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화된 가로수길 상권의 모순
얼마 전에 맥북을 사러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애플스토어에
너무 바글바글거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평일 낮 시간에
애플 제품을 사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다니...
신사동 인구가
여기에 다 모여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반면에 가로수길 상권은
초토화 나있더군요.
팬데믹 쇼크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가로수길 상권을 보고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맥북을 온라인으로
결제했기 때문에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가로수길에서
즐겨 찼던 카페를
찾아갔는데
없어졌더군요 ㅠ
처음엔 1층으로 시작했던
그 타르트 전문점은
커피도 너무 맛있어서
잘될 수밖에 없는 가게였고
결국 3층짜리 건물로
옮겨가게 된 가로수길
핫플 중에 하나였습니다.
없어진 것은
그 가게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비어있는 가게가
정말 많더군요.
거대 자본이
지탱해주고 있는 곳들은
너무 잘되고 있는데
망한 곳은 아이예
존재 자체도
찾아볼 수 없게 된
가로수길의 풍경에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습니다.
결국에 제가 맥북을
기다리기 위해서
들어간 곳은
스타벅스였습니다.
갈 곳이 진짜
그곳밖에 없더군요.
굳이 가로수길까지 와서
스벅에 가고 싶진 않았지만
저는 아무 불편 없이
스벅에서
맛있게 커피를
마시며 편안히
책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되어
다시 찾은 애플 스토어에서는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직원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오늘 옷 잘 입고 왔다며
베스트 포토존에서
사진 찍어주시겠다고 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속에는
영혼을
팔아가며
벌어들인
저의 힘없는 자본을
영혼 없이
거대 자본에
상납하고 있는
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왜 계속 애플 제품을
쓰고 있을까요?
저는 왜 계속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있을까요?
그래서 요즘 저는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