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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잘 Jun 26. 2024

55. 소리지르지않는 네가 챔피언

열 번 싸우라고요?

사람들은 나를 씩씩하고 야물딱지게 본다. 20대에는 내 말투가 똑 떨어져서 얄밉게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개그맨 이경실씨 웃음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입을 벌리고 ‘허어~’ 하면서 1초 정도 웃는다. 나중에 딸아이는 할머니 웃음같아서 이상하다고 한 적이 있다. 나를 잘 아는 친구는 사람들이 나를 야무지게 본다고 말하자 “누가? 너를?”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했다. 또 누구는 바보같다고도 했다.      


어릴 적 회사에서 야유회 갔을 때 커다란 다라에 농산물을 팔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나에게 “도토리방망이처럼 야무지게 생겼네” 라고 했다. 어디선가 ‘밤벌레처럼 오동통하네’ 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종합해보면 나는 십 대때부터 통통하고 야물딱지고 볼이 발그레하고 잘 웃는 아이였다. 누가 무얼 하자고 해도 ‘좋아’ 라고 말했다. 속으론 싫어하는 일이어도 ‘괜찮아’ 라고 했다. 나는 주장이 없는 아이였다.     


지난해 옛 동료와 셋이 온라인 독서토론으로 책 두 권을 했다. 어느 날 나에게 질문을 했다.    

  

“살면서 누구랑 싸워본 적이 있나요?”     


잠깐 생각하는데 딱히 기억이 없었다. 나는 부모 형제랑 싸운 적이 없다.


 “큰 소리 지른 적은 있나요?”     


정확하게 세 번 소리쳤던 일이 생각났다. 나는 진짜 화가 나면 목소리가 낮아진다.    

  

40대 때 북세일즈를 할 때 힘들어하는 팀원을 데리고 나의 가망고객을 찾아갔다. 다행히 클로징을 해서 카드 결재까지 마무리했다. 그런데 한참 후 고객이 교재 변경을 요청했다. 교재 변경으로 매출에 차이가 생겨서 보너스를 받지못하는 상황이 생겼다. 팀원은 안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봐요, 과장. 고객이 원하면 해줘야지 자기 보너스 챙깁니까? 내가 견습해서 카드 반 나눠줬잖아요. 해도 너무하네.”      


‘이봐요 과장’을 너무 크게 말했는지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쳐다봤다. 퇴사할 때까지 처음이자 마지막 큰 소리를 낸 사건이다. 퇴사할 때 영업부와 총무부에 음료수를 건네면서 인사할 때 총무부에서 ‘배부장님은 크레딧이시죠’ 라고 말해주어서 기분이 좋았었다.    

  

두 번째 소리를 질렀던 일은 대형 마트에서 였다. 캡슐커피를 구입했는데 우리집 머신과 호환이 되지않는 제품이었다. 안내창구에서는 포장을 뜯어서 반품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쇼핑을 하다가 캡슐커피 담당 직원이 있기에 물어보니 바꾸어줄 수 있을거 라고 해서 다시 안내창구로 갔다. 상황을 설명했는데 안된다고 했다. 혹시 문의할 수 있으면 물어봐줄 수 있냐고 했다. 직원은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안된다고 하는데 자꾸만 해달라고 한다’ 고 통화를 하더니 확인 하지않고 포장지 뜯은 내 잘못이니까 안된다고 했다. 순간 나는 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이것보세요. 제가 혹시 가능한지 물어봐달라고 했는데 자꾸만 해달라고 한 건 아니잖아요?”     

 

함께 장을 보러 온 남편이 놀라서 쫒아왔다. 자초지종을 듣더니 그냥 가자고 하더니 집에 돌아와서 고객센에 항의전화를 했다.      


세 번째 큰소리를 친 순간은 딸아이에게 들켰다. 비가 쏟아지는 날 아래층 아줌마가 찾아오더니 물청소하느냐고 다짜고짜 따져 물었다. 그러더니 자기 집에 와보라고 해서 내려갔더니 거실 방충망에 오물이 잔뜩 흘렀다. 베란다에 장판을 깔고 놓아둔 박스도 다 젖었다면서 나에게 청소를 해놓으라고 했다.     

 

우리집에 올라와서 베란다를 보니 우리집도 마찬가지로 오물이 방충망을 덮었다. 추측해보니 햇살 좋은 에어컨 실외기에 비둘기가 많이 왔었고 비둘기똥이 흘러내렸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라고 말해도 막무가내로 자기집에 내려와서 청소를 깨끗이 해놓으라고 짜증을 냈다.    

 

“뭐라구요! 이것 보세요. 비가 와서 그런 걸 왜 내가 청소를 해요?”     

 

아래층 아저씨가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흔들면서 창피하다는 얼굴을 하고 자기 아내를 말렸다. 집에 올라와서 한참을 물청소를 했다. 이후로 딸아이는 가끔 ‘뭐라구욧!’ 하면서 나를 놀린다.      


독서토론에서 질문했던 동료가 화면에서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좀 싸워보세요”      


나는 웃으면서 소리지르는 걸 열 번을 채워보겠다고 농담을 했다.     

 

학생 때 두 살 많은 친구가 ‘너 몇 살이야?’ 따졌을 때 어영부영 싸웠던 일 빼고 내 기억에는 싸운 기억이 없다. 남편하고 백 번 넘게 부부싸움을 했지만, 싸움이라기 보다 일방적으로 구박을 받았다.    

  

나는 산에 가서도 ‘야호’를 크게 부르지 않는다. 자연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말을 들은 후로는 작게도 야호를 부르지 않는다. 내가 소리를 고래고래 꽥꽥 지를 때는 놀이기구를 탈 때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영화 '죠스 ' 앞에서

  

오래 전 동료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Krusty land 심슨 4D 체험할 때 어찌나 소리를 질렀는 지 우리 앞에 앉은 미국 꼬마들에게 미안했다.




큰 아이가 초등학생 때 과천 서울랜드에서 달나라 열차를 탈 때도 소리를 질렀다. 내 앞에 탄 서영엄마가 ‘니가 더 무섭다’고 놀렸다. 아참, 북세일즈하던 시절 송년회에서 싸이의 챔피언 노래를 부를 때도 점프점프 하면서 속옷이 젖도록 노래를 불렀었다. 어느 날 수지 지역 국장님이 나의 팬이라고 인사를 했다. 아! 소리지르면서 노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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