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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Jan 14. 2023

노화는 필수, 노쇠는 선택

나는 늙고 있다.

Growing old is mandatory, but growing up is optional. 


나이를 먹고 있다. 매일 밥도 먹지만 나이도 먹는다. 오늘 나는 삼시 세끼를 먹었고 어제보다 하루를 더 먹었다.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나이 먹어감을 잊을 때가 있다. 한국에 있었을 땐 할 일이 언제나 쌓여 있었고 앞만 보며 바쁜 삶을 살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지금보다는 젊었던 삼십 대라서 그랬을까. 나이 먹어감을 자주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하루가 짧았고 일하다 보면 그냥 그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다.


미국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돈을 벌기보다는 시간을 버는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여유를 조금 더 갖게 되면서 내 모습도 내 일상도 더 가까이 촘촘히 보게 되었다. 내 머리카락은 완전히 까만색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흰머리도 송송 꽤 나 있었다. 얼굴에 매일 화장하지 않게 되면서 주름살도 더 잘 보이고 잡티도 더 많이 눈에 띈다. 내 또래 친구들, 지인들 중에서도 병이 나서 수술을 받거나 주름을 펴기 위해 미용 시술을 받거나 혹은 둘 다 받거나 하는 경우도 많다. 나도 남들도 똑같이 나이를 먹고 있음이 틀림이 없다.   


노화 (老化)  늙어감
퇴화하는 것

나이가 들어가면서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노화! 늙어가는 것이다. 사람은 평균적으로 이십 대 중반 이후부터는 서서히 퇴화해 가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십 대 중반 이후로 벌써 이십 년이 지났으니 나도 꽤 늙었나 싶다. 노화는 누구나 경험하는 것,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노화는 나이와 직결된다. 나이 먹는 것을 피할 수 없듯이, 노화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것이므로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고 결코 역행할 수 없다.


노쇠 (老衰)  늙어서 쇠함
허약한 상태

노화와 비슷한 말이지만 아주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노쇠! 노화와 노쇠는 모두 나이 듦, 늙어감과 관련이 있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노화는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는 현상, 누구나 경험을 해야 하는 것이지만 노쇠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노쇠는 나이와 무관할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허약해진 상태를 노쇠라고 본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쉽게 질병이 생긴다면 노쇠했다고 할 수 있다. 신체 기능이 떨어져 작은 스트레스와 신체 변화에도 취약해지면서 질병이 쉽게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 노화인지, 노쇠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흰머리가 나고 주름이 좀 더 깊게 파이고 하는 것들은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아니하므로 노화,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허리나 무릎이 아파서 움직임에 어려움을 주거나 큰 스트레스로 인해 무기력증, 체중 감소, 피로감이 발생해 나를 괴롭힌다면 그건 분명 노쇠로 인한 것이다. 노쇠라고 느껴질 땐 반드시 원인을 찾아서 교정을 하거나 극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게 되면서 노화와 노쇠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미국 사람들은 천차만별 헤어 스타일만큼이나 삶의 방식도 각양각색인 경우가 많다. 뜨거운 여름날 선크림도 안 바르고 양산도 안 쓰며 주름살을 만들고 있는 마냥 돌아다는 사람도 있고, 추운 겨울날 뜬금없이 반팔 반바지로 거리를 뛰며 운동하는 사람을 볼 때도 있다. 도대체 이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일까? 왜 저런 차림으로 다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자주 만나고 있는 미국 친구들 중에서 생각보다 실제 나이가 많아서 깜짝 놀란 경우도 많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한 미국 친구는 온통 흰머리에 흰 턱수염, 중후한 차림일 때가 많아서 대충 생각하기로도 쉰 중반 이상은 되었겠지 했다. 그런데 실제 나이가 나보다 불과 세 살 밖에 안 많았다. 나이를 알게 된 미국 친구들 중에서 대부분은 내가 생각했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였다. 쉰 이상이라고 믿었던? 풍채 좋은 한 미국 친구도 알고 보니 나보다 두 살이나 어렸다. 마치 노화에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내 주변에는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노화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그렇다고 노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일, 직장 또는 학업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나이 마흔이 넘은 아이 둘의 엄마인 한 친구는 대학에 다시 들어가서 초등교육을 전공하며 교사가 되겠노라 이야기를 해서 나를 놀라게 했고, 대학에서 고위직으로 있었던 한 교수님은 나이 오십이 되면서 조용히 조기퇴직을 하고 여행을 다니겠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의아해한 경우도 있었다. 노화는 받아들이되, 노쇠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내게 큰 영감을 준다.


나의 신체적인 변화가 노화인지, 노쇠인지 잘 구별해 볼 필요가 있다.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노쇠를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이를 계속 먹듯, 노화도 계속 진행된다. 하지만 노쇠는 예방이 가능하다. 규칙적인 운동, 영양 섭취, 주변의 정서적 지지에 따라 노쇠를 빨리 할 수도 있고, 최대한 늦출 수도 있다. 활동 부족, 부실한 식사, 고립된 생활 등은 노쇠를 부르는 지름길이다. 생활 습관이 좋은지 안 좋은지의 여부에 따라 병원을 자주 드나들게 될지, 체육관을 자주 드나들게 될지가 결정이 된다.  


노화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노쇠는 멀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자주 운동하며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화는 피할 수 없기에 노쇠하지 않는 삶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다. 삶의 지혜와 깊이를 더해가는 나의 멋진 노년을 그려보는 것도 좋다. 오늘 나는 한 살을 더 나이 먹고 노화했을지라도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노쇠는 조금 더 멀리하는 하루 되었.


[참고 사이트]

서울 아산병원 질환백과: 노화

서울 아산병원 질환백과: 노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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