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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Jan 04. 2023

한국과 미국의 차차차

내가 생각하는 차(差)

Travel early and travel often. Live abroad, if you can. Understand cultures other than your own. As your understanding of other cultures increases, your understanding of yourself and your own culture will increase exponentially. -Tom Freston-


불혹의 나이까지 한 번도 외국생활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 단기 해외여행을 종종 다녔고 외국의 학교 및 선생님들과 교류를 해 보긴 했지만 외국에서 한 달 이상 머물러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이 마흔이 되고 나서 가족과 함께 미국이라는 나라로 이사를 왔다.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계속 생활을 하고 있는 마흔다섯의 나는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움을 통해 설렘을 얻기도 하지만 낯섦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한국에서 살 땐 우리나라가 그저 좋고 편했지만 어떨 땐 그 반대의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생각할 필요도 없었던 것들이 외국생활에서 살게 되면서부터 조금은 더 잘 보이는 느낌이다. 나이를 먹어서 처음 해 보는 외국생활은 우리나라 한국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해 주는 것만 같다. 한국과 미국은 서로 지구 반대편에 있기에 위치도 시차도 너무 다르지만 사회적 분위기나 모습, 문화도 많이 다르다.


45 vs. 38

한국에서 마흔까지 살다가 미국으로 이사를 와서 살게 되면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가장 다르게 느꼈던 점은 결혼 시기와 자녀 수였다. 한국에서는 결혼 연령이 빨라도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이었고 자녀는 평균 한 명, 많이 낳아야 두 명 정도였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결혼을 이십 대 초반부터 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녀도 대부분 두세 명이었다. 심지어 네 명부터 여섯 명까지 낳은 경우도 봤다. 일찍 결혼해서 자녀를 많이 낳는 가정이 한국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미국에서 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서 미국의 중위 연령은 몇 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중위 연령이란 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을 의미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한국의 중위 연령은 현재 마흔다섯이다. 내가 태어났을 당시인 70년대 중반만 해도 스무 살 정도였다. 내가 백 살을 넘기게 되는 2080년에는 한국의 중위 연령이 예순 중반까지 늘어난다. 미국의 경우, 70년대 중반에 이십 대 후반이었던 중위 연령이 아직도 삼십 대에 머물러 있다. 현재의 미국 중위 연령은 서른여덟이며, 2080년이 되어야 마흔 중반에 도달한다. 세계가 늙어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속도가 많이 가파르다.   


호칭 vs. 이름


한국은 호칭 사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호칭이 없으면 누구를 부르기가 어색해져 버린다.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갑내기 친구나 나이가 어린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니, 오빠, 형, 누나를 비롯, 사장님, 선생님, 선배님 등의 호칭을 언제나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다. 기왕이면 높은 호칭이 선호된다. 학교에서도 모든 교사는 선생님으로 통하지만 교장 선생님을 그냥 선생님으로 부르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교장을 부를 땐 선생님 앞에 꼭 교장을 붙여서 호칭해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선생님도 보직이나 나이에 따라 부장님, 선생님, 김 선생 등으로 호칭이 나뉘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처음에 가장 어색했던 문화는 이름 문화였다. 미국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아 동네 꼬마가 내 이름만 부르며 하이! 했을 때, 연세 칠순이 넘은 분이 그냥 이름으로만 부르라 했을 때 느꼈던 그 기분은 어색함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적응이 되었다. 미국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이, 직업, 직위 등에 상관없이 상대방의 이름을 부른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름을 묻고 이름으로 그 사람을 호칭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상황에 따라 존중, 존경의 의미로 Sir, Ma'am을 말 끝에 붙일 때도 있고 Dr, Miss, Mr 등과 함께 성씨로 호칭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다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름으로만 사람을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름으로만 부르니 그 사람의 나이, 직업, 직책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덜 궁금해졌다.


편리함 vs. 평온함


한국에서 살 땐 한국의 편리한 생활이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미디어 매체를 통해 한국의 인터넷, 배달, 대중교통, 의료 시스템 등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긴 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우수하고 편리한 것들이었는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부터 한국에서 누렸던 편리한 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느리고 비싼 인터넷 서비스, 나라가 훨씬 더 크다고는 하지만 배달은 왜 이리 느리고 또 비싼지, 미국 소도시의 대중교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의료 시스템은 불편하면서도 엄청나게 비싸다는 측면에서 모든 것이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다. 미국의 삶은 불편함이 늘 함께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많은 도시들이 평온한 전경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인구 밀도는 현저히 낮다. 드넓은 영토에 사람들이 띄엄띄엄 살고 있고 그 사이에 자연이 함께하는 풍경은 왠지 모를 평온함을 선사해 준다.


일 중심 vs. 가족 중심


한국의 직장 생활은 수평적이라기보다는 수직적이다. 다른 조직에 비해 양호하다고 하는 교직에서도 수직적인 문화를 자주 경험했다. 교장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인 구조 속에서 가족보다는 일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느낄 때가 많았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일을 하는 선생님들은 수직적인 분위기가 더 심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물론 이런 조직 문화는 지역이나 직종에 따라 아주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의 직장 생활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느슨하고 구속력이 훨씬 적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직접적으로 직장생활을 해 본 것은 아니지만 남편과 친구들 통해 알게 된 점은 직책 대신 이름을 부르고, 해고가 자유롭고, 회식이 없으며, 휴가 일정도 개인 편의대로 몰아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일 보다는 가족을 더 중요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평소에도 많이 느끼고 있다.


대부분 도시 vs. 대부분 시골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과 서울 인근의 수도권에서 살고 있고 있는 한국은 대도시에 얼마나 많은 인구가 몰려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뉴욕, LA, 시카고 등 아주 극소수의 도시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관점에서 매우 시골이라고 칭해도 될 정도의 소도시로 구성이 된다. 2018년을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는 19,495개의 도시 및 마을(cities, towns and villages)이 있다. 이 중에서 14,768개는 오천 명 이하의 아주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 인구 오만 이상의 도시에 사는 인구는 전체 인구 3억 3천만 명 중 약 1억 3천만 명 정도인 40%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에 따라 크기가 조정된 아래 두 지도를 보게 되면 한국(특히, 서울)이 얼마나 커지고 미국이 얼마나 작아지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남과의 싸움 vs. 자신과의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낼 때 비교와 경쟁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고등학교의 등급제 시스템은 석차 경쟁을 매우 치열하게 만들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대부분의 수업들이 상대평가로 이루어졌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남보다 못한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평가라는 제도 속에서 성적을 잘 받으려면 남을 이겨야 했고 남보다 잘해야 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승진 점수로 서열이 매겨졌다. 해마다 승진 인원은 정해져 있기에 남보다 높은 승진 점수를 받아야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으므로 남과의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미국에 오니 상대평가라는 개념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미국 고등학교의 GPA(Grade Point Average)절대평가 기준으로 측정이 되며 대학 수업도 점수로 학점이 결정되는 절대평가로 대부분 이루어진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무심한 듯 관심 vs. 관심 있는 듯 무심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몰토크라는 문화를 찾기 힘들다. 눈이 마주쳐도 인사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다들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부분 도시 생활을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로에게 어떤 공통점(학연, 지연 등)이 있는 것이 밝혀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겉보기에 아주 무심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정과 관심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는 달리 미국 사람들은 처음에 굉장히 살갑다. 눈만 마주쳐도 찡긋 웃어주고 손을 들며 하이! 인사를 한다. 스몰토크 문화가 있어서 생판 모르는 남과도 금방 대화를 이어나간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같이 있는 시간이 조금 길어진다 싶으면 이름과 하는 일, 근황에 대해 묻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관심은 짧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스몰토크 이후에는 서로 간에 무심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 경우가 많다.  


한 번뿐인 인생에 있어서 외국생활을 직접 해 보는 것은 귀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살면서 느낀 한국과 미국 차(差)에 대해서 일곱 가지로 정리를 해 보았다. 그러나 동양권과 서양권의 문화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서로 다르다. 한국과 미국은 많은 것들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이런 비교조차 무색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언어, 다른 외모만큼이나 완전히 다른 세계일 지도 모른다. 이 글은 지극히 한 개인의 주관적인 관점이고 생각일 뿐이다. 모든 나라는 각기 다르고 각기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 살든, 어느 사회에 속해 있든 스스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참고 사이트]

https://ourworldindata.org/grapher/median-age?time=1970..2080&country=JPN~BRA~CHN~NGA~USA~IND~GBR~KOR

https://worldpopulationreview.com/us-city-rankings/how-many-cities-are-in-the-us

https://worldmapper.org/maps/population-year-2022/

https://worldmapper.org/maps/gridded-population-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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