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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 Jun 12. 2022

사유의 방

국립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 전시

사유란 국어사전에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이라고 되어있다. 잡생각이 많아질 때, 나는 미술관에 가는 편이다. 그림들을 보다 보면 처음엔 색상을, 그다음엔 형태를, 그런 다음엔 작가의 의도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또 자세히 봐야지 보이는 작은 힌트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그 후에는 어느 순간 차분해지는 나를 느끼곤 한다.


사유라는 것은 나에게 '쉼'과도 같다. 몸이 힘들면 그늘진 곳에 가서 가서 바람을 쐬며 앉아있듯이 정신이 복잡할 때는 사유하면서 쉬어간다. 그래서 그림을 좋아한다. 그리고 전시 공간 또한 좋아한다. 이 공간은 커다란 장소에 비해서 조용한 편이고, 조명이 밝지 않고 온도도 적당하다. 가장 좋은 점은 그림 감상에 걸맞게 어떤 장소에는 편안한 의자가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최적의 조건은 마음과 몸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림을 보는 것도 좋지만 영감을 얻거나 명상을 하기 위해서도 괜찮은 공간이다.


나는 이러한 문화공간이 사람들의 삶에 여유와 쉼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국립중앙박물관에 사유의 방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보러 갔었다. 사유하고 있는 불상 2개가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다. 고민이 있어서 그 불상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되물었다. 그곳에는 의자가 없어서 가만히 서있다가 다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불상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치열한 사회에서 단 1분이라도 멈출 수 있는 이런 공간은 삶의 숨통을 잠시나마 틔어주는 듯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무료로 입장 가능하니 한번 가보는 걸 추천한다. 역에서 걸어가는 길이 10분 정도 걸리니 뜨거운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반가사유상 국보 78호 83.2cm 청동에 도금(왼쪽), 국보 83호 93.5cm 금동(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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