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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카 Braka Nov 06. 2022

유학하면서 내가 잃어버렸던 것들

유학을 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공부에 특히나 영어에 자신이 없던 내가 영어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고, 한국과 사뭇 다른 분위기와 풍경을 보면서 여태 알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식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꽃병을 사서 매주 다른 꽃을 꽂아두게 된 것도 유학에 오고 난 후 꽃이 주는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지만, 분명 힘든 일들도 있었다. 익숙한 환경과 사람들을 떠나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이 나에게 주는 부담감이 상당했던 것 같다. 유학에 오고 나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것도 아니었고, 주변에서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꽤 자주 고립감과 외로운 감정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있을 때마다 이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영원히 나는 이 힘든 감정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만 같아서 무서웠다. 그때 모든 것을 털어놓고 힘들다고 말할 수 있었던 가족이 있었기에 위태롭지만 단단한 줄을 잡고 간신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의 첫 1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몸도 마음도 성한 곳이 없었다. 솔직히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진 상황의 심각성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 거울 속의 나를 매일 보면서도 항상 보는 모습이기에 그 모습이 익숙했고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마음은 눈에도 보이지 않기에 더더욱이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 도착해서 가족들을 만나 집으로 돌아가고 나니 몸과 마음의 긴장이 탁 풀리면서  '아 내가 지금 힘들구나'하고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 결과들은 좋았다. 미국에서의 두 학기 성적은 열심히 한만큼 좋은 결과가 나왔고, 내가 그토록 바라 왔던 편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챙김 받지 못한 채 방치되었던 그 상태 그대로였다.


나는 이따금 이런 생각도 했었다.


지금의 나는 최선을 다해서 삶을 살고 열심히 공부하는데 건강 하나쯤은 놓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사람이 완벽하게 모든 것을 챙길 수 있을까. 건강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편입 문제부터 해결하자.


이제와 돌이켜보면 너무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3개월의 길고도 짧았던 여름방학 동안 나는 내가 푹 쉴 수 있도록 허락했다. 곧 시작될 새로운 학교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푹 쉬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쉼은 내가 회복하는 것에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유학을 하며 그토록 그리워했던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나눴고, 보고 싶었던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또 쉴 때는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면서 책을 읽고 그림도 그렸다. 잠을 푹 자고 건강하게 먹으면서 내 생활을 되찾고 좋아하는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몸의 건강을 되찾아가면서 나는 마음의 건강도 회복되고 있음을 느꼈다. 1년간의 유학생활을 찬찬히 되돌아보면서 잘 버텨준 나를 위로하고 잘 토닥여줬다. 또 전처럼 몸과 마음의 건강을 헤치는 생활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행복했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유학생활의 길에 올랐을 때 나는 작년의 나보다 부쩍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나 자신의 성장을 느꼈던 가장 큰 이유는 웬만한 일에 예전만큼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을 때 예전의 나는 좌절하고 나 자신의 탓하며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사로잡혔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때와 조금 다르다. 힘든 상황이 갑작스럽게 찾아와도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먼저 떠올리고 불필요한 감정들이 오래 머물지 못하도록 툭툭 털어낸다. 그리고 좀 더 차분하게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몸의 건강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한 식습관, 가벼운 운동, 그리고 충분한 잠을 자는 것은 단순하지만 내가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버틸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몸이 건강하니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더 밝고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물론 공부는 전 학교에서 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다.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선 또 따로 글을 적어야 할 만큼 하소연할게 많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삶의 질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이곳에 와서 새롭게 만난 인연들이 하나같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감사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살다 보면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이 꼭 한 번씩 찾아온다. 그럴 땐 어둠 안에 갇혀서 점점 더 어둡고 깊은 곳으로 빠지고 있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이 어둠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언제나 끝은 있다.  그렇기에 이전의 나는 그저 버티자, 끝까지 버티자 라는 말만 스스로 수백 번 되뇌었다.


지금의 나는 그저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의 건강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아무리 끝까지 버텼다 한들 아프고 건강하지 않다면 이루어 온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도 이 순간 또한 지나고 나면 그리운 추억이 될 수 있기에 최대한 현재를 누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내가 공부하는 학교, 환경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상하지 않도록 돌봐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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