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되려는 비둘기
닭이 되려는 비둘기
비둘기야 날아
너는 닭이 아니란다
당당히 튼실한 두 날개가
너의 등 뒤에서
활짝 펴지기를 숨죽이며 기다리잖아
비둘기야 날아
닭은 홰를 친다고 하지
너는 두 날개를 활짝 펼치렴
날아봐
날아올라봐
푸드덕거리며 더 이상
할 줄 아는 게 없어지기 전에
비둘기야 날아보렴
날아올라
어깻죽지 쭉 펴고
한껏 날아보렴
ㅡ2016 년 9월
십 년 전쯤 쓴 글이다
문득 나는 무슨 생각으로 살았었나 돌아본다
정말 십 년 전 일인데 생각이 없다
정말 내가 없다
그냥 살았다
조금 더 현명했더라면 조금 더 슬기로웠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그때도 분명 생각이 있고 꿈이 있었나 보다
그러니 코앞의 먹이만 보고 살이 잔뜩 찌고도 뒤뚱거리며 코 박고 있는 비둘기들에게 화풀이를 했으니ㅡ
리처드 버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문득 갈매기 ㅡ조나단 리빙스턴의 꿈을 기억한다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의 시대는 세상의 혼돈 속에 그 시대가 희미해졌다 그래 비둘기는 시대에 적응하고 있는 걸 지도 모른다 길들여졌던 시간 속에서 차츰 무뎌질지라도 여전히 비둘기이고 또 가끔씩 기지개를 켜고 날기도 하지 멀리 많이 날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니 힘들게 날아야 할 이유가 없을 뿐이지
길들여진 시간 속에서 이제는 길게 목을 빼고 기지개 켜며 날아오르자
조나단 리빙스턴의 꿈을 생각해 보자
길들여져 늘어지지 말고 다시 한번 생각하자
날자 떨어지고 다치더라도 날아보자
날아올라보자 나는 시늉이라도 해보자
나의 꿈이 희석되어 뒤뚱거리는 닭이 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