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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파링 May 13. 2021

기분질량 보존의법칙(?)

고3 언니 초2 동생 육아일기_2


최근 발견한 법칙이 있다. 우리 집 세 자매에 관한 건데, 셋 중 둘의 기분이 좋으면 나머지 한 명은 기분이 안 좋다는 법칙이다.


생각해보면 셋 다 기분이 좋을 때나, 셋 중 둘은 기분이 안 좋고 하나만 기분이 좋을 때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거의 없는 순간은, 그래, 셋 다 기분이 안 좋을 때다.


처음 이 생각을 떠올리면서는 한 명의 기분이 안 좋은데도 기분 좋아하는 나머지 둘이 좀 나븐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 집(=가정)의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도록 누군가는 과장해서 기분 좋게 굴고 있는 게 아닐까?


동생들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면 내심 많이 속상하고 안타깝다. 그런데 제대로 달래줄 만큼의 용기를 잘 내지 못한다. 내 성격상 살갑게 구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본인 때문에 무거워지는 분위기에 책임감을 느끼고 견디지 않아도 되도록, 부러 모르는 척 내가 철없는 척 다른 얘길 꺼내고 웃어넘기는 식으로 구는 것 같다.


내가 우울할 때면 나는 나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아질까 봐 겁이 나고 눈치 보인다. 내가 그렇다고 해서 애들도 그럴 거라는 전제로 기분 좋은 쪽을 자처하는 것 같다. 실은 그게 더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막상 내가 기분 나쁠 때 애들이 깔깔 웃으면 짜증 내면서... 어떻게 보면 회피성 버릇이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살아남는 방식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셋이 같이 행복한 순간이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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