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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 Jul 05. 2022

여행을 시작하면서

한국 인천공항

[ 2018.07.09


제목 : 조금 더 긴 7월 9일


한국에서부터 경유지 아부다비까지 계속 9일에 멈춰있다. 새벽 7시에 일어나서 캐리어 싸고 (ㅋㅋㅋ.. 5년전과 똑같다), 면목도서관 가서 숙박이랑 비행기 서류 출력하고, 엄마랑 사가정 이학갈비 가서 갈비탕 먹고(나는영양돌솥밥을 먹으려했지만 주말은 안한다고ㅠㅠ), 송이가 생일선물로 보내준 기프티콘으로 엄마랑 스타박스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연하게와 클라우드 치즈케이크를 나눠먹었다.

 "이렇게 커피한 잔 하면서 여유가지러 오는 사람 많아!" 엄마에게 혼자서 휴식을 즐기고 싶을 때 와보라고 말씀드렸다.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다 마시며 엄마는 "이렇게 맛있는 커피 ... ... 한 잔 다 마신거 처음이다." 내가 엄마의 그늘 아래에서 쉽게 누릴 수 있던 것들을 당신과 다 하고싶어요.

 부모님께 여행간다고 말했을 때도 나는 나만 가서 미안했다. 돌아가면 좀 안정적으로 돈 벌어서 한분씩 한분씩 같이 꼭 여행가요. 암튼 갈색 가죽 시계의 약을 찾으러 금은방을 여러군데 다녔지만, 일요일이라 다 닫혀있었다. 6곳. 그들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ㅋㅋ 그렇게 집에 왔고, 어머니를 보냈고, 나는 캐리어를 마저 쌌다. 5년전 기록물인 '조용하 바닷소리만 들렸다.'를 e북으로 만들기 위해 급하게 달리, 봄 메일로 파일도 넘겼다. 너무 급해서였을까? 나는 조금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무표정에 양입꼬리가 내려갔다.

그리고 가슴쪽이 답답했다. 왜 무서웠을까?

 불안했던 내 마음이 훅 전환된 것은 인천공항을 달리던 아빠차가 어느순간 원흥으로 잘못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차렸을 때이다. 아싸! 액땜했다.

 아부지는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았고, 아부지가 본래 말을 하다보면 그 말에 집중해버려서 그게 문제라고 전에도 그랬다면서 길고 장황한 설명을 해주셨다. 사랑스러운 사람. 마음이 편해지자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싶어져서 혼났다.

 가는 도중 아빠의 말 중

 "너는 서울이 고향이나 다름없다. 자존심인 줄 알아라."

 와우. 서울에 대한 확고한 믿음. 애정.

 아 아부지의 최애 음식은 서대회무침이라고 한다. 가오리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가오리는 넙적하고, 서대는 좀 더 뾰족?하다고 아부지가 손을 오무리면서 말씀해주셨다. 맛이 궁금하다.

 그래서 지금은 AM 7:39 7월 9일 월요일.

 아니네.. 8일 새벽 7시에 일어났던 거구나 ㅋㅋㅋ 어쩐지 너무 길다 했다. 한국과 아랍에미레이트 시차는 5시간. 여기는 Gate 35 오른편에 위치한 라운지다. 시작한다 여행. ] 




 지금은 2022년 7월 5일.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행을 갈 때 노트와 펜을 꼭 챙겨가서 시간이 날 때 그날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사람의 기억이란 나이가 들수록 믿지 못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까먹는 것도 너무 많고, 뒤섞여버리는 것도 많다. 그래서 웬만하면 사진과 글들을 남기는 편이고, 특히 내 마음의 소리를 많이 듣게 되는 여행 때는 더더욱 글로 저장시켜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말 신기한 것이 비행기 탔을 때의 기록이 전혀 없다. 글도 사진도. 나름 2번째 혼자 여행이라고 마음이 편했던 것일까, 아니면 긴 비행에 지쳐 먹고 자고만 반복했을까, 아니면 기록들이 다 사라져 버린 것일까. 아테네에 도착했을 때의 나는 팅팅 붓고 30년은 늙어 보이는 굉장히 얼굴이 안 좋은 상태였다. 아 분명히 남겼던 셀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차차 찾아봐야겠다. 


 4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못 가봤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지도 못하고, 여전히 부모님을 두고 혼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갈라니까 죄송한 마음이 든다. 특히 우리 어머니는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보셨다고 하셔서 마음에 걸린다. 만약에 어머니와 비행기를 끝끝내 못 타고 헤어지게 된다면 나는 가슴속 응어리를 죽을 때까지 가지고 살만큼 슬픈 일이 될 것이다. 엄마 미안 ㅠㅠ 이번에는 꼭 여행을 다녀와서 같이 제주도를 가야지. 그러고 보면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다음 해인 2019년 겨울에 중국에서 우한 폐렴이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른 나라 일이다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 일은 2020년에 전 세계 및 한국 또한 난리가 나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도 감염되기 때문에 전염 확산 속도가 매우 빨랐고, 사망자도 많이 발생한 무시무시한 병이었다. 국가차원에서 내려진 백신 예방으로 인해, 국민들은 병원에 가서 백신 접종도 2차-4차까지 맞았다. 물론 강요는 아니었지만, 사태 중간에는 백신접종자만 식당을 출입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차별이 있긴 했었다. 참 무서운 일이다. 지금은 목숨에 치명적이라던 델타 바이러스가 변이를 해 오미크론 바이러스로 유행하고 있고, 이것은 전염성은 엄청 높지만 상기도에만 머물러서 위급환자가 전보다는 줄어든 추세이다. 그러고 보니 거의 3년째가 되어가고 있구나.


 그래도 야외에서 마스크 쓰는 것이 의무가 아니 된 것이 다행이다. 

 완전히 코로나가 종말 되는 시기가 올까? 부모님과 그때는 꼭 여행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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