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어느 산골짜기의 그것
충격도 잠시, 정말 기뻤다. 나를 공학의 길로 이끌어준 모든 선생님들과 부모님을 찾아가 나의 이 흥분을 공유하고 싶었다. 여태껏 해왔던 책상 공부는 가끔 흥미롭긴 했으나 결코 흥분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공학의 렌즈를 끼고 본 세상의 모습이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을 줄이야. 어린 내게는 너무도 벅찬 감정이었다.
그런데 이 감정은 내가 어디선가 느껴본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생각해봤다. 불현듯 떠오른 그 장소는 바로 네팔.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을 따라 네팔의 어느 산골짜기 마을로 떠난 기술 봉사에서 느꼈던 그 감정이었다.
짙은 밤, 우리 팀이 준비한 태양열 전구를 손에 쥐고 트럭에 올라 가파른 산을 오르던 그 기분. 환영한다며 염소를 잡아 먹여준 산마을 주민 분들이 고이 잠든 시간, 내일 아침 전구를 달아 드리기 위한 장비를 챙긴 후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보고 누웠을 때의 그 기쁨. 다음 날 과학 캠프를 열어주자 모형 로켓을 날리며 신이 나 입이 귓가에 걸린 아이들의 시끌벅적함. 마을 주민 분들께 백신을 전달해드린 후 마신 음료 한 잔의 청량한 그 맛. 폭포수 밑에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남긴 후 마을 사람들을 모아 당신 삶의 철학과 신념, 당신의 목소리를 나누셨던 교수님을 향한 팬심.
내가 흘린 땀이 누군가의 삶에 즐거움으로 환생할 때의 그 벅참. 내 삶을 맡겨보기에 충분한, 듬직한 이 감정. 아무리 졸려도 깨어 있게 하는 즐거움, 나를 움직이는 힘. 이거 해서 뭐하지, 하며 공부했던 것들이 재해석되는 순간. 막연했던 일상에 또렷한 시야가 더해질 때의 그 감격. 이제는 내가 어디에 있던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만 같은 이 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