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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벽돌책깨기 Feb 12. 2021

죽은 경제학자 불러다 이야기 듣기(1)

첫 번째 낭독,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의 재림(전반부)

일시: 2021년 2월 10일 금요일

책: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토드 부크홀츠 저) 

회차: 첫 번째 낭독, 1. 곤경에 처한 경제학자들, 2.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의 재림(전반부)

참석: 설 연휴 전날 밤의 설레고 편안한 마음으로 Y님, K님, J님, 나(H)가 2주 만에 낭독했다. 의도치 않게 인원이 4명으로 굳어진 덕에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임에도 가까스로 모일 수 있는 소규모의 소중한 낭독 모임.


K’s 문장 Pick: 스미스는 모든 사람들을 경제 행위자로 간주한다. 그리고 주인공 없는 연극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스미스에게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누락된 경제학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스미스는 이탈리아의 정치가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토머스 홉스의 전례를 따른다. 두 사람은 인간을 당위적인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직시했다. (64페이지 하단)


K의 소감: 애덤 스미스가 인간이 이기심 있는 존재임을 간파하고 인정하고 직시한 점이 후련하고 인상적이다. 왕과 귀족이 가진 금과 은의 양으로 한 나라의 부가 많고 적음을 논하던 그 시대의 논리(중상주의)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가난한 보통 사람들도 경제적 행위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나아질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보고, 공평한 관찰자(≒양심?)가 사람들의 내면에 있다는 생각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계몽주의 시대이기 때문에 인간을 낙관에 차서 바라보았구나 싶다. 보수주의자의 무한 이기적인 자유방임주의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당대의 급진적인 사상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Y’s 문장 Pick: 애덤 스미스가 인간의 본성에서 발견한 중요한 자연적인 충동 또는 ‘성향 propensities’이 그의 분석 토대이자 고전파 경제학의 기초를 이룬다. 첫 번째, 스미스가 발견한 인간의 자연적 충동 또는 성향은 모든 인간은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스미스가 발견한 인간의 자연적 충동 또는 성향은 “인간의 본성이 갖는 분명한 성향은 (…)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의 것과 교환하고, 교역하고, 거래하고자 하는 것이다. (…)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인 성향이다. (65페이지 하단)


Y의 소감: 인간의 본성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두 가지 통찰에 공감한다. 사람은 나아지고 싶고, 그러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거래하고 교류하고 싶어 한다고 봤구나. 나 자신이 가진 더 나은 삶을 향한 욕구를 긍정하게 된다. 원래 ‘정치경제학’으로 시작된 학문이 ‘정치’를 뗀 ‘경제학’만으로 불리게 되면서(1900년대 초, 케임브리지 대학에 알프레드 마셜에 의해 경제학 과목 개설), 주로 수식과 그래프의 비중이 커지면서 ‘사람’이 빠지고 납작해졌다. 장하성의 <경제학 강의>에서 ‘어떤 학문들이 그렇듯이, 경제학도 “정치경제학”이라는 원래의 명칭으로 불러야 그 학문의 본질을 더 잘 드러낸다’는 내용이 기억났다.


J’s 문장 Pick: 스미스는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인간의 자연적인 충동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기적인 인간들 또는 인간의 이기심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기심은 풍부한 천연자원이기 때문이다. (65페이지 하단)

J의 소감: 인간의 이기심이 천연자원이라는 애덤 스미스의 관점이 마음에 든다. 오랫동안 교회와 종교가 인간의 이기심과 불로소득,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 등을 신의 뜻에 어긋난 것이라고 설교를 했지만, 먼 미래에 천벌을 받더라도 이기심을 따랐다는 서술이 웃기면서도 인정하게 된다.


H’s 문장 Pick: 중세 시대에 신학자들은 구원 이외에도 세속적인 경제 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가톨릭 교단의 스콜라 신학자들은 시장의 정의와 도덕 문제를 두고 고민했다. 특히 그들은 ‘공정 가격 just price(*)’이라는 개념을 고안했고, 고리대금업에 대해 교회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정 가격 또는 가격의 공정이라는 개념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이것을 체계화한 것은 토마스 아퀴나스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정의(正義)또는 공정(公正)이므로 교환에 있어서도 중요에 의한 정의의 가격, 즉 공정 가격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정의 또는 공정이란 ‘분배적 정의’와 ‘유통적 정의’를 뜻하며, 교환에 있어서 공정 가격을 지배하는 것은 유통적 정의다…(중략) 이윤은 필요하고 도덕적인 목적으로 위해 쓰이면 무방하다. 또, 이윤은 노동과 비용을 보상하는 경우에만 정당한 것이다. 공정 가격은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한 투기를 막고 상거래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연법적 사상에서 도출된 가격 이론이다. (41페이지 하단 및 각주)


H의 소감: 애덤 스미스의 유명한 문장(제빵사와 푸줏간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덕분에 우리는 빵과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등등) 몇 구절 외에는 몰랐었고, 후대가 비판하는 그의 논리의 허점을 주로 들었다. 국부론이 쓰인 개인적 배경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았다. 그는 교수직을 학기 중에 사임하고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 고관대작 아들의 가정교사로서 세계여행에 동참하다가 한 도시에 1년이나 머무르게 되자 너무 지루한 나머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근엄하고 위인전기 초상화 속에서 걸어 나온, 가끔은 모양 빠지는 결정이나 실수도 곧잘 하는 살아 숨 쉬는 인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을 쓴 계기는 웃겨도 그의 이론은 자세를 고쳐가며 듣게 된다. 지금은 각 국가 내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용역의 총량인 국내총생산(GDP)을 당연히 국가의 부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그가 살던 시대가 왕과 귀족이 가지는 금과 은의 양으로 한 국가의 부를 논하던 시대였다. 그는 가진 것 없는 인간들에게도 가능성을 부여하는 당대로서는 급진적인 이론을 편 것이다. 왜 ‘패러다임의 전환(Y님이 요약 설명해 준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말하는 그 ‘패러다임’)’이 되었는지 알 것 같다. 진정한 학자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람이구나. 사물과 세계에서 당위적이고 익숙한 개념을 벗겨내고, 날것의 진실을 보여주는.

나는 경제학, 경영학, 세법을 공부했고 그걸 활용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시가(市價) 또는 공정가치 fair value 등의 개념에 익숙했다. 어떤 거래가 정당하게 기록되었는지, 또는 세금을 과세할지 여부를 따지는 논리 싸움에 있어서 ‘정상 가격’은 누구나 입에 올리는 상식 common sense의 영역에 있지만 이런 말을 누가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는지는 몰랐다. 회계기준, 세법, 국제조세 교과서에서도, 업무 현장에서도 수없이 말하고 접했다. 나도 그랬지만, 경제계에 몸담은 사람들도 이 개념의 뿌리를 알거나 궁금해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41페이지에서 공정 가격에 대해 오래전 신학자들도 공정함에 대한 고민을 했다는 내용을 읽고 팔에 소름이 돋았다! 이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노동과 비용을 보상하는 범위 내에서만 정당하다고 본다는 등의 개념은 회계, 법률, 조세 전 영역에서 근간을 이루고 있다. 수없이 읽고 들었지만, 이유도 원인도 모른 채 다들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가 보다 하고 생각 없이 행하던 것들이 왜 어떻게 생겨난 개념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 맛에 벽돌 책, 어려운 책을 읽는다.


<오늘의 재미있던 이야기들>

Y님이 요약해 준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책의 엑기스. 과학 발전은 점진적일 것 같지만 그간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계단식으로 비약하며 발전해 왔다는 점. 수천 년간 천동설에 근거해 모든 과학자들이 말해 왔지만, 코페르니쿠스/갈릴레이 이후 모든 과학자들이 지동설을 전제로 말하는 것처럼. 

정상 가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패션계에 있는 J님 지인 중에 맨투맨 티셔츠를 예쁘게 제작한 사람과 그걸 사다가 연예인 지인에게 입히고 4배 비싸게 판 사람 간의 갈등. 티셔츠 제작자는 부당하고 억울해했지만, 마케팅 노력으로 남들이 입고 싶게 만들었으니 그것도 정상 가격 아닌가...? 

K님의 인생 절친이 정치경제학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 갔더니 마르크스 경제학 배우기 위해서 한 학기 동안 들은 수업이 한 시간에 헤겔 독일어 원문 한 문단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었는데,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하고 깨끗이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이야기…


written by 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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