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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 Jul 06. 2022

지금을 사는 방법

그리스 아테네

[  2018. 07. 10 


제목 : Λαδόκολλα ΙΚΕ ΤΑΒΕΡΝΑ


 채희집에서 왼쪽으로 가서 또 왼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쭉 내려가면 이 곳이 있다. 지후가 토마토스파게티가 맛있다고 추천해준 곳인데, 나는 고기(chicken이라는 글자에 눈이 돌아갔다)파이기 때문에 맨 처음에 있는 Λαδόκολλα 스페셜 같은 걸 시켰다. 와우!!!!! 고기양이 대박이다. 너무나 풍족한 모습에 첫만남 순간에 감동했다.

 ㅋㅋㅋ 하지만 너무 고기더라. 많은 감자튀김이 맨 아래 있고, 삼겹살 구이, 떡갈비?구이, 양고기 맛 나는 소시지 구이, 그냥 소시지맛 구이, 그것 위에는 치킨 숯불구이, 그 위에 두툼한 피타가 맨 위에 올라가 있다. 다음에는 포장할 각오로 샐러드랑 같이 시키던지 해야겠다.

 먹으면서 이따가 그리스어를 사용해서 "Που είναι 슈ㄹ페르마켓" 해봐야지 등 생각이 너무 많다. 너무나 행복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뭐가 있을까? 그림을 그리면 되나?

 테이블이 마당같은 곳에도 깔려있는데 할머니랑 아주머니가 앉으셨다. 아주머니가 내 정면이라서 맘 놓고 관찰할 수가 없다. 그들이 그저 궁금해서 빤히 쳐다보다가 아주머니한테 들켰다. 눈이 마주쳤다. 이번 여행에 눈이 마주치면 웃자라고 결심했기 때문에 베시시 웃어버렸고 서로 고개를 까닥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지금 하고 싶은 말은 그가 시킨 크림파스타가 참 맛있어 보인다. 아니다. 할머니에게 덜어주고 계신데 크림이 별로 없다.  

 바람의 온도가 적당하고, 많은 차로 인해서 시끄러움, 녹색이 듬성듬성 많이 보여서 편하고, 고기들은 육질이 부드럽고, 탄 맛이 나고, 짭짜름하고, 막상 도착해서는 맛있는 냄새가 안났다.


 지금을 사는 방법. 그리스인은 행복을 찾는 사람. ]




 지금은 2022년 07월 06일. 만약에 나의 여행에세이가 책으로 출간이 된다면 오늘 글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할 것이다. 지금을 사는 방법! 


 나는 걱정이 많다. 9월부터 대학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한문을 많이 모르는 데 어떡하지? 등록금을 대출받아야 되는데 승인이 안 나면 어떡하지? 승인 안 받으면 청약통장으로 담보대출을 받아야 되는데 빨리 실행이 안되거나 불가피하게 대출할 수 없으면 어떡하지? 이미 전화로 은행과 통화를 한 후에도 생각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까 봐 전전긍긍하곤 한다. 나는 옛날에 내가 긴장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었다. 하지만 5월 말에 있었던 대학원 면접을 준비하면서 약 한 달을 여유 없이 보냈다. 그것의 증거들로 방이 너저분해졌고, 집안일을 안 하고, 약속도 안 잡고,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도 빠져들지 못하고, 밥을 잘 안차려 먹고, 일기도 까먹기 일수였다. 나에게 있어 대학원 면접이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많이 불안했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자신감 있는 분야가 아니라 전공지식을 물어보면 와르르 무너질 나의 모습이 들킬까 봐 두려웠나 보다. 그렇게 덜덜 떨던 면접이 끝나고는 아무도 없는 길을 걸으면서 엉엉 울었다. 아마도 '지나갔다'는 안도감과 함께 서러움이 밀려왔던 듯싶다. 그냥 나도 수월하게 마음고생 없이 살고 싶다고 말이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성격이 있다. 어디 좋은 여행지를 간다고 했을 때, 풍경도 좋고 유명한 맛집에 가려고 계획했는데 가는 길에 너무 배고프고 힘들게 되면, 옛날에 나는 배고픔을 참고 참아서 생각해 놓은 곳을 힘들게 가서 파라다이스를 느끼려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는 목표를 추구하기보다는 지금 나의 상태에 집중해서 " 배가 고프다. 주변에 배를 채울 수 있을 만한 것을 사 먹자. " 이렇게 변했다. 오히려 우연히 걸린 그 식당이 너무나 좋았을 수도 있고, 아니더라도 지금 배만 채우고 다른 곳을 갈 기회를 반기기도 한다.

 다른 예시로, 옷을 사러 갈 때 잘 어울리고, 가격도 경제적이고, 여기저기에도 다 입고 갈 수 있는 최고의 옷을 찾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몇 시간이고 옷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면 이 정도면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스쳐도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을 살려고 애썼다. 그렇게 해서 사게 되면 다행이지만 결국 못 사는 경우도 있었다. 최악인 것은 나중에 급하게 마음에 안 드는 것을 사버리게 된다.


 이것도 저것도 다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것은 내 욕심 아닐까? 그러한 나의 욕심은 나를 지치게 만든다. '나'라는 것이 먼저고, 그다음이 나의 욕심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 목표한 바를 향해 항상 가고 있긴 하지만, 엄청 느리다. 왜냐하면 잠도 자야 되고, 드러눕기도 해야 되고, 연애도 해야 되고, 가족들과도 추억을 만들고 싶고, 여행도 가야 하고, 맛집도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그저 나의 행복이더라! 내 행복이 언제나 내 욕심 앞에 있기를 감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을 사는 방법. 그중에 하나는 주변을 느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자를 치면서 들리는 소리, 많이 자란 손톱, 노트북 돌아가는 소리, 옆에 틀어놓은 선풍기의 바람 온도, 형광등의 눈부심 정도, 습해서 축축해진 집 냄새, 방금 먹은 주스의 달콤하고 새콤한 맛, 의자에 한쪽 다리를 올리고 있어서 자극이 오는 왼쪽 허리, 입고 있는 바지 재질의 거친 정도, 묶은 머리카락이 목 뒤에 닿아 따가운 것 등등 말이다. 




* 그리스어 해석

   Λαδόκολλα ΙΚΕ   ??....

   ΤΑΒΕΡΝΑ 식당  발음 타베르나

   Που είναι(장소) ()가 어디예요?  발음 뿌 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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