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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득 Jun 07. 2021

농활

 대학생들의 로망 중에 하나를 꼽자면 *농활이 아닐까 싶다. 손에 흙을 묻히며 자연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시간이기에 대학생들 사이에선 값진 경험으로 통했다. 여름이 오기 전부터 학교 커뮤니티에서는 농활 멤버를 모집한다는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있었다.


 ‘나랑 같이 이번 여름 방학 때 농활에 참여하지 않을래?’ 친구의 권유에 우스갯소리로 한 달에 한 번씩 농활을 간다고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본가에 내려갈 때면 목장갑과 호미가 나를 애타게 기다렸으니까. 부모님은 똥강아지 전용이라고 따로 빼둘 정도였다.


 예부터 농사를 품앗이라고 부른 이유는 혼자서는 절대로 해낼 수 없는 양이기 때문일 거다. 그 때문에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봄이 되면, 새벽부터 밤까지 바빠지는 부모님을 따라 덩달아 바빠졌던 기억이 난다. 고사리 같은 손에 맞지 않던 목장갑이 어느새 손에 딱 맞는 나이가 되어서도 나의 품앗이는 계속되었다.


 때로는 농사일을 돕는 겸사겸사 부모님을 뵈러 내려간 적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4월은 암묵적으로 시간을 비워두어야 했다. 1년 중에서도 벼농사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을 못자리가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물론 손에 흙을 묻히는 일이 매번 즐거웠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 손으로 일용할 양식을 일궈내는 마법은 또래 사이에서도 가히 드문 경험이었다. 이를 몸소 겪었다는 생각에 묘한 자부심이 들어 조금은 우쭐 대기도 했다. 흙보다 콘크리트 위에서 지내는 시간이 점차 많아질 것을 알기에 오히려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활동’의 줄임말로, 대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농촌에서 일을 거들면서 노동의 의미와 농민의 실정을 체험하는 봉사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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