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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 Jun 07. 2022

성북구립미술관 전시_<회향>

근현대화가 윤중식 10주기 추모전(2022.03.30-07.03)

그가 보여주는 노을 빛은 정말 노을의 색이었다.

윤중식 석양 2004 116.7*90.9cm

거대한 태양이 지나가는 자리는 저렇게 빛 줄무늬가 생기나 보다. 주황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검은색, 녹색, 하늘색 남색, 흰색.. 눈으로 직접 보이는 석양이 오로지 주황색일 수도 있지만, 세상의 많은 색들이 주황색으로 덮여갈 때 그것들은 많은 색으로 나뉘어지지 않을까 싶어지는 그림이다. 거대한 노을의 빛이 한꺼풀 한꺼풀 세상에 닿으면서 그 색을 변화한다. 


실제로 석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풍부한 분홍빛의 색상, 또는 쨍한 샛노랑의 색상으로 온 하늘이 뒤덥혀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나는 그것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여 보면, 그 당시에 내 눈으로 느낀 그 감동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사진에 실망하고 마는데, 그렇기에 나는 이 그림이 그 직접적인 감동을 설명하기에 더 더 더 가깝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쩌면 추상을, 표현주의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보는 감동을 표현하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2018년 프랑스 에트르타 석양



아래 그림에서 건물들 맨꼭대기에 얹어지는 노을의 색이 재미있다. 빛이 색이 되어 만질 수 있게 변한 것 같은 느낌. 물론 그림을 만질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화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태양 빛을 눈으로 쫓고 그 빛이 닿는 곳 여기저기를 다 섬세하게 바라본 것 같다. 노을이 온 마을의 색을 다 가져가 버려서 어둠이 올 때 까지 말이다. 우연히 보게 된 윤중식 화가의 그림들이 내게 강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석양을 바라보면 느끼는 그러한 감정들 .. 아름다움, 허무함, 안타까움, 찬란함 등. 마음을 건드렸다.


윤중식 강변 1979 60.6*72.7cm

                            배에 누가 타고 있네? 누굴까?



그리고 현재 성북구립미술관 회향 전시에서는 윤중식 화가의 사연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는 남북전쟁으로 인해 남하하는 과정에서 부인과 딸과 영영 헤어지게 되고, 피난하는 도중 무수히 많은 끔찍한 상황을 봤고 그것들을 드로잉으로 남겼다.. 시간이 지나면 과거가 된다. 과거가 많이 생기면 잊어먹게 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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