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

지하철 구호선에서

by 나르는꿈

지하철 구호선에서


내 앞에 앉은 그대여

내리지 않을 거라면 제발

움직이지 마시라

꼭 감은 두 눈을 뜨지도 마시라

그대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안내방송에 반응할 때마다

움찔대는 나의 관절

제자리 버티고 섰노라

뻣뻣해진 나의 두 다리

그때마다 휘청인다


나의 예지력은 오늘도 어김없이 어긋나

그대 이 긴 노선 끝을 잇는구나

이 노선 끝과 끝을 잇는 이들이여

서로 바꾸어 살면 어떨까

아ㅡㅡ아니다

그래서 이 노선이 없어진다면

나는 산 넘고 물 건너듯이

환승에 환승을 해야 할 것이다


가끔씩은 내가 그 자리에서

달콤한 쪽잠을 자기도 하지 않은가




지하철 구호선은 강서구 김포공항을 출발해서 강동구 중앙보훈병원까지 가는 긴ㅡ노선이다

내가 처음 이 전철을 이용할 때만 해도 중앙보훈병원까지 개통이 안되었었다

강서구시민인 나는 강동구 가까이 쯤 문정역에 내리려면 두어 정거장 두고 환승을 해야 했었다

서울의 서쪽과 동쪽의 거의 끄트머리 가까운 곳에 할미와 손자가 있으니 할미는 기꺼이 그 지하철에 탑승했다

몰랐다 그렇게 긴 거리를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줄은, 정거장에서 환승하는 사람들은 거의 서 있던 사람들이다

내 눈에만 그런가?? 칸마다 좌석의 위치마다 다르긴 했다 나 역시 타는 칸이 있고ㅡㅡ

고집스런 게 아니고 구태여 자리 빌곳을 찾는 수고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띄엄띄엄 중간에 앉아가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그런 중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이 긴 길을 기꺼이 가고 있음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봤었다


벌써 몇 년의 세월이 지나 나를 출퇴근시키던 손자는 초등학생 삼 학년 그는 학교에 학원에 지옥철 탑승한 기분이다ㅡ그냥 얼굴 보기 힘든 할미가 보기에ㅡ


지호야 너의 기차는 쭉쭉빵빵 ㅡ신나는 행복열차란다 맘껏 즐기며 여행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