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공연 펼친 영국 싱어송라이터 미카
결론부터 말하면 조금 아쉬웠다. 공연 관람이라는게, 특히 축제 같은 경우는 경험을 결정할 경우의 수가 너무도 많다. 첫 경험, 첫 미카이기에 기대가 컸던 걸까. 가장 큰 목적은 “내가 사랑했던 그 시절 그 노래”를 듣는 것이었는데 “그 시절 음원이라는 원본”과 9월 27일 부산에서 재현한 복각품”의 괴리가 컸다.
분명 매력적인 보컬이다. 그루비하고 리드미컬하게 곡조를 타고 돈다. 랩에 가까운 박자 분쇄로 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팔세토(가창)는 어떠한가. 시그니처이자 프린스와 프레디 머큐리, 조지 마이클을 소환한 이유였다. 어제는 전반적으로 좀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원 속 미카를 라이브 미카가 감당하지 못한달까. 분명 오랜 세월에 합을 맞춰왔을 투어링 멤버와도 묘하게 엇나가는 지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추억 여행은 톡톡히 했다. 2007년 데뷔 앨범 < Life In a Cartoon Motion > 속 상큼한 막대 사탕 ‘Lollipop’과 우아함에 성 정체성을 끼얹은 ‘Grace Kelly’, 국내 CF에 삽입되었던 극적 구조의 ‘Happy Ending’은 타임머신 타고 중학생으로 돌아간 듯했다. “Busan You Are Beautiful”로 끝맺은 ‘Big Girl’에선 모두 하나 되어 펑키 리듬에 춤추고 몸을 흔들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위력일까, 1집 수록곡 이상으로 뮤지컬 풍 ‘The Popular Song’ 호응도가 높았다.
준비성도 철저했다. 커다란 하늘색 날개를 달고 등장한 오프너 ‘We Are Golden / Origin of Love’ 매시업과 “Danger”라고 적힌 나무 상자를 앞에 두고 시한폭탄같이 터질 채비를 마친 펑키 넘버 ‘Big Girl’, “M”이 적힌 하트 모양의 커다란 빨간 풍선을 설치한 ‘Love Today’까지. 수차례 의상 체인지를 비롯해 페스티벌의 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구성미었다. 미카가 실로 한국을 사랑함을 느꼈다.
노스탤지어 밖의 경력, 그러니까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곡들에서 실험과 변화, 도전이 관류했다. 불어로 너끈하게 노래한 ‘Elle me dit’ (미카의 예술적 이미지는 프랑스 문화와도 퍽 어울린다)과 부드럽게 진행되다 일렉트로니카로 변모한 ‘Yo Yo’, 퓨쳐리스틱 풍 신곡 ‘Spinning Out’은 음악적 지향성이 하나에 귀속되지 않음을 나타냈다.
재밌게도 동료 평론가들과 일반 친구들의 평이 갈렸다. 곳곳에서 “너무 재밌는데?” 실시간 피드백이 들려왔고, 당시엔 몰랐지만,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공연을 관람한 영국인 친구도 “춤추고 따라 부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라며 감탄했지만 “최악의 공연이었다.” 코멘트를 남긴 동료 평론가도 있었다. 이들은 아무래도 가창의 아쉬움을 언급했다.
추억여행, 화려한 연출의 장점과 가창의 아쉬움이 공존했던 미카의 부락 페스티벌을 보고 나중에 조금 더 컴팩트한 실내 단독 공연은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해졌다. 자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친한파 음악가인 만큼 조만간 예스24나 명화 아트홀 규모에서 조금 더 잘 정돈된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