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부락을 향한 기대를 품다
포터 로빈슨(일요일)
특정 음악을 표현할 때 영미권에서 자주 쓰는 “Atmospheric (분위기 있는)”이란 형용사가 어울릴만큼 포터 로빈슨의 영롱한 무지갯빛 사운드스케이프는 여러 가지 감정과 무드를 조성한다. 시그니처와도 같은 거대한 핑크빛 고양이부터 시선강탈! 귀염성과 인터넷 서브컬쳐를 혼합한 시작 전 주의사항을 비롯해 격한 테크노가 아닌 감성적이고 사랑스러운 전자음악을 들려줬다.
어쿠스틱 / 일렉트릭 기타와 피아노를 두루 연주하며 생악기와 전자음악이 조화되는 “디제이 밴드셋” 매력을 극대화했다.‘Sad Machine’과 ‘Shelter’에선 둥근 전구 모양의 악기를 두드리며 스펙터클을 선사했다. 지난 7월 프레드어게인과 제임스블레이크에게서 목도했던 탁월한 뮤지션십이었다.‘Sad Machine’과 ‘Shelter’에선 둥근 전구 모양의 악기를 두드리며 스펙터클을 선사했다. 지난 7월 23일과 24일 연속 공연을 펼친 일렉트로닉 뮤직 아티스트 프레드어게인과 제임스블레이크에게서 목도했던 탁월한 뮤지션십을 포터 로빈슨에게서도 감지했다. 마지막 곡 ‘Cheerleader’에선 일동 점프하며 아티스트와 관중 서로를 향해 에너지를 나누고 기운을 북돋아줬다. "Atmospheric"한 기류와 박동감 넘치는 일렉트로팝이 공존한 1시간이었다.
베비메탈(일요일)
포터 로빈슨 끝날즈음 문자가 하나 왔고 송두리째 기분을 바꿔놓았다. 축제의 장은 빠르게 시끄럽게 흘러갔지만 내 마음은 서서히 침잠했다. 아쉽게도 베비메탈의 일요일 헤드라이닝에 온전히 집중하긴 어려웠다. 심지어 숙소로 돌아갈까 싶었지만 밴드를 향한 궁금증과 약간의 사명감으로 외려 펜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메탈코어 선두주자 브링 미 더 호라이즌이 주최하는 2023년 넥스 페스트(NEX_FEST)에 이어 두번째로 만난 베비메탈은 역시나 특이했다. 육중한 헤비메틀을 연주하는 마스크 쓴 세션들 앞에 아이돌스런 용모의 세 소녀가 춤 추고 노래한다.
외적인 조건부터 개성 넘치지만 노래는 또 어떠한가. 영어와 러시아어(함께한 러시아 밴드 슬로터 투 프리베일의 영향일 테다), 일어가 마구 섞인 'Song '와 일렉트로니카와 헤비메틀이 묘하게 혼종된 ‘RATATA’(묘하게 )’와 일본 아이돌 특유의 귀염뽀짝 구호가 떠오른 ‘Gimme Chocolate!!!’ 등 도저히 스킵할 셋리스트가 없었다. 무대 중앙 부근에선 월 오브 데스가 열렸다고 하는데, 베비메탈의 음악에 맞춰 일제히 부딪히는 모습이 장관이지 않았을까. 비록 완벽하게 개운한 상태로 관람하진 못 했지만 온갖 독특한 컨셉으로 중무장한 이 메탈-아이돌 그룹을 다시 만나 각별했다.
에필로그금요일에 늦게 도착한 건 아쉽지만 이번에도 양질의 다채로운 공연을 관람했다. 특히 스테이지를 네 개나 사용하며 각 스테이지에 독자성을 부여하고 관람 옵션을 넓히는 모습이 돋보였다, 1990년대 영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록밴드에 한국 굴지의 주류 로커들과 일본 펑크(Punk), 스카와 퓨전 재즈까지 아울러 무료에 국내 라인업으로 채워졌던 과거와 긍정적 의미에서 상이했다. 인천 펜타포트와 더불어 국내외 메이저 뮤지션들을 포섭할 만큼 부피가 커진 2025년 부락 덕에 남한 북부와 남부에 사이좋게 대형 록 페스티벌이 운집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