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메타버스"와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한 두 권의 책. 요즘 20-30대 (대학생~대학원생)를 이해하고 싶다면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을, 요즘 어린이와 청소년을 이해하고 싶다면 "메타버스"를 추천합니다.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은 내 수업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점들을 많이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 책은 교육에 대해 전혀 얘기하지 않지만요. 메타버스는 지금 이미 메타버스에 살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또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메타버스에서 보내게 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이들에게 세상의 의미는 무엇인지, 관계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통찰할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어린이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아닙니다. 그런데 유튜브에 빠져있는 내 자식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교육에 대한 장기적 안목을 갖는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저는 교육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경영, 마케팅 관련 책을 즐겨 봅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학생들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교육은 문화친화적이어야 합니다. 학생들 문화를 이해하고 그 문화에 맞게 교육을 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문화에는 동서양, 한국미국일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대 문화도 있습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세대의 문화를 연구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럴 때 이런 경제경영/마케팅 책들이 도움이 됩니다. 이들은 문화를 연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물건을 팔아야하는 대상인 소비자를 연구하기 때문입니다. 그 소비자가 바로 우리의 학생들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 학생들의 문화와 특성을 연구해주니 저는 그 결과만 읽으면 돼서 연구자로서는 참 편합니다.
둘째, 비즈니스 분야는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현장에 바로바로 적용하는 반면 교육학은 연구결과들을 현장에 적용하는데 느리기 때문입니다. 인간 심리에 대한 연구도, 질적연구방법도, 갖가지 학습 이론도 비즈니스분야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최신의 이론들을 바로 적용합니다. 최대의 이윤창출을 위해 효과 있다고 하는 것은 다 시도해보기 때문입니다. 반면, 교육은 잘 가르쳐도 즉각적인 이윤이나 눈에 보이는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검증된 것만 받아들이는 성향 때문에 새로운 방법에 대한 거부감도 심합니다. 오히려 사교육 분야가 빠르게 적용합니다. 몇 년 전 프랜차이즈 영어 학원에 갔다가 교육학 전공책에서 효과 있다고 하는 것들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비즈니스 책들에서 역으로 교육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됩니다. 비즈니스들이 이렇게 새로운 이론들을 바로 적용하고 실험하고 효과를 내는 것을 보며 저도 학생들 가르치는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어제 수석교사회 연수를 하면서 어떤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좋은 수업이란 학생들이 사는(buying) 수업" - 즉, 선생님의 아이디어와 신념, 지식을 학생들이 기쁘게 사는. 즉 교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식과 아이디어, 신념을 "파는" 것이라는. 저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가 실제로 물건을 파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지식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왜 배워야 하는지, 우리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 "생각"과 "가치"를 학생들에게 파는 - 즉 설득하는- 것이 교수학습입니다. 영어로는 말 그대로 "They bought my idea." 라고 표현합니다. 그들이 내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뜻이지요. 경제경영 책들은 그래서 도움이 됩니다. 그들의 문화도 니즈도 이해하지 못하는 교수자가 내용에 관심도 없는 학생에게 막 강매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교육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팔려면 이게 왜 필요한지, 얼마나 좋은지 설득하고 설명하는 일이 먼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말이죠. 물건을 파는 기업이 끊임없이 혁신을 해야 하듯, 학교도 교육도 끊임없이 혁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