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have more cavities than you have teeth, then you've led a 'sweet' life.-Stanley Victor Paskavich-
외국에서 살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에서는 건강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는 없다. 한국에서는 병원 가기도 쉽고 큰돈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의사를 만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 시골에서는 병원의 문턱이 참으로 높다. 가격도 비싼 데다 예약 방문도 한국처럼 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친구와 이야기할 땐 잘 되던 영어도 병원에 가면 더 안 되고 더 안 들린다.
그저 병원에 안 가는 게 상책이지만 건강은 내 뜻대로 되는 법이 없다. 몇 달 전 치아 옆에서 하얀 조각이 떨어져 나온 것을 발견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다음 날 그 옆 부분의 조각이 또 떨어져 나왔다. 기억으로는 아마 이십 대였던 시절 충치로 인해 치아 가운데 부분을 때웠었고 그간 오랫동안 잘 써왔다. 이삼십 년이 지나고 가장자리가 약해지면서 균열이 생겼고 결국 치아 일부분이 떨어졌다.
뭐든 양 쪽으로 음식물을 골고루 씹어야 제맛인데 이 하나에 틈이 생겨 버리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결국 치과 예약을 했고 의사를 만났다. 때웠던 가장자리가 파손이 되었으므로 이를 갈아 낸 후 크라운을 씌우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의사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 여의사였다. 동네 대학을 나오고 대도시에 있는 대학의 치대를 졸업한 후 다시 고향으로 복귀해서 치과를 차렸다.
금발머리와 빨간 손톱, 파란 눈을 반짝거리며 시종일관 친절한 미소로 내게 말을 건넸다. "그동안 불편한 거 잘 참으셨네요. 온 김에 치료를 받으세요. 금방 끝나요. 오늘 본을 뜨고 다음에 와서 크라운을 씌우면 돼요. 간단해요." 미국의 치과 의사들은 모두가 청산유수일까? 한국 같았으면 비교를 위해 다른 치과에 가보는 일이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여기는 미국, 다른 치과에 다시 또 예약을 잡아서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온 김에 치료를 받으라는 치과 의사의 권유를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넙죽 받아들였다.
잇몸에 마취가 이루어진 후 나의 치아는 순식간에 윙윙 갈렸다. 그 후 치아 본을 뜬 후 임시치아가 채워졌다. 한 번 삭제된 치아는 다시는 재생이 안되기에 좀 더 신중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임시로 씌워준 부분은 아니나 다를까 불편함이 느껴졌다. 치아 하나가 불편한 것뿐이었는데 입 전체가 기운을 잃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제작된 크라운을 씌우기 위해 다시 치과로 향했다.
치아를 갈아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 이미 제작된 맞춤형 크라운을 씌우는 일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치아가 잘 맞는지 높낮이 체크를 한 후, 슥슥 바람 몇 번 쏘아주고 접착제를 묻힌 크라운이 나의 치아 위에 올려졌다. 의료 보험을 들어놓았기에 망정이지 이 하나 크라운 씌우는 데 백만 원 넘게 들 뻔했다. 모든 치료가 끝나고 집으로 왔는데 영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치실을 해 보니 통증도 살짝 느껴지고 피도 비쳤다. 뭔가 기분이 안 좋았다.
하루 이틀 지났지만 불편한 느낌은 가시질 않았다. 할 수 없이 치과에 전화를 걸어서 의사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시 의사를 만났고 크라운을 씌운 치아가 너무 불편하다고 이야기했다. 영어로 안 좋은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왠지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싶었다. 뭔가 좋은 처방이 있지 않을까? 예상을 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의사가 해 준 처방은 소금물을 매일 할 것, 2주간 지켜보고 그래도 불편하면 다시 치과에 오라는 말 고작 그것뿐이었다.
양치 후 자기 전에 소금물로 입안을 골고루 헹궈내라는 말이 전부라니. 그래도 실천을 해 보자. 지금까지 양치질, 치실만 잘하면 치아 관리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소금물이 그리 좋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의사 선생님의 말대로 그 이후로 잠자리에 들기 전 양치를 꼼꼼히 하고 치실과 더불어 소금물로 입안을 골고루 헹궈내기 시작했다. 한국의 치과에서는 크라운을 새로 끼운 후 이렇게 불편한 적이 있었던가? 미국 치과의 솜씨는 한국만 못할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며 시간이 지났다.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다행히 새로 끼운 크라운은 잘 적응을 했다. 불편한 느낌도 사라지고 피도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소금물 양치 후로는 아침에 일어나서 입 안이 텁텁했던 느낌도 사라졌다. 소금물 양치의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크라운이 잘 적응된 이후로도 나는 계속 자기 전에 소금물 양치를 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잘 하면 몸 건강을 어느 정도 잘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치아는 아무리 양치질을 잘 한다 해도 이와는 별개로 문제가 생길 때가 있다.
달콤했던?! 나의 젊은 날이 치아를 더 약하게 만든 걸까? 이제부터라도 건강한 치아를 만들기 위해 양치질과 치실 그리고 소금물까지 잊지 말고 잘 실천해 봐야겠다. 내 치아는 소중하니까, 미국에서는 병원에 가기 더 싫으니까