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교육 실전 편
낮잠 교육도 밤잠과 방법은 같습니다. 그러나 낮잠이 밤잠보다 더 교육하기 어려운 이유는 밤에는 마지막 수유를 하고 나면 무조건 자야 할 시간이기 때문에 '분명 잘 거라는 확신'을 갖고 밀어붙일 수 있지만 낮에는 이게 졸려서 칭얼대는 건지.. 배고파서 칭얼대는 건지.. 아이의 신호를 정확히 판단하기에 헷갈리는 상황들이 훨씬 더 많아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쉽게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이죠.
초반에는 저 역시 분명 아이가 졸려하는 거 같아서 자신 있게 눕히고 나왔는데 캠으로 지켜보기 시작하니 갑자기 또 눈이 말똥 해져서는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괜히 내가 배고픈 애를 졸린 신호로 잘못 판단해서 울리는 건 아닌지.. 그렇다고 또 중간에 가서 달래주고 안아주면 나로 인해 아이에게 혼란이 오는 건 아닌지.. 죄책감도 배가 되더라고요. 낮에는 이런저런 불확실한 상황의 반복으로 더 지치고 판단이 많이 흐려질 수 있는데 이때가 정말 2차 위기가 오는 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한 ‘확신’을 갖고 수면 교육에 임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아이의 패턴을 잘 파악하고 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 신호를 정확히 판단할 줄 아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아이의 졸려하는 신호만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아이를 눕히고 방에서 나온 그 순간부터는 ‘곧 잠에 들 거야’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후에 아이가 얼마나 울어젖히든 끝까지 인내하며 기다려줄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테니까요. 그 마음가짐으로 밀고 나간다면 수면 교육은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한 수면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의 하루 일과의 패턴도 최대한 일정하게 잡아주는 것이 중요해요. 최대한 먹고 놀고 자고인 먹-놀-잠 패턴을 만들어주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혹 수유 중에 잠에 들거나 수유 후에 트림을 시켜주는 과정에서 잠에 드는 아이가 있다면 최대한 깨워주셔야 해요. 그 상태로 아이를 조용히 침실로 데려가 눕히면 아마 그대로 쭉 잘 잘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수면 교육이란 정신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눕혀 스스로 잠에 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말똥한 상태에서 눕히는 게 중요해요.
저희 아이도 가끔 낮에 실컷 놀고 너무 피곤했는지 수유 중 혹은 수유 후에 잠에 들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잠을 깨우기 위해서 수유 중에는 계속 눈을 맞추며 말을 걸어주었고 수유가 끝난 후에는 바로 세워 안아 조금 세게 두드려 트림을 시켜주면서 최대한 말똥한 상태에서 눕히려 노력했어요. 내 맘대로 되지 않고 어렵더라도 반복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결국엔 일정한 먹-놀-잠-놀-먹-놀-잠 패턴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낮잠 교육을 시도한 첫날을 이야기드려보자면 일단 아이가 많이 피곤해야 성공 확률도 더 올라갈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낮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놀아줬어요. 터미타임도 하루에 4-5번, 힘들어서 칭얼칭얼 할 때까지 열심히 연습시켰고 매일 산책도 하고 같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제가 할 수 있는 놀이는 최대한 다 해주려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그날도 역시나 수면 일지를 작성했어요. 공책을 펼치고 날짜 / 낮잠 수면 교육 1일 차 이렇게 써 놓고 아이가 졸린 신호를 보내주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저희 아이 같은 경우 피곤해지면 눈이 살짝 멍해지고 제 품에 고개를 파묻고 도리도리를 많이 하더라고요. 하지만 수면 교육 초반에는 실패를 맛보지 않으려면 아이의 신호를 좀 더 정확히 판단해야 했기에 잘 모르겠다 싶었을 땐 일단 바운서에 눕혀 모빌을 보게 했어요. 그리고는 아이를 열심히 관찰했습니다.
정말 졸릴 때는 바운서에 눕히자마자 눈을 사정없이 비볐고 모빌을 보고 있는 와중에 졸음이 몰려오고 피곤하면 모빌을 보는 눈의 초점이 점점 흐려지면서 하품을 하고 또 주기적으로 눈을 한 번씩 비빈다거나 귀를 쓴다거나 그렇게 확실한 졸음 신호를 계속 보내더라고요. (아이의 신호를 정확히 알아차리는 게 아직은 자신 없으시다면 이렇게 여유를 갖고 천천히 지켜보면서 파악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건 분명 졸린 신호야!' 아이의 신호에 100퍼센트 확신이 들면 모빌을 보며 "동물 친구들~ 나 자고 올게~이따 보자~"라고 인사를 건넨 뒤 아이를 안고 바로 방으로 데리고 가서 눕혔어요. 그리고는 "많이 피곤하지? 이제 자야 할 시간이야~ 잘 자."라고 이야기를 해줬어요.
또 아이가 토끼잠을 자는 이유 중 하나가 모로반사 때문이라고 판단되어 스와들 스트랩을 한쪽 팔만 고정해서 입혀주었어요. 한쪽 팔을 풀어 준 이유는 쪽쪽이를 쓰지 않기 때문이었죠. 차라리 손을 빨며 안정을 취하는 게 낫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수면 교육을 시작한 순간부터 저는 쪽쪽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쪽쪽이 셔틀에서도 졸업을 할 수 있었어요. 대신 한쪽 팔목에 치발기를 걸어주었고 모로반사 이불을 다리 쪽에만 얹어준 뒤 다시 한번 "잘 자~"라고 단호하지만 따뜻하게 말해주고는 바로 방을 빠져나왔습니다.
역시나 밤잠을 잘 때처럼 아이는 울면서 손을 사정없이 빨기 시작했어요. 손을 빨아도 진정이 안 되고 잠에 드는 게 힘든지 더 세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인내를 갖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주었어요. 울다가 사정없이 손을 빨다가 또 울다가 또 손을 빨다가 혼자 진정하고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탐색하다 또 울다가. 첫날은 40분 그다음 날도 40분 그리고는 30분-25분-20분-10분. 그렇게 낮잠 교육도 진행한 지 일주일 정도가 되니 아이는 스스로 진정하고 잠에 드는 방법을 터득하더라고요. 아가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흡수력도 정말 빠르답니다.
너무 웃긴 게 어느 날부터는 아이가 진짜 울음이 아니라 입으로만 우는 소리를 내는 '우는 척'을 하더라고요.홈캠이 있어서 망정이지 소리로만 들었다면 정말 우는 줄 알고 마음이 아주 많이 아팠을 거예요. 또 어떤 날은 자기 손이 재미있는지 관찰하면서 한 번씩 입으로만 우는 소리를 내고 또 어떤 날에는 우는 소리를 내다가 금방 혼자 막 웃고.. 정말 무슨 공포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니까요!
너무 놀라서 그 장면들을 녹화해 놨다가 남편한테도 보여주니 남편도 놀랍고 신기한 듯 계속 돌려 보더라고요. 그런데 이때부터 제 마음이 한결 더 편해졌던 거 같아요. 아.. 아이가 힘들고 괴롭고 외로워서 우는 게 아니라 정말 혼자 잠에 드는 방법을 몰라서 그게 너무 어려워서 잠투정을 부렸을 뿐이었구나 싶어서요. 그때부터 수면 교육에 대해서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저 자신에 대해서도 믿음이 커져 더 자신감 있게 밀어붙였고 마침내 완전한 수면 교육 성공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수면 교육은 엄마와 아빠가 확실히 진행하기로 마음먹고 그대로 일관성 있게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사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교육이에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이 흐트러지는 순간 바로 실패로 돌아가기에도 너무나 쉬운 교육이죠.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면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 주셔야 하고 평소에 아가들이 보내는 신호를 잘 파악할 줄 알아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아이와 적은 시간을 보내는 아빠가 아이의 신호를 잘 판단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 주양육자인 엄마가 옆에서 많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저의 수면 교육 성공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글을 선택해 주신 분들께 조금 더 와닿는 이야기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 최대한 저의 경험담을 위주로 담아봤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면 교육은 내 아이가 수면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스스로 등을 대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 주목적 하나만 마음에 새기고 천천히 잘 준비하시면 그 과정도 그리고 결과도 분명 좋을 거라 감히 예상해 봅니다.
그리고 부디 내 아이의 강성 울음에 너무 겁먹지 마셨으면 해요. 그 강성울음은 아직 스스로 자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의 잠투정일 뿐이고 끝나지 않을 거 같지만 분명히 끝은 있으니까요. 정 마음이 너무 안 좋고 죄책감도 든다 하시면 안정된 애착을 위해서 밤에 너무 울리지 않으려 노력할 게 아니라 낮 동안 충분히 더 많이 사랑해 주고 놀아주시면 될 거 같아요. 수면 교육 도중 부모가 견뎌내는 인내도 참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낮동안 내 아이와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냈고 얼마나 많은 사랑을 주었냐는 거니까요.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드리고 오늘 하루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