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애 뒤돌아보기
2018년 여름, 임용을 준비하며 도서관을 줄기차게 다니고 있던 회색빛 삶에 향기로운 향수 냄새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가 있었다. 나는 샤프한 얼굴선과 날렵한 눈매, 빨간 폭스바겐을 타던 그에게 반해버렸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토익을 준비하던 그를 멀찌감치 바라보며 작은 마음, 마음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분명 내 인생에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그를 향한 마음은 커져갔다. 안돼, 이러면 큰일 나, 무슨 소용이니, 하며 마음을 다잡고 다잡아도 어쩌다 한번 그가 오지 않는 날에는 두리번거리며 왔나 안 왔나를 찾아보고 있는 나를 보며 드디어 미쳤구나 하면서 목 근육을 풀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도서관을 가야 하는 이유가 공부하기가 아닌 그를 보기 위함으로 바뀔 때쯤 그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왜지, 왜지, 왜를 속으로 외치며 복도 창문에 앉아 임용 서적을 펼쳐 놓고는 그의 빨간 폭스바겐이 나타나기를 빌었다.
끝내 5일을 연속으로 나타나지 않자 '하,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하겠구나, 아쉽네, 뭐라도 해볼걸' 하며 나의 짝사랑은 막을 내렸다.
분명 오지 않을 그지만 그래도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쁘게 주차된 빨간 차를 나는 그만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