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무던 Aug 20. 2023

남자친구와 비혼식 이야기를 했다.




최근 지인이 결혼을 했다. 주변에 결혼한 지인이 많지 않은데 그래서인지 집을 사겠다고 계획을 밝히는 대화가 비혼식으로 흘렀다. 물론, 주인공은 나다.


농담으로 비혼식에 초대하겠다고 했더니 '소감 한 마디 해도 되나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런 유쾌한 인간.


그가 말하는 소감은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저희는 잘 만나고 있고요.

만나기 전부터 비혼 사실 밝혔고요.

고로, 사기 아닙니다.


멀끔하게 정장을 입고 와서 해맑게 저런 소감을 말하는 모습이 상상되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사실 겸사겸사 너도 동시 비혼식이나 하자, 그런 마음이었는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개였다.


어쩌면 남자친구는 비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나에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간헐적으로 결혼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면 생각이 없다고 했으니 비혼식을 주제로 한 대화가 전혀 불편할 것이 없었다.


그러더니, 나의 지인(최근 결혼한 연극영화과 출신)에게 축하무대로 뉴진스의 하입보이를 권유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대체, 내가 어떻게 이런 인간을 만나고 있는 거지, 생각하며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매우 생각이 많고 꽤 복잡한 인간인 내가 당신을 만나 조금이나마 더 웃고 무한하게 가지를 치는 생각을 숨기지 않아도 됨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내 비혼식에 너의 자리는 독보적으로 화려하게 꾸며줄 테니 안심하기를.




작가의 이전글 08. 비엔나로부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