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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 Jul 07. 2022

신타그마 광장에서 트램 타고 바다로

그리스 아테네

[ 2018.07.11


제목 : 여기 무손 바다


 처음의 계획은 신타그마 광장에 있는 타히드로미에서 우표를 사고, 또 엽서를 사서 트램을 탄 후 바닷가 카페에 도착하기 위해서였다.

 오. 옷파는 사람도 있다. 두 명의 여자가 "에이!" 이렇게 큰 소리로 그를 불렀고, 그는 천천히 왔다. 그들은 옷을 고른다. 색다르다. 옷을 안가져온건가? 그저 수영만 하고, 옷을 살 생각이었나. 하의는 안입고 긴 윗도리만을 사서 입었다. 하얀색, 검은색 하나씩, 아니다. 초록색 사슴 뿔이 그려진 것 같은 흰색 옷도 고민중이다. 재밌다. 그리스 언어를 사용하는 것 보니 이게 진정한 그리스문화일려나? 맥주 한잔 하고 생중계 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참 오래도 고른다.

 암튼 좋은 카페는 찾지 못해 신타그마로 돌아가던 중 익숙한 정자를 발견해서 트램에서 내렸다. 근처 슈퍼에서 맥주와 과자를 아끼고 아껴서 1.5유로 안팍으로 내고 그곳에 가 앉았다. 그런데 어떤 소년이 노래를 부르면서 들어왔다. 처음엔 신경도 안썼다. 그저 맥주,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고 과자를 씹어먹고 싶었다.

 "에나줘~~"

 언제 들어왔는지 두명의 꼬맹이가 더 들어와있었다. 맨 처음에 들어온 소년이 대장인지 옆꼬마들에게 속닥속닥한다. 작은 소년이 계속 "에나줘~"를 외친다. 일본인인 줄 알고 엔화를 달라는 건가? 했다. 줄 돈은.. 미안하지만 없었다. 과자줄까 하고 손을 내밀어 보니 끄덕끄덕 하길래 안쓰러운 마음에 과자만 주고 왔다. 사실 좀 무서운 것도 있었다. 대체 작은 꼬맹이 셋을 왜 무서워했을까? 

 무손 바다, 돗자리 가지고 다시 한번 와야겠다. 비눗방울이 하늘로 날아간다. 하나도 늦게 날아간다. 나같다. 느리고, 따로 가는 사람. ]



2022년 7월 7일

사진을 보면서 4년 전 그날을 추적해보고 있다. 나는 sintagma 광장에서 트램을 타고 askliplio voulas라는 가장 끝 정류장에서 내렸었다. 몇 번 트램을 탔는지 기억나면 좋을련만. 그리고 구글 지도를 보는 데, 무손 바다를 찾을 수가 없어서 난감하다. 내가 갔던 그곳은 어디였던 것일까?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니, 나는 예전에 트램 T5번을 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2월 6일에 새로운 두 노선 T6, T7이 생겼고, 기존에 있었던 트램 3가지(T3, T4, T5)는 2021년 12월 15일에 역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세상에. 


나는 그날 바다로 가는 트램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트램을 타러 왔다. 배가 고파서 sintagma 광장에서 시금치 파이를 사 먹었다. 그리스 시금치 파이 이국적인 맛이 난다. 기름지고 그것만의 고소한 향이 있는데.. 

신타그마 광장과 시금치파이


그리고 나는 결국 마지막 정류장인 askliplio voulas에 도착했었다. 원래 바다가 보이는 멋진 카페에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려고 엽서를 들고 갔었는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겨우 그늘을 찾아 쉬면서 친구에게 편지를 적었다. 그 편지 내용을 찍어 놓아서 이러한 사정들을 기억할 수 있었다. 땡볕을 가까스로 모면했지만 조용하고 시원하고 파도소리만 들려서 만족한다며, 친구에게 이 한적함을 선물하고 싶다고 썼다. 아 하지만 그 엽서는 내가 한 달 동안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한참 뒤에야 친구에게 도착했다 ^^...


askliplio voulas 역 도착 후 바다와 친구에게 쓰는 엽서


 날도 덥고 이제 다시 sintagma역으로 돌아가려고 트램을 탔는데, 아까 가는 길에 눈여겨봤던 정자가 보여서 내렸었다. 근처 슈퍼에서 맥주와 감자칩을 사서 정자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나는 내가 요즘 30대가 돼서 쉬기를 좋아하고 금방 지치나 했더니 4년 전에도 그렇게 앉기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소년 세명을 마주치게 됐고 과자를 빼앗기듯이 주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 들었던 "에나줘~~"라는 말은 대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후에 무손바다 앞으로 가서 남은 맥주를 다 마신 모양이다. 거기에서 맥주를 먹으면서 메모를 남기고, 그러는 와중에 수영하고 몸을 말리는 두 여자를 발견했고, 사람들 사이에 옷을 가득 들고 다니면서 옷을 파는 행인을 보고 신기했던 것이다. 

 갈아입을 옷 생각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자유로워 보였다. 만약에 옷을 팔지 않았다면 쫄딱 젖어서 갔을 텐데 왠지 저 두 사람 포함해서 그리스인들은 그런 것을 개의치 않아할 것 같다. 

 근데 정말 무손 바다 그곳은 어디였을까? 나는 무엇을 보고 무손 바다라고 생각했을까? 분명 표지판을 봤을 텐데 말이다. 


내 과자를 들고 나를 보며 웃고 있는 대장 아이



*그리스어 번역

타히드로미  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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