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없구요. 사진이랑 냄새만 조금 남아있습니다.
새로운 여행이 삶을 계속 채워줄 것이라 생각했었다. 언제나 편하게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었다.
우리 둘에게 해외 여행이란, 금요일 저녁에 치킨먹다 갑작스레 정할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은 것이었고,
준비단계부터 차곡차곡 여행을 음미할 줄 아는 와이프와 낯선 길 걸어보기 선택하기 중독자인 나는 자주 여행을 떠났다.
그러다 첫째 아이가 생겼다. 조금 크면 다시 떠나자며 웃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약간 웃음끼가 가셨다. 그리고 둘째 아이가 생겼다. 집 앞 편의점같이 쉬웠던 해외 여행은 이제 전설속의 유적 마냥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래도 사진은 남아있다. 여행지의 냄새라도 날까싶어 낡은 앨범아닌 먼지낀 외장하드를 볼에 비비며 사진을 꺼내본다. 그 곳에 어떻게 갔는지, 어느 건물을 돌아 몇 번 버스를 탔는지는 이제 떠오르지 않지만 그래도 사진의 앞과 뒤의 이야기들은 남아있다. 운이 좋으면 그 곳의 냄새도 조금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