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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 Jan 18. 2021

[미국생활]한국에서 온 소포

가장 기대되지 않는 것들

남편의 미국 미시간대학교 포닥 결정과 함께 부랴부랴 한국 집을 정리하고 미국에 온 지 2달이 지났다. 비행기 타기 며칠 전까지 정신없이 짐 정리하고, 우체국에 선박으로 붙였던 택배박스가 2달 후인 지금 도착한 것이다. 이 짐 없이도 2달을 잘 살았기 때문에 이 택배가 문 앞에 도착한 것을 본 순간, 정말 기대되지 않는군! 필요 없는 물건 대잔치이겠거니 생각이 들어서 가지러 나갈까 말까 고민하며 창문 앞에 잠시 멈춰 섰다.


미국에 오기 전에 신혼집을 정리하고 남은 짐들은 친정과 시댁의 창고행이기에, 최대한  필요 없는 물품과 옷가지들을 처분했지만,  재활용센터 사장님 같은 기질을 가진 남편은 필요 없는 물건에도 애착을 가지고, 버리기 아까워서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처분하지 못한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기타 용품들을  미국행 배에 실어 보낸 것이다. 20킬로의 기대감 없는 상자 3박스가 더 올 예정이다. 택배 받는 거에 대한 흥분과 설렘은 없다.



결혼선물로 받은 Denby 머그컵세트, KF94 마스크, 민음사 문학서적 몇십 권만이 나의 생활에  필요했던 유용하게 쓸 물건들이겠거니. (미국에 오기 전에 샀던 민음사 문학 전집을 계속 읽고 싶은 마음에 몇십 권을 택배 상자에 넣어버렸지 )


나도 진짜 읽고 싶어서 무겁지만 문학책을 많이 보내긴 했지만, Pdf 파일이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남편은 대학교 때 읽었을 기초전공서적을 왜 4권이나 챙겨 왔으며, 누구를 위하여 자신의 졸업논문 2권을 택배 상자에 넣었는가. 그 외에도 어느 공원을 가도 벤치가 넘쳐나는데 이동식 등산의자, 수영장이 언제 열지도 모르는데 수영 도구들,  의문의 전선들, 그리고 여분의 한국에서도 잘 안 입던 옷과 양말들


 

다시 2개월 전으로 미국 오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상자에 넣으면 좋을까? 뭘 넣어야 택배가 기다려졌을까? 생각해본다.

 한국에서 과자와 레토르트 식품을 일절 사지 않던 내가 미국에 간다고 한국 과자와 라면, 간편식품을 가득 채워서 보내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고, 한국 마트에서 농협 무말랭이며, 김이며 취나물, 한국산 고추 가루며 안 파는 건조식품이 없기에 약간 비싸긴 해도 필요하면 살 수 있다.


선박 택배가 아니라 항공택배를 이용한다면 받고 싶은 신석식품이 몇 가지가 있긴 한데 그것도 비싼 항공 택배료를 생각해보면 굳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들긴 한다.


미국에서  한국 식료품을 언제든 살 수 있고, 많이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2달의 긴 여정 끝에 우리 집으로 와준 택배 물건들을  제 기능에 맞게 잘 사용해줘야겠다. 놔두면 어디 쓸 데가 있겠지... (맥시멀리즘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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