학원 졸업 후 한국 대기업에서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4년 차 정도에 기회가 생겨 해외에서의 외부 컨퍼런스를 참석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알게 된 해외 본사에서 일하는 외국인들과 며칠 인사하며 지내다 보니 컨퍼런스 후에도 종종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고, 한국 지사에 새 포지션이 생겼을 때에 나에게 먼저 연락이 와서 인터뷰를 보게 된 것이다. 

나는 당시 하던 일과는 매우 다른 포지션이었지만 우선 경험을 쌓기 위해 인터뷰를 보았고, 약 다섯 차례 인터뷰 후에 오퍼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오퍼를 받고 나서도 이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나는 이직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상황도 아니었고 당시 다니던 회사도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으며, 한국의 대기업에 다니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규모가 작은 외국계 지사를 간다는 것도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체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로만 선택하는 내 성향에는 이직하는 것은 평소의 나답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하던 업무도 바뀌게 되어 별 불만도 없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옳은 결정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직을 한창 고민하던 어느 가을 외근 이후 회사로 돌아가던 날. 당시의 선택이 몇 년 후 내 인생에 아주 큰 변화를 가져다 줄지 이때는 몰랐다. 



하지만 내일이 오늘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인가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익숙한 Comfort Zone을 벗어나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친한 선배의 조언대로 "앞으로 직장생활에서는, 리스크를 가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약간의 (그때 당시에 생각하기에) 리스크를 가져가 보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미국 본사로의 이직을 염두한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때의 결정이 몇 년 뒤 나의 인생의 큰 갈림길을 만들어준 시초가 된 셈이다. 





이러한 여러 과정을 통해 배운 한 가지가 있다. 남에게 부탁하는 것도 어려워하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불편하게 느낄 때가 많은 나에게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남편이 자주 하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Closed mouth don't get fed!" 



한마디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을 해야 하고, 말을 하지 않는 자에게는 기회도, 그에 대한 결과도 없는 말이다. 무작정 두드린다고 열리는 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원하는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시도를 해보고, 특히 잃을 게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진부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부족한 내가 실리콘 밸리로 오게 된 과정은 이러한 선택과 도전들로 이뤄진 결과이다. 나의 여정은 문 하나하나 두드리다 보니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에 따라 삶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문득 오늘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주위에 있는 작은 기회부터 찾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작은 순간들이 모여 나비효과 같은,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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